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적으로 현재 수준 이상의 고강도 탐색은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오히려 최정예 요원인 한주호 준위가 작업 중 순직할 정도로 군은 부실한 장비 지원으로 무리한 탐색을 이어가고 있다.
보다 정예화된 작업을 실시할 방법은 있으나, 이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잠수에 관한한 경험과 지식 양 방면에서 국내 최고 권위자인 모 의과대학 교수의 설명을 빌려 실종자 탐색 작업이 이처럼 어려운 이유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이 교수는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한지 닷새 째인 30일 오후 백령도 인근 천안함 함수 발견 지점에서 해군 SSU와 UDT로 구성된 심해수색팀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잠수사 탐색시간이 짧은 이유는?
실종자 대부분이 남아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함미 부분은 수심 45m 깊이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은 육지와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약 5기압(지상은 1기압)의 압력이 인체에 가해진다. 이 정도 깊이의 바다로 들어가려면 잠수사가 인도용 밧줄을 잡고 천천히 들어가야 한다.
잠수사들은 스쿠버(고압 압축공기가 들어간 수중 호흡기계)를 이용해 탐색 작업을 하고 있다. 그들이 쓸 수 있는 공기가 이것 뿐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기압이 높아질수록 인간이 한번에 들이마시는 공기량도 많아진다. 통상 인간은 1기압 기준 한 번 숨 쉴 때마다 500㎖의 공기를 마시며, 함미가 있는 곳에서는 이 다섯 배를 한번에 마신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때문에 잠수사가 물 밑으로 내려가는 시간도 길어지고, 함미 부근에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공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안전을 지키며 작업한다면, 잠수사 두 명이 들어가 작업을 할 수 있는 시간은 5분 정도에 불과하다. 군은 지금 잠수사당 7분가량의 작업시간을 쓰고 있다. 무리한 작업이다.
■ 서해 얼마나 악조건인가?
현재 부근의 조류 속도는 약 3~4노트(시속 5km~8km)다. 군에 따르면 서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조류가 강한 지역이다. 잠수사들이 태풍이 불 때 빌딩 위에 혼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국가대표급 수영선수들도 2노트가 넘으면 물살에 휩쓸린다.
스쿠버는 조류가 1노트(시속 1.85㎞) 이내의 수중에서 실시하는 게 보통이다. 현재 탐색작업은 매우 위험하다.
잠수사는 잠수 때 기압 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밧줄을 잡고 3m 단위로 잠시동안 매달려 있어야 한다. 그런데 조류로 인해 밧줄이 연처럼 휘니 줄을 붙들고 있기도 쉽지가 않다. 그만큼 적절한 수심을 유지하기도 어려워진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리발을 계속 휘저어야 한다. 운동량이 보통의 바다보다 더 많이 요구된다. 산소 소모도 더 크다.
오래 있으면 오래 있을수록 감압(압력을 줄여 몸이 대기중 압력에 천천히 적응하게 하는 일)도 오랫동안 해야 한다. 20도 정도 되는 바닷물이라면 5분만 하고 천천히 올라오면 감압을 안 해도 되는데, 지금처럼 악조건에서 작업하면 오리발 젓고 있어야 하니 숨을 깊게 쉬어야 한다. 그만큼 질소 가스가 더 많이 녹아들어간다.
이처럼 악조건인 상황에서는 원칙적으로 스쿠버를 이용해서 잠수하면 안 된다. 군이 무리하고 있다. 최정예 요원이 작업 중 순직할 정도로 위험한 탐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 다른 방법은 없나?
이런 환경이라면 스쿠버에 의존한 탐색이 아니라, 밧줄다발을 이용해 잠수사가 배와 연결된 채로 탐색해야 한다. 사람 팔뚝보다 두 배 정도 굵은 공기호스와 통신케이블을 잠수사의 몸에 설치해 공기호흡을 상시로 하고 통신도 가능한 상황에서 탐색하는 게 더 안전하다. 군도 이를 모르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작업, 즉 수표면 공기 공급방식을 실시하면 잠수사가 수직운동밖에 못 한다. 잠수사가 곧바로 바닥까지 내려간 후, 바닥을 걸어다니며 함미 탐색작업을 실시해야 한다는 소리다.
따라서 이 작업이 이뤄지려면 구조함(광양함)이 침몰선의 수직 지점에 도착해 닻을 내려 고정돼야 한다. 구조함이 이 정도 조류에서 위치를 정확히 잡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군데 이상 닻을 내려야 한다.
문제는 이 작업(묘박)을 준비하는데만 적어도 이틀, 사흘이 걸린다는 데 있다. 이는 합참에서도 얘기한 바 있다. 그리고 묘박 동안에는 스쿠버 잠수가 불가능하다. 위험하기 때문이다. 즉, 보다 안전한 탐색을 위해 2~3일 동안 탐색을 실시하지 않고 버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여론이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하다. 군이 잠수사들을 사지로 내몰면서도 스쿠버 탐색을 강행하는 이유다.
■ 잠수사들이 감압 챔버에 의존해야 하는 이유는?
역시 기압 차이 때문이다. 사람이 심해로 자맥질하면 수압으로 인해 허파가 쭈그러든다. 따라서 허파 속 공기량이 줄어드는데,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공기 중의 산소와 질소(공기는 산소 20%, 질소 80%로 구성)가 몸 안에 필요 이상으로 녹아들어간다.
잠수사들이 이 상태의 몸을 갖고 대기 중으로 올라오면 허파가 다시 팽창한다. 이 때 몸에 필요 이상으로 녹아들었던 질소는 질소방울로 변한다.
콜라병을 따기 전 흔들면 탄소방울이 발생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질소방울이 많아진 상태에서 몸이 곧바로 수면으로 올라와버리면 혈관, 관절, 근육 등에 생성된 질소방울이 몸에 이상을 일으킨다. 잠수사들이 의식을 잃거나 구토를 하며, 심한 경우 목숨을 잃게 된다.
이를 예방하려면 작업을 마치고 올라오는 잠수사들이 수면으로 복귀하는 도중 3m 정도마다 압력평영(낮아진 압력에 몸을 적응시키기 위해 각 단계마다 수면에 그대로 머무는 행동)을 실시해야 한다. 콜라병을 천천히 따면서 미리 탄산가스를 소량 배출시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현재 수온이 3도 정도로 매우 낮은데, 이 정도로 찬 물이면 냉장이 잘 된 콜라에 탄산가스가 더 많이 녹아있듯, 잠수사의 몸 안에 녹아들어간 질소가스가 쉽게 빠져나오지 않는다. 당연히 잠수병에 걸릴 확률도 높다. 이를 예방하려면 압력평영 시간을 더 늘려야 하고, 그러려면 그만큼 실종자 탐색 시간은 짧아진다. 실종자 탐색이 어려운 까닭이다.
감압챔버는 광양함에 설치된 1대만 운영되고 있는데, 이것도 용량이 작아서 환자가 한꺼번에 두 명 밖에 못 들어간다. 청해진함이 3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정비중이라 가동이 불가능하다.
어쨌든 물에서 감압시간을 줄이고 잠수사를 곧바로 끌어올려 챔버 안에서 치료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지만 환자가 들어가면 적어도 두 시간 이상 치료를 해야하는 기기의 현실을 감안하면 쓸 수 있는 방법이 못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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