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사제 1100여 명의 4대강 사업 반대 선언,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간의 대규모 공동 기도회 계획 등 잇따르는 종교계의 4대강 반대 움직임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언론들에 대해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10일 87년 5공 때보다도 못하다고 맹비난했다.
이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http://jkl123.com)에 올린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 하는가'라는 글에서 지난 8일 있었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전국 사제 선언'에 대해 "내 기억으로 천주교단 사제의 1/4이 넘는 숫자가 참여한 사제선언문이 발표된 전례는 없었던 것 같다. 이런 전대미문의 사건이 전혀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 누가 그 말을 믿겠냐"면서 "그런데 이 사제선언과 관련해 한 가지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한 기사는 극소수의 언론에서만 찾아볼 수 있을 뿐, 대다수의 언론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87년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도 대서특필하던 언론들이…"
이 교수는 앞서 1987년 직선제 개현을 요구하는 서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에 참여하게된 경위에 대해 밝히면서 "내 얄팍한 생각으로, 참여는 하지만 가능한 한 외부에 알려지지 않으면 좋겠다고 바랐지만 교수 대표들이 시국선언을 발표하자마자 모든 일간지가 대서특필해 그 일을 보도했다. 그때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 수는 40여 명으로 1000명이 넘는 서울대학교 교수 중 극소수에 불과했다. 극소수의 교수들이 일으킨 작은 사건으로 치부해 무시해 버리면 되는 일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비중 있게 다뤘다"고 회고했다.
그는 "되돌아보면 그때는 우리 언론이 나름대로의 구실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직도 권위주의적 통치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었다. 정부는 언론이 교수들의 시국선언 관련 보도를 자제해 주기를 바랐을 것임이 틀림없다. 그런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국선언을 비중 있게 다뤄준 것은 나름대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바로 그런 용기 있는 행동이 6월 항쟁의 불꽃을 더욱 강렬하게 만들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고 언론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생태계가 죽어간다는데 보수라고 박수칠 일인가"
반면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이번 4대강 저지를 위한 사제 선언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아마도 현 정부에 불리한 기사가 될 것임을 우려해 알아서 싣지 않기로 결정했으리라고 짐작한다"며 "사실 이런 언론의 행태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현 정부 들어오면서 언론이 권력 앞에서 '알아서 기는' 행태가 눈에 두드러지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도대체 1987년 봄의 기백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는 "주교들까지 포함된 천주교 사제들의 집단행동이 흔히 볼 수 있는 사소한 사건은 결코 아니다. 이번의 사제선언은 극소수 젊은 사제들의 돌출행위가 아니라 천주교단 전반의 생각이 반영된 집단적 행동"이라면서 "그렇다면 보수를 표방하든 진보를 표방하든 정도를 걷는 언론이라면 마땅히 그것을 기사화해 독자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4대강 문제는 보수와 진보 사이의 대립구조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전 국토의 생태계가 죽어간다는데 보수라고 박수를 칠 일은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일부 언론이 결성한 침묵의 카르텔은 4대강 사업과 관련된 논란 그 자체의 은폐를 시도하고 있지만 이는 손바닥으로 태양을 가리려 하는 것과 같은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언론의 도움이 전혀 없다 하더라도 진실은 언제든 반드시 밝혀지게 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나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늘 역사적 심판을 강조해 왔다"면서 "우려했던 문제점들이 터져 나오고 절대로 해서는 안 되었던 사업으로 판명되면 이 사업의 강행을 주장했던 사람들은 준엄한 역사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들뿐 아니라, 침묵의 카르텔을 결정해 문제점의 은폐를 시도한 일부 언론들도 함께 역사의 심판대에 올려져야 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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