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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젊은이들을 살려내야 한다. 절실하게, 치열하게,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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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젊은이들을 살려내야 한다. 절실하게, 치열하게, 무조건"

[김상수 칼럼] 총체적 무능을 보며 어떻게 자식을 군대에 보내겠는가?

군 통수권자의 사태인식과 민심의 괴리

46명의 병사가 바다 밑에 갇혀 있는 천안함 꼬리부분을 발견한 건 해군이 아닌 어민이었다. 물고기탐지기로 발견한 어민의 얘기가 생생하다. "어떻게 우리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수심체크를 해군은 못했는가?"

49시간이나 걸려 겨우 배꼬리를 찾았지만 침몰 150시간이 넘어 이 시간까지도 병사들의 생사여부조차 아직 알 수가 없단다. 해군은 침몰 직후 "부표 표식을 했는데 해수의 물살에 잘려나갔다"는 등, 오락가락이고 여전히 우왕좌왕이다.

오죽하면 실종자 가족들이 대표단을 구성해 "현재까지 진행된 해군 및 해경의 초동 대처 과정과 구조작업 과정의 의문점에 대해 해명하라"고 나서면서 "백령도 구조작업을 참관한 결과 더 많은 의혹이 생겼다"며 "군 당국과 실종자 가족의 질의응답 시간을 마련해달라"고도 요구하기까지 하는 지경이 됐다.

사고가 나고 엿새째, 군 통수권자의 백령도 사고 현장 방문을 취재한 청와대 출입기자단의 풀기사를 보자.

"- 가족3 : 중요한 것은 사람을 빨리 꺼내는 것이다. 빨리 장비를 지원했더라면 하루라도 빨랐으면…

- 대통령 : 구체적으로, 기술적으로는 모르지만 마음은 여러분과 똑같이 왜 빨리 안 돼나 독촉하고 있다.

- 가족3 : 이 배(광양함)도 거의 40년 됐다. 미군에서 쓰던 것을 페인트칠해서 이름붙인 것이다.

- 대통령 : 해군장비가 열악하다는 것을 듣고 있지만 앞으로의 문제다. 당장은 우선적인 일이 있다. 미군은 도와주려면 본국에 승인이 나야 한다. 우리같이 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미국 정부도 사상유례 없이 빨리 승인해 준 것으로 안다. 지금이라도 뜻을 모아 격려하자. 나도 같은 심정이다. 그래서 무조건 뛰어온 것이다."


천안함 침몰 후, 군 통수권자나 정부, 그리고 군 당국의 대응 방식은 국민들을 지금 전혀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현실인데도 "초동대응은 잘됐다"는 군 통수권자의 지하벙크 발언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까? 병역의무 미필자들이 수다한 지하벙크 안보장관회의란 것이 민심 일반에 과연 일말이라도 신뢰를 주기나 할까?

▲ 국가란 아주 절실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이들 젊은이들을 무조건 살려내야만 한다. 국방의 의무라고 했다. 그래서 이들은 군대를 갔다. 사진은 평택 2함대 사령부에서 구조 소식을 안타깝게 기다리고 있는 실종자 가족의 모습. ⓒ프레시안(최형락)

국가인가? 부실조합인가?

실종자 가족이 군 통수권자와 만나 대화를 나눈 해상위의 광양함에서 가족은 "이 배(광양함)도 거의 40년 됐다. 미군에서 쓰던 것을 페인트칠해서 이름붙인 것이다"라고 얘기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도대체 그 막대한 국방비가 어떻게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가에 오늘 이 엄청난 사건의 실마리를 엿볼 수 있고 인명을 대하는 군의 태도를 그대로 볼 수 있다.

최소한 특수 구명조끼를 준비하고, 구명조끼에는 겨울철 물의 온도에도 체온 하락을 방지하는 발열장치가 있어야 했고, 내장된 구명조끼에는 수중 무선 전파 탐지 장치를 부착했어야만 했었다. 기본적인 인명의 소중함을 의식하고 있었다면, 구명조끼에 구조구난 요청 특수 장치란 당연히 부착되어야 옳았다. 도대체 그 돈이 얼마나 들까.

