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현장검증을 위해 총리공관 측은 집무실로 바뀐 현장을 비우고 원형 탁자와 의자, 장식장, TV, TV 받침대 등을 당시 상황에 맞게 복원했다.
복원된 현장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 한명숙 전 총리는 이동 동선을 재연했고, 당시 경호팀장이던 최모 씨, 수행과장이던 강모 씨, 의전비서관 조모 씨, 경호원 윤모 씨 등이 참여했다.
곽 전 사장은 자신의 주장대로 의자에 각각 2만, 3만 달러가 든 봉투를 놓는 장면을 연출했다. 재판부는 이동에 걸리는 동선과 시간, 돈봉투를 의자 위에 올려두는데 걸리는 시간, 오찬 후 밖으로 빠져 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을 꼼꼼히 체크했다.
▲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한 전 총리의 뇌물수수혐의에 대한 현장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
검찰 측에서는 곽 전 사장이 의자에 돈을 두고 나올 당시 한 전 총리가 남아서 돈봉투를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한 전 총리 측은 통상 '호스트'인 한 전 총리가 가장 먼저 나와 손님들을 배웅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히 수행과장과 경호팀 관계자들이 법정에서 변호인 측의 주장에 힘을 싣는 증언을 내놓아 검찰이 경호원 윤모 씨를 다시 불러 조사를 벌이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윤 씨는 법정에서 "8년간 총리실에서 근무하면서 총리가 (다른 손님들보다) 늦게 나오는 일을 본 적이 없다"는 취지로 증언했었다.
검찰은 "윤 씨가법정에서 진술을 바꿔 위증에 대한 혐의가 있어 조사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변호인 측은 "법정에서 증언을 마친 증인에 대한 재조사는 법원에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윤 씨를 재조사한 것은 현장검증에서 검찰에 유리한 진술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이 시작된 이상 공개된 법정에서 증언을 공격해도 되는데 굳이 검찰로 불러 조사하는 것은 협박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편 반환점을 돈 재판은 앞으로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 당시 오찬 참석자와 곽 전 사장의 인사에 개입했던 인사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거쳐 31일 심리를 종결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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