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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파괴' 된 군의 정보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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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파괴' 된 군의 정보관리

[김종배의 it] '통상적인 것'은 숨기고 '군사기밀'은 흘리고?

천안함은 모르겠다. 피로파괴에 의해 침몰한 것인지를 단정할 수 없다. 절단면이 매끄러운 점을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피로파괴의 경우 배의 중앙 부분이 먼저 가라앉고 함수와 함미는 위로 들려 올려지는데 천안함은 정반대 현상을 보였다는 반박도 있으니까 뭐라 속단할 수 없다.

천안함은 몰라도 이건 거의 확실하다. 군의 정보 관리는 두 동강 났다. 군사기밀의 기준이 두 동강 났고 정보관리 주체 또한 두 동강 났다.

김태영 국방장관이 어제 밝혔다. 천안함이 수심이 얕은 백령도 인근 1마일 지점까지 접근한 이유를 풀기 위해 교신일지를 공개하라는 요구에 대해 "교신 기록은 많은 부분이 군사기밀이어서 전부 공개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교신 기록은 부대의 이상 여부를 묻는 통상적인 것들이라 사고 원인을 규명할 결정적 내용은 전혀 없다"고 했다.

당장 충돌한다. '군사기밀'과 '통상적인 것들'이 정면으로 부딪힌다. 이것만이 아니다. 더 크고 중한 사례는 따로 있다.
▲ 김태영 국방부 장관 ⓒ뉴시스

잇따라 나오고 있다. 북한 반잠수정이 천안함 침몰을 전후로 기지를 출발했다가 일부는 귀환했고 일부는 확인 불능이라는 얘기가 잇따라 언론 보도를 탔다. 그리고 또 나왔다. 천안함 인근에 있던 속초함이 승조원 구조에 나서지 않고 함포사격을 한 이유가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의 반잠수정으로 추정되는 물체를 포착했기 때문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보도를 '사실'로 간주할 경우 군은 이중잣대를 이리저리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통상적인 것들"은 '군사기밀'로 분류해 공개를 거부하면서 아주 민감한 '교전에 준하는 상황'은 가담항설처럼 마구 입에 올리고 있는 것이다. '군사기밀'의 기준이 군에 의해 두 동강이 나버린 것이다.

정보관리 주체도 그렇다. 브리핑에 나선 군의 공식 '입'이 '군사기밀'을 읊조리며 정보 공개를 거부하는 동안 익명의 그늘에 숨은 '군 관계자' 또는 '정부 소식통'은 '군사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를 마구 흘리고 있다. '익명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면서 '익명의 정보원'은 차단하지 않는다.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할 승조원들을 국군수도병원에 입원시켜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하면서 실체를 알 수 없는 '군 관계자'가 그늘 속에서 활개치는 건 차단하지 않는다.

두 동강 난 군의 정보 관리 행태를 보면서 국민 또한 피로파괴 현상을 보인다. 들끓는 '설'에 눈이 충혈 되고 감질 나는 군의 공식 브리핑에 귀가 간질거리면서 피로증을 느낀다.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히 풀리지 않는 걸 지켜보면서 파괴한다. 군, 그리고 정부에 대한 신뢰감을 스스로 파괴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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