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수수 혐의 재판이 이번 주 분수령을 넘는다. 한 전 총리의 4차 공판(15일)을 시작으로, 주요 증인들의 증인 심문이 이번 주 줄줄이 예정돼 있어 검찰과 한 전 총리 측의 치열한 법정다툼이 예상된다.
지금까지 진행된 3차례 재판에서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은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전달한 경위, 골프채 선물 여부 등에 관해 밝혔으나, 이 과정에서 곽 전 사장의 오락가락한 진술이 검찰을 곤혹스럽게 했다.
곽 전 사장은 검찰조사에서는 "5만 달러가 든 돈 봉투를 한 전 총리에게 건네줬다"고 진술했으나, 법정에서는 "돈 봉투를 직접 준 것이 아니라 의자에 두고 나왔고 한 총리가 봤는지 챙겼는지 모른다"고 했다.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의 일관성'이 흔들린 반면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이 일기도 했다. 또한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의 두터운 친분을 주장했던 검찰과 달리, 곽 전 사장은 총리 공관에서 돈을 주려고 한 이유에 대해 "총리를 만날 수 없어서"라고 답하기도 했다.
수세에 몰린 검찰은 "큰 틀에서 뇌물을 건넸다는 곽 전 사장의 진술이 바뀐 것은 아니"라며 "나무의 뿌리나 몸통은 그대로 있고 일부 잔가지가 흔들렸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곽 전 사장의 핵심 진술이 수시로 바뀌어 검찰이 한 전 총리의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곽 전 사장과 사건 관련 증인들의 진술을 토대로 혐의 입증을 위한 반격을 시도할 계획이다.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이 15일 곽 전 사장 및 그의 가족과 함께 증인 신문을 받을 예정이며, 17일에는 박남춘 전 청와대 인사수석과 문해남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 골프숍 관계자 등의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18일에는 총리 공관 오찬을 수행한 총리실 직원과 곽 전 사장의 운전기사 등이, 19일에는 이국동 전 대한통운 사장이 증인석에 앉는다.
검찰은 증인들을 통해 곽 전 사장이 한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넨 경위와 한 전 총리의 인지 여부, 그리고 한 전 총리가 곽 전 사장의 석탄공사 사장 지원에 도움을 줬는지 등을 추궁할 예정이다.
한편 한 전 총리는 14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법정 스님의 입적과 관련해 "진실이 거짓의 사슬에서 자유롭게 풀려나는 날 송광사 뒷산 불일암으로 찾아뵙겠다"는 글을 남겼다. 또한 이날 오후에는 서울 강남의 한 서점에서 자신의 자서전 출판 기념 사인회를 열기도 했다. 재판 승리의 확신과 자신감으로 해석되는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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