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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현대차, 누구를 위한 해외 생산인가"

[기고] 정몽구 회장 '무분별한 확장' 전략이 위험한 이유

금속노조가 2010년 단체교섭 핵심요구안의 하나로 '조합원의 고용안정과 산업발전을 통한 일자리창출을 위해 해외공장 생산비율제의 도입'을 제기하자마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들의 반응이 아주 뜨겁다. '자동차 해외공장의 설립은 통상마찰과 물류비를 줄이고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노조가 연례행사로 파업을 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더욱이 이들은 '국내공장의 수요한계가 분명한 상황에서 막연히 해외공장을 부정한다는 것은 모순에 빠질 수 있다'는 현대차지부 소식지의 내용을 인용하여 해외공장에 대한 노조의 '인식변화'를 은근히 주문하고 있다. 과연 현대차그룹이 지난 10년간 추진해온 해외공장 확대전략은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단 말인가?

9년 동안 무려 15배 증가한 현대차의 해외 생산 비중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1999년 소위 'GT(글로벌 탑) 5 전략'을 선언하면서 본격적으로 해외에 현지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2010년 현재 현대차 해외공장의 경우 터키, 인도, 미국, 중국, 체코 등에 총 190만 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기아차 해외공장의 생산능력은 중국, 슬로바키아, 미국을 합해서 총 105만 대에 이른다.

하지만 정몽구 회장의 욕심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풍선처럼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다. 15만 대 생산규모의 러시아와 브라질공장이 이미 건설 중에 있으며, 중국과 인도에 각각 30만 대 규모의 제3공장을 추진 중에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2012년 현대차그룹의 해외생산능력은 약 400만 대에 이를 전망이다. 가히 폭발적이다.

이러한 해외공장의 증설로 인해 2001년 당시 약 9만 대에 불과하던 현대차의 해외생산량은 매년 급속히 증가하여 2003년 25만 대, 2005년 63만 대, 2007년 91만 대, 2009년 150만 대에 이른다. 불과 9년 만에 약 15배가 증가했다. 그 결과로 2001년 약 6%에 불과하던 현대차의 해외공장 생산비중은 2009년 현재 총생산량의 48.2%에 도달했다.

한편 올해 초에 발표한 2010년 현대차의 해외생산계획에 따르면,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생산비율이 드디어 역전된다. 해외공장의 생산계획량을 국내공장의 170만 대를 초과하는 176만 대로 잡고 있는 것이다. 아래의 표는 이러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 ⓒ프레시안

다들 아니라는데, 왜 현대차만 허황된 판매전망치 내놓았을까?

이와 같이 현대차그룹은 지난 10년 동안 세계자동차산업의 '과잉생산능력'이라는 객관적인 조건을 무시하고 '밀어내기방식'에 기반한 무분별한 해외생산 확대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2008년 말 세계적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미국 '빅3의 추락'에 따라 '어부지리'로 생긴 현지판매의 단기적인 급상승현상을 과신하고 있으며, 시장수요의 합리적인 성장추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해외공장의 확대전략을 계속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발생한 토요타의 '가속페달'사건은 현대차그룹의 간을 더욱 붓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문제는 과연 과도하게 증설된 생산능력의 채산성을 맞출 수 있을 만큼 자동차를 팔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물론 세계자동차산업의 '출혈경쟁'을 조장하는 현대차의 판매방식을 통해 판매량 지표는 순간적으로 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대차 경영진이 노조에게 설명한 경영설명 자료에 따르면, 한마디로 무모하고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미 작년 하반기에 각국의 폐차처리지원금과 같은 자동차구매지원조치가 종료되었으며, 2009년 11월 이후 미국과 유럽은 물론, 인도와 중국조차 판매증가추세가 꺾이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시장의 판매부진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신흥국시장의 경우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문가의 전망에 따르면, 2010년 세계시장에서 자동차 판매전망치는 2008년 수준인 6660만 대 정도로 예상되며, 이는 전년 대비 약 5% 증가에 머무르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내년 판매증가율을 현대차 10%, 기아차 18% 이상으로 잡고 있다. 이러한 허황된 수치는 해외 완성차업체와 달리 현대차그룹은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다는 정몽구 회장의 과욕에 아부하는 가신들의 헛된 기대를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해외공장 실적달성률은 고작 40~65% 수준

