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덕 (프로듀서, <밤과 낮> 제작) : 영진위는 작년부터 독립영화 관련 지원을 축소해왔다. 현재는 상업영화만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 나같은 제작자는 참 힘이 든다. 작년 말부터 영진위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2010년 사업계획 발표를 기다려왔지만, 1월에는 2월에 발표한다며, 2월이 되자 다시 3월에 발표한다며 계속 늦추고 있는 상황이다. 영진위가 제발 영화진흥이라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변영주 (감독, <밀애> 등 연출) : 선언에 참여한 명단을 보면 알겠지만 최근 5년간 영화계 현장에서 활동해온 이들 대부분이 참여하고 있다. 지금도 계속 서명을 받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영화판이 누구 말대로 죄다 좌파들이어서 그렇겠는가? 지금의 사태는 좌우의 문제가 아니라 비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제안해 주도해온 사업을 그저 지원만 해왔으면서 공모를 하는 것도 말이 안 되지만, 그 공모 과정도 불투명하기 짝이 없다. 뭘 해도 불투명하다. 1차 공모에서 꼴찌를 한 단체가 재공모에서 1등이 되는가 하면, 심지어 선정된 사업자가 급조된 단체 맞다고 스스로 인정하고 있을 정도다. 정치적 성향 같은 건 따질 필요가 없다. 그냥 제발 일이나 제대로 했으면 한다. 영진위가 관리하고 있는 돈은 관객들이 티켓값으로 낸 돈의 일부이며, 결국 국민의 돈이다. 그런데 영진위가 어떻게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 시네마테크를 소유한 것인 양 대하는가. 영진위는 지난 6개월간 직무유기를 해왔다. 정치권의 문제였으면 특검을 받을 만한 사안이다. 공공기관의 장이라는 사람이 마치 초등학생이 개학 전 날 몰아서 방학숙제를 하는 듯 일을 해서야 쓰겠는가. 지금 영화계의 분노는 너무나 뻔한 것들, 그러니까 무능하고 잘못됐으며 투명하지 못한 방식으로 일을 한 사람에 대한 반발이다. 제발 친구를 돕는 건 자기 돈으로 했으면 좋겠다. 또한 영화아카데미를 정리하겠다는 건 더 이상 젊고 똒똑한 피를 수혈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영진위의 직원들은 세계 어디에 가도 드문 일 잘하는 사람들이다. 제발 그분들 일 좀 하게 해달라. 그리고 조위원장도 제발 일 좀 제대로 하시라.
▲ 영화사 청년필름의 대표이자 <친구사이?> 등을 연출한 김조광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프레시안 |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 영화인 선언을 몇 번 조직해 봤지만 이번엔 참 쉬웠다. 전화를 걸 때마다 받는 이들이 사태를 이미 다 잘 알고 기꺼이 동참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변영주 감독은 '불투명'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나는 '무능'의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독립영화전용관은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갔는데도 썰렁하기 짝이 없고, 영진위가 무작정 넘긴 아카데미 영화들이나 상영하고 있다. 사람이 미어터졌던 미디액트인데 지금 미디어센터엔 수강생이 별로 없다. 이런 무능함을 보이는 사람들이 남 탓만 하고 있다. 제발 자기 탓 좀 하며 운영했으면 한다. 이런 무능한 이들을 뽑아놓고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영진위, 점점 더 많은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시네마테크도 재공모를 한다던데, 또 어떤 단체가 급조돼서 사업자로 선정될지 아득하다. 영화인들의 바람은 그저 영화를 잘 찍어서 상영해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다. 영화인들이 제발 선언 같은 거 말고 영화 좀 찍을 수 있게 해달라.
