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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18] 낭만은 여전히 존재한다,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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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18] 낭만은 여전히 존재한다,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

[공연리뷰&프리뷰] 2개의 작품, Two New Musical

무도회에서 왕자를 사로잡았던 신데렐라는 밤 12시가 되면 남루한 옷을 입고 집안일을 도맡아하는 부엌때기로 돌아온다. '계모와 언니들의 구박을 한 몸에 받으며' 우울의 절정을 달리고 있던 신데렐라는 그 한 번의 무도회 참석으로 신분상승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낚았다.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모든 화려함이 사라질 즈음, 신데렐라는 그곳을 빠져나오며 구두 한 짝을 흘린다. 12시, 신데렐라가 화려함을 벗었고 이제 왕자와 신데렐라의 '사랑 찾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8시, 알프레드와 조세핀도 진실한 사랑을 찾기 위해 화려함을 벗는다.

▲ ⓒ프레시안

알프레드와 조세핀은 축복받은 소수의 재력가로 돈이 남아돌아 오히려 쓸모없어진 선남선녀다. 돈 많은 것들이 그렇듯 이들도 풍요속의 빈곤을 느끼며 하루하루 시들어가고 있다. 권태 속에서도 로맨스 꿈꾸기를 잊지 않았던 이들은 사랑을 찾기 위해 모험을 한다. 바로 변장하는 것이다. 어떻게? 가난하고, 초라하고, 무능력하게. 가진 것들은 이러고 논다.

- [The Little Comedy] 발칙한 '낭만' 찾기

▲ ⓒ프레시안
돈 많고 잘생긴 알프레드는 가난한 시인으로, 화려한 연애편력을 자랑하는 조세핀은 모자가게의 재봉사로 변장한다. 완벽히 계산된 각본 하에 이뤄진 이들의 '가난'은 예상했듯 서로를 끌어당긴다. 나와 '다름'을 특별함으로 받아들이고 매력을 느끼는 것은 인간의 오래된 습관이다. 사랑에 빠진 이들은 시골로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행복하지만은 않다. 여관은 너무 더럽고 냄새나며 무료하고 식사는 형편없다. 이 가난에 싫증나 없는 이유를 만들어 도시로 돌아가는 길, 알프레드는 견딜 수 없었는지 1등 칸의 표를 구한다. 사치와 낭비에 질색하는 연기를 펼쳐야 할 조세핀은 그 허위의식을 다그쳐야함에도 불구, 자신도 모르게 반짝이는 눈망울로 환호성을 지른다. 가난이 주는 피곤함에 지친 이들은 자신의 신분 밝힐 것을 다짐한다. 그리고 다음날, 두 사람은 약속 장소에 나가 서로의 '진짜 모습'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그 순간의 짜릿함은 그들이 아닌 관객들이 느끼게 된다. 내숭 백단에 앙큼한 여우 조세핀과 능글맞은 구렁이 알프레드가 이깟 일에 허둥댈 리 없다.

알프레드와 조세핀의 발칙한 '낭만 찾기'는 그들만큼이나 매력적이고 재치 있다. 진실한 사랑을 찾기 위해 거짓을 선택한 이들의 아이러니한 행동과 대화는 생기가 넘친다. 낭만과 로맨스를 꿈꾸는 세기의 남녀들. 이 유쾌한 해프닝을 보며 매력을 느꼈다면 당신도 로맨스를 꿈꾸는 또 한 명의 발칙한 로맨티시스트!

- [Summer Share] '낭만'이라는 인류의 공감대

▲ ⓒ프레시안
19세기 비엔나의 상류층들은 그렇게 2막으로 넘어왔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죽자고 달리는 자동차들, 소음들, 그리고 이상한 복장의 사람들.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는 1막과 2막이 나눠져 독립된 이야기를 전한다. 1막과 2막이 가진 서사의 연관성은 없으며 사전지식이 없던 관객들은 당황하게 된다. 이것은 알프레드와 조세핀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놀라 무대 뒤로 들어가고 이제 21세기 바닷가, 부부동반 여름휴가를 떠난 '그'와 '그녀'가 등장한다.

오랜 친구 그와 그녀는 아내와 남편이 잠들어버린 새벽 2시, '결혼 하난 참 잘했지'라며 각자의 결혼생활을 자랑하는데 여념이 없다. 사실 그것은 자신의 결혼생활이 엉망진창임을 알리는 신호. 이 '풍랑경보' 속에서 난파되기 직전의 배에 올라탄 운명의 주인공들처럼 이들은 '차마 하지 못한 말'을 전한다. 그리고 사랑이냐 불륜이냐, 이 식상한 관계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시작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지만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는 막장으로 치닫지 않는다. 이 작품은 진부한 설정 속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심리를 섬세하고 리얼하게 그려내므로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상상 속에서의 불륜이 현실이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면서도 '실패'하고 마는 대부분의 인간 모습을 담았다. 그러나 단순히 실패라 하기에는 조금 더 복잡한 무언가가 있다. 우정의 관계마저 끝난 듯하지만 긴장감 속에서 "오늘 난 다 네 거야"라는 말과 함께 사라지는 그녀는 아직 로맨스와 환상이 존재함을 알려준다. 인간 세상에 로맨스와 낭만, 환상을 뺀다면 너무 삭막하지 않은가.

뮤지컬 '로맨스 로맨스'는 배우 조정은의 복귀 작으로 화제를 모았고 무대에 오른 그녀는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두 주인공(최재웅•조정은)의 연기는 감정의 변화를 예민하게 집어내는데 한몫했다. 반면 조연들은 주연들을 받쳐주기 위한 도구로 단순하고 기계적으로만 묘사된 아쉬움이 있다. 타이트한 1막보다 템포가 느려지고 여백이 많아진 2막도 여전히 환상을 꿈꾼다. 낭만은 언제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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