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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건 천안함 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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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건 천안함 만이 아니다

[김종배의 it] 국방부장관 말보다 예비역 증언이 신뢰받는 까닭

침몰한 건 천안함 만이 아니다. 정부의 신뢰 또한 탁한 바다속으로 가라앉았다. 곳곳이 난리다.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불신에 반발이 더해진다.

사례가 너무 많아 열거할 수 없다. 딱 두 가지만 추리자.

원태재 국방부 대변인이 부인했고 김태영 국방장관 역시 부인했다. 천안함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인 독수리훈련에 참가했다가 오폭사고로 침몰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를 전면 부인하면서 NLL 인접 해상에서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면서 이렇게 주장했다.

국방부의 '수장'과 '입'이 이렇게 말했는데도 언론은 믿지 않았다. '독수리훈련'이라는 '고유명사'를 '특수 임무'라는 '일반 명사'로 바꿔 또 다시 의문을 제기했다. 1200톤급의 대형 초계함이 수심이 얕은 백령도 인근 1마일 지점까지 접근한 이유가 여전히 납득 되지 않는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2함대 사령관이 부인했고 해군 역시 부인했다. 50개의 검은 천막을 친 이유가 장례 준비 때문이라는 실종자 가족의 의심을 전면 부인하면서 실종자가 생환하면 가족 면회소로 사용하기 위해, 또는 파견 나온 병력 숙소로 사용하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 주장했다.

사령관과 해군이 이렇게 말했는데도 실종자 가족은 믿지 않았다. 오히려 사령관과 해군의 해명이 오락가락 하는 사이에 검은 천막을 모두 철거했다.
▲ 실종자 가족이 지난 28일 군 관계자에게 항의하고 있다. ⓒ연합

상황이 이렇다. 불신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풍선마냥 부풀어올라 있다. 정부와 군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왜일까? 대형 재난을 맞아 관민이 합심을 해도 모자랄 판에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걸까?

원인은 '통제'에 있다. 군사기밀을 공개할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 앓는 경우, 그리고 추측과 오해가 해프닝을 부른 경우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근본적이고 공통된 원인은 '통제'에 있다. 통제해서는 안 되고 통제할 수도 없는 부분을 통제하려 한 당국의 처사가 총체적 불신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대충 살펴도 보인다. 언론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를 보면 '예비역'이 다수 등장한다. 전직 해군 함장, 전직 수병이 잇따라 등장해 '통상'과 '관행'을 언급한다. 헌데 이게 정부 발표와 어깃장을 낸다. 정부는 천안함이 15차례에 걸쳐 백령도 인근을 지나갔다고 주장했지만 '예비역'들은 비상상황이 아닌 한 그런 경우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정부가 더 구체적인 설명 또는 자료, 즉 15번이나 백령도 인근을 항해한 게 사실이라면 이를 입증할 자료를 공개하면 될 터인데 입을 씻는다. 그냥 그렇다고만 한다. 생존자와 언론의 접촉을 차단하고, 생존자를 구출한 해경의 경위 파악조차 제지하면서 정보를 통제한다.

실종자 가족에 대한 태도 또한 그렇다. 내 자식 내 애인의 생사를 몰라 애 태우는 가족들에게 총부리를 겨눈다. 실종자 가족은 목을 길게 빼고 해군의 구조작업을 살피는데 사복을 입은 형사는 실종자 가족 틈에 끼어 목을 이리저리 돌린다. 단 하나의 정보라도 더 얻으려는 실종자 가족에게 상세한 설명을 하기는커녕 그들의 동태를 감시한다.

정보유통의 흐름이 바뀌었는데도 '관'은 바뀌지 않았다. 실종자 가족의 심정이 절박한데도 '관'은 바뀌지 않았다. 군의 초동대응만큼이나 더디게, 그리고 부실하게 '민'을 대하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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