더 큰 문제는 이미 가동 중인 몇몇 해외공장의 가동율이 상당히 낮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해외공장의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래 표에서 알 수 있듯이 2008년 말 현재 현대차의 해외공장의 총생산능력은 무려 190만 대에 이르지만, 실적달성률은 58.8%에 불과하며, 최고의 실적을 달성한 2009년에도 미국, 터키와 체코공장의 경우 그 수치가 40%에서 65%에 머물러 있다. 일반적으로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채산성을 확보하려면 70% 이상의 생산가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결국 현대차의 일부 해외공장은 과잉생산능력과 현지판매부진으로 인해 비용부담이 증가하고 이는 다시 채산성의 악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 ⓒ프레시안

한편 기아차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국 팽성에 제 2공장을 가동시키는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중국공장의 생산능력 대비 실적달성율은 2008년 32.2%, 2009년 54.1%에 불과하며, 한 때 잘 나간다고 평가받던 슬로바키아공장 또한 2009년의 실적달성율이 50%에 불과한 실정이다. 사실상 기아차의 해외공장은 수년째 투자액 대비 수익률을 담보하지 못하는 적자경영에 머물러 있다고 볼 수 있다.

▲ ⓒ프레시안

이와 같이 해외공장의 건설 및 가동에 들어간 많은 투자비용이 직접투자방식과 현지차입방식을 통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생산능력 대비 가동율이 이 정도에 그치고 있다면 합리적 해외투자라는 현대차그룹의 설명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현대차의 해외생산 확대, 국내 자동차산업 기반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현대차그룹의 해외생산이 이토록 위험하고 무책임하다고 보는 것인가? 우리는 해외생산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방식과 속도에 있어 무차별적이고 무분별하다는 것이다. 이제 지난 10년 동안 급속하게 추진된 해외투자와 생산에 대한 객관적인 중간점검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고는 정몽구 회장이 칠 수 있지만, 피해는 우리 모두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글로벌경영에 대한 환상으로 인해 무모하게 추진되고 있는 해외생산 확대전략은 현대차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내자동차산업의 기반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2009년 3월까지 총 8개의 해외현지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지금까지 약 76억 불을 투자하였다. 이는 2001년 이후 현대차그룹의 매년 경상이익을 2조 원 정도로 추산하면, 지난 10년 동안 그룹의 총 경상이익의 절반을 해외공장의 건설에 투자한 꼴이 된다. 번 돈의 반 이상을 '글로벌 탑 5 전략'을 위해 쏟아 부은 것이다. 이와 달리 국내투자의 경우 연구개발투자를 제외한 설비증설 및 보완투자액은 매년 2000억 내지 4000억 원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생산입지의 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신제품의 연구개발, 생산체계의 혁신과 합리화 등에 필요한 투자자금이 국내에 사용되지 않고 해외 생산공장의 건설비용으로 유출되고 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해외공장 확대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반강제적 '동반진출'로 인해 수많은 부품업체들의 운명이 자신의 기업역량과 경영성과에 의해 결정되기보다 현대차그룹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 또한 한국자동차산업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모든 문제의 본질은 '몸집불리기'식 성장전략에 경도된 제왕적 재벌경영에 있으며, 그 책임은 'GT 5 전략'의 현상적 지표에 취해 있는 정몽구 회장 그 자신에게 있다. 진정 글로벌 사회책임기업으로서 현대차그룹이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한성장의 환상과 유혹을 버리고 국내생산기반을 글로벌허브로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정 회장의 과욕으로 인한 자초될 수 있는 큰 화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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