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 초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으로 새 한국은행 총재에 내정된 김중수 OECD 대사가 "경제정책은 선택의 문제이며 그 우선순위를 최종적으로 정하는 것은 대통령의 몫"이라고 말해 세간의 걱정을 더욱 부채질했다.
김 내정자는 17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결국 정책은 선택의 문제이며 한 나라의 경제정책을 움직이는 방향성은 대통령이 중심을 잡는 것"이라며 "한은 총재로서 이런 방향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해 대통령의 확실한 우선권을 인정했다. 때론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는 게 중앙은행의 역할이라는 점에서 우려되는 인식이다.
이런 가운데 '선배' 한은 총재였던 박승 전 한은 총재가 17일 <서두원의 SBS 전망대>와 인터뷰에서 김중수 내정자에게 조언했다. "한은 총재는 나라의 금고지기"라면서 "한은 총재는 나라의 당장보다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고 중앙은행 총재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히 밝혔다.
"금고에서 돈 풀면 모두가 좋아하지만…"
박 전 총재는 "금고에서 돈을 풀면 경기도 흥청대고 정부도 좋아하고 국민도 좋아한다"며 "그러나 1년, 2년, 3년 지나면 물가는 오르고 나라 경제는 적자가 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며 "금고를 지키는 사람은 정치로부터 독립해야 하고 행정부로부터도 독립해야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국민들의 인기로부터도 독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중수 내정자는 비교적 무난한 분이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정치적 독립성 부분에 대해선 조심스럽게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매우 약하고 이걸 강화해야 하고 위상을 높여야 하는데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한은의 금융안정 기능을 부여하고 제한된 금융검사권을 주는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는데 이런 어려운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가 다소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정책의 최종결정은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는 김 내정자 발언에 대해 "통화정책은 중앙은행이 하는 것이고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정부가 관여하는 않는 것이 선진국의 통례"라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 기획재정부의 열석발언권 행사 등 한은의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의 압력이 증가한 것에 대해 박 전 총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행정부가 지켜줘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과 정부와 관계 설정에 대해서도 "정부와 중앙은행의 관계는 견제와 균형의 보완관계"라면서 "항상 정부는 돈을 풀기를 바라고 금리는 내리기를 바란다. 독립성을 확고히 가지고 정부와 잘 협조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리, 이대로 가다가는 내년 이후 반드시 부작용 나타나"
한편 박 전 총재는 현재의 2%라는 초저금리에 대해 매우 큰 우려를 표명하면서 "금리는 지금부터 서서히 올리기 시작해야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한국경제는 미국과 유럽과 달리 이미 10년전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을 잘해서 기초체력면에서 훨씬 양호하고 경제회복 속도도 가장 빠르다"며 "출구전략, 금리를 올리는 일도 뒤늦게 갈 일이 아니라 앞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5% 성장을 장담하면서도 금리를 2% 수준에 묶어두라고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과거 총재직을 수행한 바로는 현재 기준금리는 4~5%되는 게 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대로 방치한다면 내년 이후 반드시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경고했다.
민간경기가 아직 침체 상황이고 700조 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 때문에 금리를 올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박 전 총재는 "지금 민간 경기가 침체하고 있는 것은 금리와 무관하다. 금리 때문이 아니고 고용없는 성장으로 인한 실업과 양극화로 자영업과 중소기업이 침체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선 "장기적으로 보면 이렇게 금리가 낮아지면 예금은 줄고 대출은 늘어난다. 가계부채가 오히려 누적 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상태가 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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