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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동자에게 투표권은 그림의 떡"

민노당·건설연맹, '건설노동자 투표권 보장' 10만 서명운동 돌입

"건설 일용노동자에게 투표는 그림의 떡입니다."

투표권이 헌법에 나와 있다고 해서 모두에게 보장된 권리는 아니다. 건설 일용노동자로 20년을 살아 온 이광일(47) 씨는 "노조활동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투표를 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투표는 곧 하루 일당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목구멍이 포도청인 우리가 투표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라고 토로했다.

***"건설노동자, 투표해본 게 언제더라"**

이 씨의 말처럼 건설 일용노동자의 상당수는 참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투표일에도 일을 해야 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일용직의 특성상 '고귀한' 투표권을 행사한다고 '더 중요한' 하루 일당을 포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주거지가 불명확하다는 점도 건설 일용노동자의 투표권 행사를 어렵게 한다. 건설 일용노동자들은 한 곳에 머물러 일하는 일반 노동자와 달리 일감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야 하는 직무의 특성상 투표를 하기가 매우 어렵다. 180만 명에 달하는 건설 일용노동자 중 70%가 주거지에서 멀리 떨어져 일하고 있는 것으로 건설산업연맹은 추정하고 있다.

건설일용직 노동자가 투표에 참여하기 힘든 이유는 또 있다. 건설 현장은 하루 일과가 보통 오전 7시에 시작해 오후 6시에 끝나기 때문에 새벽에 일어나 투표를 하지 않으면 사실상 투표할 기회가 없다.

건설산업연맹이 산하 가맹 노조를 중심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건설 일용직 노동자 10명 중 9명은 투표 경험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일감이 없을 때 한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연맹·민노당, 건설노동자 투표권 보장 위해 10만 서명운동 시작**

이런 상황에서 건설산업연맹과 민주노동당은 5.31 지방선거를 맞아 다시 한 번 노동자의 투표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노동자 투표권 보장을 위해 10만 서명운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법을 개정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만큼 일단 대중적 여론을 모아보자는 취지에서다.

최명선 건설산업연맹 정책부장은 "모두에게 보장된 투표권을 건설 노동자라고 해서 포기하게 해서야 되겠느냐"며 "투표일이 법정 공휴일이 되도록 여론을 모아가겠다"고 말했다.

***투표권 행사하려고 파업도 벌였으나… **

노동자의 투표권 보장 요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조직된 노동자를 중심으로 투표일에 휴무를 보장받기 위한 활동이 과거에도 있었다.

한 예로 지난 2004년 4월 국회의원 선거 당시 대구지역 건설노조 조합원 1000여 명은 투표권을 보장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며 하루 동안 파업을 벌이고 투표에 참여했다.

또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건설협회, 3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건설현장에서 선거일 휴무와 투표권 보장을 촉구하는 활동을 벌였다. 지난 2002년에는 민주노동당에서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법' 입법청원을 했지만 16대 국회에서 상정조차 되지 못하는 좌절을 겪기도 했다.

한편 노동계에서는 건설 일용노동자뿐만 아니라 중소 영세업체 노동자, 특히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 중 상당수가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사실상 투표권이 포기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스〉----------------------

근로기준법 등은 노동자의 투표권 행사와 관련해 어떤 규정을 갖고 있을까?

먼저 근로기준법 제9조는 사용자에게 노동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및 기타 공민권 행사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이를 부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 선거법 제4조도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 명부의 열람 또는 투표를 위해 요구하는 시간은 보장돼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자의 투표권 행사와 관련된 법규정을 보다 세부적으로 정리한 '선거권 행사와 관련한 업무지침'(노동부, 1992년)에 따르면 선거일 전체를 단체협약, 취업규칙, 노사합의 등으로 휴일로 정하는 경우에만 휴일로 부여할 수 있고, 그 날에 대한 임금 지급여부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노사합의 등에 따라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요컨대 노동자가 투표권을 행사할 의지를 피력할 경우 사용자는 투표할 시간을 보장해 주도록 법에로 규정돼 있지만, 투표일 전체를 휴무일로 정하는 문제는 노사합의나 취업규칙에서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사용자가 특별한 선의를 베풀지 않는 이상 노조가 없거나 있더라도 힘이 약한 작업장에서는 투표일에도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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