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 공길, 나는 너를 이해한다
"난실 속에서 살고 싶었던 꽃이랄까.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햇빛 내리쬐면 그 빛을 받아들이는 들판의 꽃이 꽃다울 진데, 누군가 자신을 더 바라봐주고 사랑해주길 바랬던 꽃. 온실 안에 있길 원했는데 알고 보니 자연 속에서 꽃답게 있는 것이 좋았던 거죠. 화분 속에 홀로 심겨져 그 향기로 사랑을 받고 싶었는데 자연 속에서 자신과 닮은 꽃들과 함께 있을 때 향기가 더욱 진하고 아름다웠던 거예요. 외로움을 많이 타고 누군가 진심으로 보듬어주길 바랬던, 안타까운 꽃이 아닐까 싶어요." 배우 김호영은 공길을 이렇게 표현했다.
10년 동안 관객의 꾸준한 찬사를 받아온 연극 '이'에서 김호영은 공길 역으로 열연 중이다. 공길을 바라보는 김호영은 언제나 마음 한켠이 아리다. 공길은 사람을 사랑했고 사랑받길 원했으나 그만큼 힘들었다. 남들보다 조금 현명했기에, 또 안식을 바랐기에 자신의 꽃들을 온실로 들였으나 들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자유롭게 흔들리고 싶었던 꽃들은 공길을 이해하지 못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왕의 남자' 공길보다 연극 '이'의 공길이 더 현실적이지 않나 싶어요. 궁궐에 들어가 출세하겠다는 구체적 계획이 없더라도 조금 더 사랑받고 편하게 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을 한 거예요. 그리고 사랑하는 장생과 광대들을 궁에 머물게 했죠. 이 작품에서 공길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과적으로 다들 공길의 진심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아."
- 무대 위에서 믿을 것은 오직 '나'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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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호영은 2006년 처음 공길로 무대에 올랐다. 당시 첫 정극 도전이기도 했다. "연극을 학창시절부터 했었고 대학에서 전공도 했지만 뮤지컬로 데뷔를 했었기 때문에 뮤지컬 배우라는 것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당시 나이도 어렸던 데다가 남들과 조금 다른 행동과 대사를 해 생소하게 느껴지면 다들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네가 뮤지컬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그래서 공연이 끝날 때는 '호영씨, 우리 다음 작품도 같이 해봐요'라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해보자고 다짐했어요." 그 후 4년, 영리한 배우 김호영은 비우는 법을 터득했다. 비워진 공간에는 김호영이 아닌 공길, 바로 그가 들어왔다. "4년이 지난 지금은 특별히 뭔가 하지 않아도 그 부분에 젖어들어 표현될 때가 있어요. 스스로 표현하고도 멈칫하죠. 알게 모르게 성숙되지 않았나 싶어요."
- 나의 이미지, 그것은 내 노력의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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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중성적 이미지는 몸에 맞춘 듯 캐릭터를 소화해 낸 그의 능력 때문이다. 그 에너지는 사람을 취하게 만든다. 배우 김호영은 함께 있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배우다. 그는 아름답고 당차며 끊임없는 고민 속에서도 유쾌하다. 영원히 성장하며 발전할 것 같은 이 배우는 오늘도 공길을 바라본다. 아마도 연극 '이'가 막을 내리는 날까지 애잔하며 아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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