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이면 지방선거·교육감 선거가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바로 이 선거판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을 던지겠다는 것이다.
배경은 굳이 살필 필요가 없다. 한나라당 지방선거기획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두언 의원이 이미 대놓고 말했다. "전교조의 실상을 낱낱이 밝혀 이번 선거를 전교조 심판으로 몰아가겠다"고 했다.
그림이 대충 그려진다. 이미 수능과 일제고사 성적을 공개했고 학교정보 공시제와 교원평가제에 발동을 걸었다. 이렇게 깐 밑판에 전교조 조합원 명단으로 기둥을 세우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경찰에서 검찰로 넘어간 전교조 조합원의 민노당 가입 및 당비납부의혹사건을 적절한 때에 활용하면 지붕까지 얹을 수 있다. 간단히 말하면 전교조의 '무능'과 '일탈'을 부각시켜 학부모들의 비판 여론을 확산시킨 다음에 그 여파가 진보교육감 후보 및 야당 단체장 후보에게 미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어떨까? 여권의 이런 전략이 먹힐까?
물론 맘 먹은대로 다 되지는 않을 것이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으니까.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일수록 학력이 낮고(기사 참조), 교원평가제 실시학교일수록 학력이 높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근거가 이미 제시됐고(기사 참조), 전교조 조합원이 민노당에 냈다는 돈이 당비인지 후원금인지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이미 나왔으니까 무한질주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점은 기실 중요치 않다. 여권이 설정한 프레임 속에서 싸우는 '국지전'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중요한 건 따로 있다.
선거판을 흔드는 요인에 '전교조'만 있는 게 아니다. 이미 무상급식 문제와 교육계 비리 문제가 전교조 조합원 명단 공개만큼이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해 있고, 여권이 전교조 심판을 꾀하는 만큼이나 야권은 'MB교육 심판'을 벼르고 있다. 게다가 진보진영은 교육감 후보 단일화에 박차를 가하는 반면 보수진영은 우후죽순 나서고 있다.
분명하다. '전교조 변수' 하나에 매몰돼 단선적으로 평가하고 단순하게 전망할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쳐낼 수 없다. '전교조 변수'가 일정하게 지방선거·교육감 선거판에 영향을 미칠 일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008년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공정택 후보가 '반전교조' 구호를 내세워 보수층의 결집을 끌어냈던 경험을 상기하면 그렇다. 여권이 이때의 성공사례를 교본 삼아 'MB교육 심판' 요구를 '전교조 탓'으로 희석시킬 게 뻔한 점을 고려하면 그렇다.
결국은 프레임이다. 어느 쪽이 프레임을 선점해 공세적 위치에 서느냐가 관건이다. 바로 이 점이 널려있는 복합요인을 주요요인과 부차요인으로 가르고, 바로 이 점이 선거판의 능동태와 피동태를 가른다.
참고삼아 한 마디 덧붙이면 야권의 기민성과 대응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무상급식 공약 하나에 매달린 채 나머지 교육 이슈들을 맥없이 놓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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