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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하청노동자들의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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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하청노동자들의 수난

순천 현대하이스코에 이어 이번엔 군산 KM&I에서

한 제조업 하청업체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서던 중 급기야 물리적 충돌까지 발생해 노조원 17명이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발생했다.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사태가 해결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제조업 사내하청업체에서 사건이 터진 것이다.

***KM&I 군산공장, 노조원-용역반원 충돌…17명 병원행**

9일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따르면, 지난 8일 KM&I 군산공장에서 이 회사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파업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사측이 동원한 용역반원이 들이닥치면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KM&I는 인천에 본사를 둔 회사로 GM대우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업체다.

KM&I 비정규직 노조가 지난 7일부터 부분파업에 들어간 것이 물리적 충돌의 불씨가 됐다. 노조가 파업을 감행하자 사측은 대화에 나서기보다 직장폐쇄를 즉각 결정하고 용역반원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이날 물리적 충돌은 직장폐쇄된 공장에 들어가려는 노조원과 이를 제지하려는 용역반원 간의 충돌이었다.

이들 간의 충돌은 매우 극렬한 양상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충돌로 17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치료를 받았으며, 6명은 상태가 심각해 입원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금속노조 전북지부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일부 용역깡패들이 대오에서 이탈된 조합원들을 공장 안으로 끌고 들어가 쇠파이프 등으로 집단폭행을 했다"며 치열했던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물리적 충돌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군산지역 민주노총 간부들이 몸싸움에 합세하면서 사태가 심각한 양상으로 치닫자 경찰이 개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회사 정문 앞에서 농성을 하고 있던 KM&I 비정규노동자 등 200여 명을 해산하기 위해 병력을 투입하면서 또다시 경찰과 노조원 간 충돌이 발생해 노조원 2명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반복되는 원-하청 갈등…해법은 '오리무중'**

한편 노동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비단 KM&I 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바라보고 있다. 즉 제조업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져 온 원-하도급 구조가 한계에 드러내며 갖은 모순이 폭발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조업의 원-하도급 구조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제조업체들이 앞다투어 각 부문 사업들을 하도급화하면서 오늘날의 문제를 잉태했다는 지적이다.

하청노동자들은 원청 정규직 노동자와 유사한 일을 하면서도, 상시적인 고용불안과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지난해 현대차 울산공장 전 하청업체가 '불법파견(위장도급)' 판정을 받은 것은 이러한 기형적인 원-하도급 구조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에 속한다.

KM&I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GM대우에 자동차 시트를 납품하는 하청업체다. 이번 파업을 결의한 노동자들은 KM&I의 하청업체 소속이다. 다시 말해 파업 노동자들은 GM대우의 2차 하청업체 노동자인 것이다.

더구나 KM&I 군산공장에는 정규직 노동자가 9~15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군산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대부분은 계약직 신분이다. 요컨대 파업 노동자들은 다단계 원·하도급 구조에서 맨 아래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계약직 신분인 셈이다.

노동계에서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설움을 많이 느끼는 부류가 대기업 2·3차 하청업체 노동자라고 파악하고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동시에 지난해부터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강렬했던 사업장들도 대부분 제조업체 사내 하청업체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비근한 예로 최근 타결된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사태를 들 수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해결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원·하도급 자체가 합법성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계는 이들 하청노동자들을 조직화해 노조의 힘(단협 체결)으로 보호하는 전략을 구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과 원청 자본 간의 대리전 양상도 벌어진다.

원-하도급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없는 한 이번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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