그러나 무엇 하나 제대로 준비되지 못했다. 돌발 상황에 대한 시뮬레이션이나 매뉴얼조차 정확하고 철저하게 마련되어있지 않단 얘기다. 이게 공동체의 삶을 이루고 있는 사회시스템이란 말인가.

아직도 천안함 사고 원인을 아무도 제대로 모른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천안함 침몰과 깨끗이 절단되듯이 선체가 두 조각나서 가라 않은 이유가 미사일 공격이나 어뢰나 기뢰 등의 외부의 충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심지어 북에서 공격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보고 있다. 내외부 폭발에 의한 사상자가 전혀 없다는 것과 폭발로 인한 화재나 화약 냄새도 없었고, 기뢰에 맞았다면 현재 해저에 가라않은 후미 기관실 블록 자체가 온전하게 발견 될 수 없으며, 또 기뢰폭파라면 배는 심하게 훼파손되어 해상 부유물이 상당히 바다에 떠있을 터인데 해상 부유물이 거의 없고, 바다의 잔해에도 불이 붙지 않았고, 선박이 깨끗이 절단되어 침몰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래서 21년이 된 노후선 피로나 정비미비에 의한 급격한 해수 유입으로 해수 침수에 의해 두 동강이 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에 기울어 있다.

물론 정확한 침몰원인은 실종자 수색이 끝나고 배를 건진 이후에 따져야 하겠지만 현재까지는 천안함이 어뢰나 기뢰 등의 외부 충격 없이 선미가 선체 자체의 응집력을 견디지 못하고 절개된 채로 해저에 갈아 앉아 있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는 가설이다.

문제는 이 시간까지 군은 수많은 의문들에 땜질식으로 화답하는 데 급급한 현실이 문제인 것이다. 한 나라의 국가공동체를 운영하고 지키는 정부나 군의 사후 방식은 거의 원시적이고 주먹구구다. 이 나라는 과연 국가인가? 부실조합인가?

과연 이 나라는 문명국인가?

이제 20대 초반에서 30 초반까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던 우리의 해군사병들이 지금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나라를 지키자고 군대를 갔지, 서해바다에 수장(水葬)되리라고 예상했다면 아무도 가지 않았다.

이렇듯 젊은 병사들이 절박한 위기로 내몰렸는데도 불구하고, 텔레비전에서는 개그와 드라마와 '생쑈'를 하고 있었다.

24시간 헬리곱터를 띄워 우리 병사들을 구해내야만 한다는 절박함을 중계하는 텔레비전은 없었다. 이는 인간이나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이 우리사회에 턱없이 부족하거나 거의 없음을 뜻한다. 너무 참담하다.

툭하면 인용하기 좋아하는 선진국들, 아마 미국이나 독일이나 일본만 해도, 24시간 헬기를 띄우고 텔레비전은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천안함 침몰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독려하고 생중계를 했을 것이다.

한 마디로 이 국가나 정부나 공영방송을 표방하고 있는 텔레비전 방송국이나 인간의 생명을 지켜내고자 하는 너무나 당연한 사회적 노력은 거의 방기하는 모습이다.

이 나라를 국가라고 하기엔 아직 기본도 안 되어 있다.

절망은 안 된다. 무조건 구해내야 한다.

국가란 아주 절실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이들 젊은이들을 무조건 살려내야만 한다. 국방의 의무라고 했다. 그래서 이들은 군대를 갔다.

국방의 의무를 하러간 젊은이들이 바다 밑 선실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끔찍한가. 공기는 점점 희소하고 병사들은 선실에 둘러앉아서 그저 닥쳐오는 죽음을 기다릴 뿐인가?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우리 장병들, 우리의 자식들을 구하지 못한다면, 군 당국은 무서운 책임을 져야만 한다. 시민들은 어떻게 무엇이 문제인가를 집요하고 철저하게 따져 물어야만 한다. 그래서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를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만 한다. 이는 청와대 지하벙크에 앉아있던 사람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바로 가기 : 필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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