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동창회에 참석한 안나는 하마터면 친구들을 만나지 못할 뻔 했다. 그녀들의 얼굴이 '진화'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색의 옷을 입고 있는 친구들은 한 명이 건넨 명함을 받아들고 좋아 어쩔 줄 모른다. 바로 친구의 남편이 일하는 성형외과 명함이다. 그녀에게 잘 보이면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규격화된 여성 이미지에 맞춰 절도 있게 변화하는 사람들과 한 발짝 떨어져있는 안나는 친구들을 멀뚱히 바라본다. 얼마 전 발레를 시작한 자신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며 괜찮다고 말하지만 친구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우리가 안 괜찮아!" 이것이 안나가 가진 첫 번째 죄악, 바로 자만심이다.
▲ ⓒ프레시안 |
남들과 다르게 뚱뚱하고 어울리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안나는 사람들의 조롱을 받는다. 연극 '도시녀의 칠거지악'은 안나를 특별한 캐릭터로 설정해놓지 않았다. 연극은 아직도 세계여행을 꿈꾸는 안나가 바로 관객 자신임을 상기시킨다. 세상은 안나를, 아니 우리를 이렇게 부른다. 노처녀, 그리고 도시녀. 이 작품은 도시녀가 가진 일말의 희망이 과연 죄악인가를 묻는다. 그리고 도시녀가 가진 일곱 가지 죄악이 우리를 뒤처지게 만든다면 한 반짝 물러나 걷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슬쩍, 귓속말로 속삭인다. 연극 '도시녀의 칠거지악'은 세태를 풍자하고 비틀면서도 세상의 안나들에게 파이팅 외치기를 잊지 않았다. 우리들의 자화상 안나는 오늘도 발레연습을 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