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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전'을 꿈꾸는 당신…이 책을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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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자부활전'을 꿈꾸는 당신…이 책을 읽자"

[화제의 책]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21세기가 되면,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가고 알약 하나만 먹어도 하루 종일 배가 부른 세상이 열릴 줄 알았다. 불치병으로 신음하는 사람은 당연히 없을 줄 알았고, 콩나물 시루 같은 버스가 아니라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닐 줄 알았다. 정말이다.

30년 전만 해도, 전국의 초등학생에게 '과학 상상 글짓기' 따위의 숙제를 내는 게 연중 행사였다. 아이들은 '2000년대 한국'의 모습을 경쟁적으로 아름답게 묘사했다. 이런 숙제에 춥고 배고픈 이들의 모습을 담으려는 생각을 한 아이는 몇이나 있었을까.

어느새 21세기가 시작된 지도 10년이 지났다. 지금 비정규직을 전전하는 청장년은 초등학생 시절 상상했던 '2000년대 한국'의 모습을 기억이나 할까. 만약 기억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30년 전에는 어른들도 몰랐던 사실을, 지금은 초등학생도 안다. 시간이 흐른다고 세상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경제가 계속 성장만 한다는 믿음은 1997년 외환 위기와 얼마 전 금융 위기를 거치며 산산이 깨졌다. 과학이 진보하면 경제도 성장하고, 그렇게 되면 세상은 저절로 살기 좋아진다는 믿음 역시 깨진 지 오래다. 요즘 유행하는 스마트폰은 분명 30년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것들이지만, 이런 게 생겨났다고 해서 세상이 더 살기 좋아졌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자꾸만 옛날을 그리워한다. 박정희, 전두환 시절이 살기 좋았다는 게다. 막상 그 시절에는 '30년쯤 지나면 세상이 살 만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버텨냈을 이들이 말이다.

달나라로 수학여행 갈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은 더 풍요로워지고 더 똑똑해졌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 걸까. 사실 어려운 질문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답을 안다.

문제는 '양극화'다. 1997년 외환 위기 전만 해도, 똑똑하고 부지런하기만 하면 누구나 '중산층' 또는 그 이상의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믿음이 견고했다. 그러나 지금은 제법 먹고살 만한 이들마저도 '몰락'을 걱정한다. 불룩하던 중산층은 이제 모래시계의 가운데처럼 홀쪽해지고 있다. 여기에 한 번 모래시계의 아래쪽으로 떨어지면, 위로 올라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전망까지 겹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졌다. '30년 뒤'를 상상해보라고 했을 때, 그저 장밋빛으로만 그릴 수 있는 이들이 지금은 몇이나 될까.

사회 전체를 휘감고 있는 불안. 그게 한 번씩 몸을 뒤챌 때마다 새로운 유행이 생겨나곤 했다. 때론 '10억 원 만들기'로 대표되는 재테크 열풍이었고, 어느 때는 공무원 시험 준비 열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유행도 결국은 시들해졌다. 어느 쪽도 점점 부풀어오르는 불안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까닭이다.

그렇다면, 이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10억 만들기'나 공무원 시험에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어차피 한정돼 있다. 그리고 성공한다고 해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완전히 가시리라는 보장은 없다. 답을 찾아가려면, 먼저 우리가 왜 불안한지부터 따져봐야 하한다. 우리는 왜 미래가 불안한 거지?

과학기술의 진보로 예전에 없었던 새로운 직업이 생겨난 만큼, 사라지거나 일자리가 줄어든 직업도 많다. 내가 가진 직업이 어느 쪽에 속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만약 일자리를 잃어버린다면, 또 불안정한 경기 탓에 사업이 망한다면, 그 때는 삶의 빛깔이 한순간에 잿빛이 된다. 여기에 겹쳐 건강까지 상한다면, 정말 답이 없다. 학원을 끊어야 하는 아이들은 울상을 지을 테고, 집을 구하느라 진 빚은 블랙홀처럼 가계를 빨아들일 게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대목은 이 부분이다. 지금은 바로 '2000년대'가 아니냔 말이다. 비록 달나라로 수학여행을 가지는 못하지만, 우리 사회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이고,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은 국제 시장에서 맹주로 군림하고 있다. 이 정도 경제력이 있는데, 국민들은 여전히 교육비와 병원비를 걱정해야 한다는 말인가. 가만히 돌아보면, 유럽 복지국가들은 이보다 경제력이 훨씬 떨어지던 시절에 이미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를 실시했었다.

