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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위 참여 주체를 확대하자"

노사정위 발전방향 토론회에 나타난 이견들

'사회적 대화'를 주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사회적 대화기구'가 포괄하기 위해서는 참여주체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노동단체, 사용자단체, 정부만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로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의제들을 풀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사회적 대화 기구인 노사정위원회를 또다른 위원회로 대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이 토론회에 참여한 사람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사회적 대화, 참여주체 확대 검토해야"**

지난 14일 노사정위원회(위원장 김금수)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사옥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발전방향'에 관한 토론회에서 이같은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발제자로 나선 김형기 교수(경북대, 경제통상학)는 노사정위 참여주체와 관련해 "기존 노사정 대표를 중심으로 운영하되 논의 의제에 따라 비정규직 노동자, 시민단체, 미조직 노동자 등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논의 의제에 따라 최소 7개 주체가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교수가 제안한 방안은 먼저 노사정위원회의 상무위원회를 확대해 노동계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표로, 경영계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표로, 정부는 중앙정부과 지방정부로 세분화해 참여시키고, 시민단체나 학계도 주체로 참여시키자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는 중앙·업종·지역 등에 걸친 다층적 사회적 대화기구의 설치도 주장했다. 중앙 단위의 사회적 대화만으로는 복잡다기한 사회적 문제를 포괄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특히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 극복을 위해 '업종별 협의회'를 설립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역 노사정위원회'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노사 중심 사회적 대화는 한계에 봉착"**

토론자로 나선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김형기 교수가 노사정위원회를 기본축으로 하되 참여주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간 주장을 폈다.

이들은 지난 1월 출범한 '저출산고령화위원회'에 주목할 것을 요구했다. '저출산·고령화 위원회'는 노사 단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종교계 등 우리 사회의 주요 이해집단 단체들을 포괄하고 있으며, 노사정위원회가 답보상태인 상황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로 떠오르고 있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점차 '경제사회협의회'로 발전시켜 나가기로 참여주체 간에 원칙적 동의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지금 노사정위원회의 개편방안을 논의하는 일은 생뚱맞아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이어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를 만들기 위해 노사정위원회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과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며 "현재로서는 저출산고령화 위원회를 확대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현백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한발 더 나갔다. 정 대표는 "여성이나 다른 주변화된 집단의 지속적인 참여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배제가 항상 '전문성'의 이름으로 합리화됐다"며 "여성들에게 노사정위원회는 항상 '그들만의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어 "노사정위원회의 대표성에 대한 비판을 고려한다면 시민사회에 개방된 사회협약위원회로 발전해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사 중심성 포기해서야"**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의 이같은 주장은 폭넓은 공감대를 얻지는 못했다.

현재 노사정위원회 중심의 사회적 대화가 노사 중심으로 이뤄져 대표성이 취약하다는 지적이나 '사회적 대화'의 의제를 노사문제를 넘어 더욱 넓혀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의제에서 노사문제가 갖는 중요성과 참여주체 면에서 노사 단체가 갖는 중심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또한 이런 반박에는 주요 시민사회단체들이 그간 정부와의 관계 설정에서 '친정부적'으로 기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마당에 노동단체보다 시민단체가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깔려 있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은 "참여주체를 늘려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새로 들어오는) 주체의 대표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해,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시민단체 대표들의 주장에 대해 다소 회의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이에 노사정위에 참여주체를 늘여야 한다고 발제했던 김형기 교수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사가 아닌 시민단체의 발언력이 더 높아지는 것은 사회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며 "(노·사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노사정위원회를 더욱 확대 강화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다양해진 이해관계와 사회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기존 노·사 중심으로 이뤄지는 '사회적 대화'의 한계가 분명한 만큼 참여주체를 늘여야 하지만, 그렇다고 노·사 단체의 중심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시민단체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하는 셈이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일단 참여주체를 확대하되 노사정위원회 자체를 확대·강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류를 이뤘지만, 노사정위원회가 여전히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노사정위원회 무용론 혹은 대체론'이 또다시 제기될 공산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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