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진화의 역사는 수백만 년이다. 이 기간 동안 인간은 하루의 반을 빛 하나 없는 밤에 적응하면서 보냈다. 횃불, 촛불, 등불 등 조명을 위한 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때도 대부분의 인간은 밤을 거부할 생각을 감히 하지 못했다. 이게 바로 수십 년 전까지 우리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인간이 전등을 켜고 밤에 생활을 하게 된 것은 불과 수십 년 전의 일이다. (오늘날도 세계의 많은 곳은 여전히 밤에 적응하면서 살고 있다.) 이런 수십 년은 수백 만 년이나 되는 긴 진화의 역사, 특히 그 중 대부분을 아프리카 초원에서 살았던 인간의 상황을 염두에 두면 아무 것도 아니다.
인간의 신체는 수백만 년 동안 밤에는 잠을 자도록 빚어졌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현대 문명은 밤에도 여러 가지 활동을 할 것을 권한다. 이 과정에서 신체의 균형, 바로 양기와 음기의 균형이 깨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밤에 잠이 오지 않는 것, 즉 불면증은 바로 이렇게 균형이 깨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 현대인을 괴롭히는 새로운 질병, 불면증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프레시안 |
그렇다면, 이런 불면증으로부터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잠을 잘 오게 한다고 널리 알려진 것은 상추다. 옛 속담에 "고추밭에 상추 가리는 년"이라는 말이 있다. 남편을 위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음욕을 채우는 여성을 가리키는 말이었는데, 이 말처럼 상추는 음기를 상징하는 식물이었다. 속이 찬 사람이 상추를 먹으면 설사를 잘하는 것도 상추의 속성을 잘 보여준다.
잠을 잘 오게 하는 또 다른 약물로 드라마 <대장금>에도 나온 산조인이 있다. 중국 사신의 수청을 들어야 할 상황에서, 장금은 산조인을 먹여서 그를 잠재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대추나무 종류다. 씨앗이 크게 자라는 것은 대추고, 작게 자라는 것이 산조인이다. 신맛이 있는 산조인은 간을 보하는데, 이처럼 간을 보하는 것이 불면증 해소에 도움이 된다.
잠을 잘 오게 하는 또 다른 약물로는 온담탕이 대표적이다. 온담탕 속의 대표약물은 반하다. 반하는 보리밭에서 많이 자란다. 속이 더운 까닭에 보리밭 사이에 숨어서 해를 피해 자라며 보리농사가 끝나 쟁기질할 때 캐낸다. 속이 더운 식물이 어떻게 잠을 잘 오게 할까. 그 답은 이름에 담겨져 있다.
반하는 하지까지는 잎을 펼치지만 하지 이후에는 잎을 반으로 줄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름이 반하(半夏)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반하의 특징이 양을 음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여겼다. 양을 이끌어 음을 활달하게 한다는 뜻인데, 현대 의학적으로 보면 부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잠이 오게 한다는 뜻이다.
<동의보감>에 공자 말씀은 없다. 허준이 가장 싫어한 것이 적서차별을 조장한 유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잠에 대해서는 공자님도 한 말씀하셨다. "죽은 사람같이 누워서 자지 말아야 한다. 잘 때는 구부리는 것이 좋고 깨어서는 펴는 것이 좋다." 똑바로 누워서 손을 모은 자세는 죽었을 때 염하는 모습과 같아서 가위 눌림을 잘 당한다고 경고하였다.
그럼, 어떻게 음기를 만들어야 할까. 다리는 음기의 저장 창고다. 천천히 걷는 것은 뇌에 집중된 기운을 발로 내린다. 다리를 움직이면 피가 다리 근육에서 활발해지며 음기를 배양하는 좋은 방법이다. 하루 한 시간씩은 반드시 걷는 것이 좋다.
호흡법도 좋다. 들어 마시는 숨은 교감신경, 가늘고 길게 내쉬는 숨은 부교감신경이 작용하는 것으로 천천히 내쉬면 부교감신경을 자극해 잠이 잘 온다. 천천히 내쉬는 연습을 자주 하면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잠이 잘 오게 된다. 족욕이나 가벼운 샤워도 긴장된 신경을 이완시켜 잠을 잘 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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