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판결은 그간 제조업 하청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할 경우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통해 노조를 무력하게 만들어온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노동계는 보고 있다.
27일 금속산업연맹 법률원에 따르면,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제2민사부(판사 이상훈 외)는 최근 노조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KM&I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출입금지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KM&I가 사실상 이 회사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사용자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군산지원은 결정문을 통해 "KM&I는 4개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지휘·감독하면서 실질적인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KM&I는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로서 금속노조가 요청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군산지원은 이어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의 근로자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종속 관계를 가지고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에는 원청업체 역시 단체교섭의 상대방이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컨대 실질적인 근로형태에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원청업체가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을 빌미로 단체교섭에 불응하는 등 자신의 사용자성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기덕 금속산업연맹 법률원 원장은 "제조업의 원하청 관계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첫 번째 판례"라며 "근로관계는 형식적인 계약이 아니라 실질적인 사용종속 관계를 따져야 함을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법원은 불법파견으로 노동부가 판정을 내렸더라도 원청의 사용자성에 대해서는 부인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KM&I 군산공장에선 무슨 일이? KM&I는 GM대우자동차에 승용차 시트를 납품하는 부품업체다. 경기도 이천, 전북 군산, 경남 창원 등에 공장을 갖고 있는 이 회사에서 노사갈등이 첨예하게 발생한 곳은 군산공장이다. 하청업체에 소속돼 일하던 이 회사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지난해 10월 12일 금속노조에 가입해 본격적인 노조활동에 나섰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해 11월 직장폐쇄를 한 데 이어 올해 1월 17일과 18일 하청업체와의 계약 해지를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을 사실상 해고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하청업체 사용자는 형식상 사용자에 불과하다며 실질적인 사용자인 KM&I에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투쟁을 전개했다. 그러나 KM&I 측은 하청업체 노동자와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다는 이유로 교섭을 지속적으로 거부해왔다. 교섭 테이블에 나오라는 노조와 그럴 수 없다는 KM&I 측의 대립은 급기야 물리적 충돌 사태로 비화되기도 했다. KM&I 측이 직장폐쇄를 단행하면서 수백 명의 용역경비업체 직원을 동원해 노조원들의 회사 출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군산지방노동청은 KM&I 군산공장의 경우 정규직 노동자는 단 7명에 불과하고 이 회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4개 하청업체는 사실상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