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전액 잠식으로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인 금호산업이 이달 내에 자본을 확충해 상장폐지를 피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채권금융회사들이 전체 채무 중에서 2조 원 안팎을 우선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금호산업이 조만간 자본 완전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증시 상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2009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1조1천299억 원 더 많은 마이너스(-) 자본 상태로, 자본 전액 잠식 기업을 퇴출시키는 상장규정에 따라 증시에서 상장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금호산업은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일인 이달 31일까지 자본금 잠식을 해소하는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다. 금호산업은 11일부터 자본 잠식을 해소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때까지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금호산업은 자본 잠식 상태를 감안할 때 1조2천억 원의 자본만 수혈되면 완전 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상장폐지도 면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채권금융기관들은 4조 원 규모의 출자전환 대상 채권 중에서 2조 원 정도만 우선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출자전환은 채권자인 금융회사가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시키기 위해 채무자인 기업에 빌려준 대출을 주식으로 전환해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을 말한다. 대출을 주식으로 바꾸면 자본은 확충되고 부채는 줄어들어 기업이 자본 잠식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완료하더라도 금호산업이 상장을 유지하려면 이달 31일까지 한국거래소에 2009회계연도 재무제표상 자본 완전 잠식을 해소했다는 외부감사인의 재감사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금호산업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서는 자본 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출자전환 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출마감 등의 시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달 31일까지 자본 잠식 상태를 해소할 만한 자료를 제출해야 상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채권단 관계자도 "채권단 내부에서는 금호산업 출자전환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달 내에 출자전환을 완료하고 외부감사인의 재감사 의견을 받아 거래소에 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산업 역시 이달 25일까지 채권단이 출자전환을 완료하면 31일까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재감사 보고서를 받아 거래소에 제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금호산업은 1976년 6월부터 횟수로 35년째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장수 상장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금호아시아나그룹 4개 계열사들 중에서 금호산업만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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