얼마 후, 한 사람이 인터넷으로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집회를 제안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은 광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시민을 연행했다. 몇 개월 지난 후, 이번에는 광장에서 '서로 미소를 보이며 걷자'는 제안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역시 경찰은 웃으며 걷는 시민을 연행했다.
이런 일이 한국에서도 벌어질 모양이다.
ⓒ프레시안 |
촛불을 입으로 끄는 경찰
"아이폰 '촛불'은 어떻게 합니까?"
지난 31일, 경찰의 무전기에선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생전 처음 보는 '촛불'이기에 당황할 수밖에 없는 노릇. 이날 천안함 실종자의 생존을 바라며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 모인 시민들의 손에는 일반 촛불이 아닌 아이폰 '촛불'이 들려 있었다.
매번 그렇듯이 대한문 앞에서의 촛불 집회는 경찰에 의해 저지당하기 일쑤다.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추모 촛불 집회가 그랬고, 용산 참사 추모 촛불 집회 등이 그랬다. 이곳에서 촛불을 들기만 해도 경찰은 불법 운운하며 촛불을 강제로 빼앗아 가곤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대한문 앞에 모인 시민은 20여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나마 촛불을 든 사람들은 고작 4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이들을 둘러쌌다. 최승국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도대체 무엇이 두렵기에 이렇게까지 하느냐"고 따졌지만 경찰은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경찰 지휘관은 무전기로 "촛불을 입으로 불어 끄라"고 명령했다. 빼앗자니 실랑이가 생기기에 자구책으로 생각한 '묘책'이었다. 실제로 최승국 사무처장 등 촛불을 든 4명을 에워싼 경찰들은 입으로 촛불을 껐다.
시민들은 다시 촛불을 붙이고, 경찰은 다시 끄고 '개그쇼'의 한 장면이 수차례 반복되었다. 그러다 결국 경찰은 촛불을 빼앗았다.
새로운 '촛불'에 당황한 경찰
▲ 아이폰 촛불. ⓒ프레시안 |
곧바로 경찰 무전기에서 당황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이폰 촛불은 어떻게 합니까?" 답변은 "……." 경찰 지휘관은 한참을 고민하는 눈치였다.
경찰은 아이폰을 빼앗지는 못했다. 수십만 원에 육박하는 아이폰을 함부로 빼앗아 갈 수는 없는 노릇일 터. 그것도 천안함 실종자를 빨리 찾아달라고 호소하고자 촛불을 켰다는데, 자칫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셈이다.
이날 희대의 코미디를 보면서 2006년 벨로루시처럼 웃으면서 길거리를 지나가도 경찰에게 잡혀가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새롭게 등장한 아이폰 촛불에 경찰이 어떻게 대응할지 기대된다. 아이폰 촛불을 켜면 배터리를 빼앗으면 될까? 이걸 어쩌나, 아이폰은 배터리 분리도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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