▲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이상이 편저, 도서출판 밈 펴냄). ⓒ프레시안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10억 원 만들기' 따위의 개인적 처방이 아니다. 사회 전체의 틀을 새로 짜는 것이다. 보육, 교육, 의료, 고용 등에 대해 국가가 기본적인 안전망을 갖추는 것이다. 이런 제안이 낯설다고? <프레시안> 독자라면 그럴 리 없다. <프레시안>에 매주 칼럼을 연재해 왔던 복지국가소사이어티는 '보편적 복지'와 '역동적 경제'를 결합한 사회 경제 모델을 꾸준히 연구해 왔다. 그리고 그 결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발표해 왔다. 최근 출간된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이상이 편저, 도서출판 밈 펴냄)은 그 결정판이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내용은 광범위하다. 전통적인 복지 영역부터 의료, 노동, 교육, 재정 등에 이르기까지. 이유가 있다. 과거 한국 정부가 택했던 '선별적 복지'에서라면, 복지는 복지 당국자만의 몫이다. 복지 수혜자를 골라내어, 이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복지 수혜자가 되는 '보편적 복지'를 구현하려면, 국가의 틀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는 전제가 되는 철학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의 요점은 얼핏 복지 혜택이 필요 없어 보이는 부자도 복지 수혜자가 되게끔 하는데 있다. 이렇게 되면, 복지는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시혜가 아니라 모든 시민이 누리는 권리가 된다.

만약 부자 병원과 부자 학교가 따로 있는 사회라면, '보편적 복지'는 불가능하다. 이런 사회에선 부자들이 낸 세금 가운데 일부를 떼어 가난한 이들에게 베푸는 '선별적 복지'만이 가능할 뿐이다. 부자들은 돈만 내고 받는 게 없다고 느낄 가능성이 크므로, 세금을 줄이려 든다. 결국 정부 재정은 점점 줄어들고, '선별적 복지'의 범위는 계속 축소된다. 급기야 '선별적 복지' 수혜자들에게는 '무능력자'라는 낙인까지 찍힌다. 이렇게 되면,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이들 중에서도 자존심 때문에 혜택을 거부하는 이들이 나오고, 결국 공공 서비스 영역은 시장에 내맡겨진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교육, 의료 등 사회 서비스 전체를 공적 영역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보는 것은 그래서다. 그리고 이런 입장을 택하는 순간,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이 '보편적 복지' 철학과 맞물린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광범위한 이유, 그리고 복지국가소사이어티에 참여하는 학자와 전문가의 전공이 다양한 이유다.

최근 정치권에서 벌어진 무상 급식 논쟁을 통해 '보편적 복지'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이들이 낯설어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면, 오해도 많이 받는다. 예컨대 '복지 지출이 너무 늘어서 경제의 활기가 떨어지면 어떻게 하느냐'라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 저자들은 이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그냥 복지국가가 아니라 '역동적 복지국가'라는 표현을 쓴 이유를 살피라는 게다.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만 골몰하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이 창업을 기피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라는 이야기다. 지금 한국에서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고 경제가 활기를 잃어가는 이유는 '과도한 복지 지출'이 아니라 '복지의 부재'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사회 안전망이 없는데다 시장 질서는 공정하지 않으니 이미 기득권을 확보한 이들만 유리한 경제 구조라는 것.

튼튼한 사회 안전망이 있어서 누구나 새로운 도전에 뛰어들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사회, 역동적인 경제 생태계에서 탈락한 이들이 충분한 재교육 기회를 통해 '패자 부활전'에 나설 수 있는 사회.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을 쓴 이들이 만들어가려는 사회다.

힘든 일상에 시달리느라 '달나라로 수학여행 가는 꿈'은 오래 전에 잊었던 이들이라도, 이런 '역동적 복지국가'를 향한 꿈까지 버릴 필요는 없다. <역동적 복지국가의 논리와 전략>을 읽으며, 새로운 꿈을 품어보자. 함께 꾸는 꿈은 곧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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