최진욱 (영화노조 위원장) : 민간위원회인 영진위가 현장의 의견을 듣고 반응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계속 문제가 생기고 있다. 선언에 참여한 이들은 현재 한국 영화계 현장 종사자 인원의 절반 이상이다. 영진위는 '소통'에 대해 그 방식가 구조 면에서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하다. 스탭들 복지문제를 내일부터 논의하게 될 텐데, 제발 현장과 괴리된 의견을 갖고 이런 식의 자세로 대화에 임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전과 다른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선언은 단지 선언으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영화인들을 코너로 몰지 말라. 코너로 더 몰면 취할 다른 방법들이 많다.
홍형숙 (감독, <경계도시 2> 연출) : 문화는 사회라는 거목의 뿌리다. 일개 문화관료가 사견으로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유인촌 장관이나 조희문 위원장도 그저 스쳐지나갈 사람에 불과하다. 함량미달인 분들의 보살핌은 받고싶지 않다. 변영주 감독은 "일 좀 제대로 하시라"고 말했지만 나는 오히려 "일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해결책은 처음부터 새로 다시 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문광부와 영진위는 비합리와 몰상식의 최고봉이었다. 문화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할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왔다. 그러니 두 분은 책임지고 사퇴하시라. 그래야 뿌리를 논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길 것이다. 사퇴하고 나면 시간이 많이 남으실 텐데, 그러면 모레 개봉하는 <경계도시 2>를 꼭 보러 오시라. 보시면 할 말이 많으실 것이다. 두 분을 위해서 내가 기꺼이 자리를 마련하겠다.
▲ 배우이자 <오로라공주>를 연출하기도 한 방은진 감독.ⓒ프레시안 |
방은진 (영화배우 겸 감독, <오로라공주> 연출) : 이 선언은 사실상 영화인들끼리의 대립이 아니라, 관객들의 권리를 두고 벌어지는 싸움인 셈이다. 이것은 문제에 주체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다. 영화는 끊임없이 관객과의 거리를 좁히려 가까스로 노력해 왔건만, 어째서 영진위가 그 거리를 다시 넓히려고 드는 것인가.
이용배 (에니메이션 감독, 영화아카데미 비대위 위원장) : 지금 일은 명백히 문광부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열린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조희문 위원장이 '한국영화의 밤'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번 베를린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중 반 이상이 영화아카데미 출신 감독의 작품이거나 졸업생의 작품이다. 특히 졸업작품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 영화제에 초청됐다. 다른 영화제 관계자들이 "어떻게 한 학교의 영화를 2년 연속 초청할 수 있느냐"며 베를린영화제에 놀라워한다. 바로 그런 곳이 영화아카데미다. 그런데 좌파영화, 반미영화 만드는 사람들이나 만들어낸다며 영화아카데미를 없애려 하고있다. (12월부터 공석이었던) 영화아카데미 원장을 이제서야 공모한다고 한다. 오늘에야 우리 비대위 위원장과 얼굴 좀 보자는 연락이 왔다. 이게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최현용 (영화단체연대회의 사무처장) : 선언 참여 명단을 보면 허진호 감독이나 최동훈, 봉준호 감독, 권해효 씨 등 유명한 분들도 많지만, 영화 스탭들과 영화과 학생들도 대거 참여하고 있다. 이제까지 당사자들이 주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영화인들 전체가 뜻을 모은 것이다. 강한섭 전 위원장과 현 조희문 위원장까지, 영진위 4기가 출범한지 2년이 지났는데도 중장기 영화진흥 기획안은 발표되지 않고 있다. 이를 발표하는 것은 영비법이 명시해놓고 있는 영진위의 의무사항인데도 그렇다. 김영덕 프로듀서의 지적대로 올해 사업계획 역시 아직까지 나오고 있지 않다. 올해 사업 중 딱 3D 사업에 대해서만 발표했을 뿐이다. 모두들 지적하셨듯 이렇게 일을 안 하고 있는데도,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 시네마테크 등 세 곳에 대한 공모와 영화아카데미에 대해서만큼은 참 열심히 진행을 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모습이 하루빨리 정상화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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