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가 뭘까? 교육감 선거가 코앞인 상태에서 표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3불 폐지론'을 거듭 밝히는 이유가 뭘까? '무개념'의 소산일까? 정치적 고려 없이 개인적 소신을 맘대로 쏟아내 보수 교육감 후보의 선거운동에 재를 뿌리는 걸까?
문제가 있다. 정운찬 총리의 '3불 폐지론'을 '무개념'의 소산으로 이해하려면 한 가지 전제가 성립돼야 한다. '3불 폐지론'이 보수 교육감 후보에 대한 유권자 태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는 전제, 다시 말해 유권자 대다수는 3불정책에 찬성한다는 전제 말이다. 하지만 아니다. 표심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선명하지도 않다.
MBC가 2007년 4월에 전국의 초·중·고교 학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3불정책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본고사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58.7%)이 반대하는 의견(36.2%)보다 22.5%포인트 높았다. 고교등급제(내신등급제)의 경우 반대 의견(51.1%)이 찬성 의견(41.1%)보다 높았지만 격차는 10%포인트로 본고사의 절반에 불과했다(기여입학제는 정 총리는 물론 대학도 일단 배제하고 있으니 논외로 하자).
이 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일제고사 실시와 학교정보 공개를 밀어붙인 결과일까? 본고사 찬반 격차는 벌어진 반면 고교등급제애 대한 찬반 격차는 줄어든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헤럴드경제'가 2009년 1월 보도한 전국의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 본고사에 대한 찬반 비율이 55.4% 대 29.7%로 MBC의 격차 22.5%포인트보다 3.2%포인트 더 벌어졌다. 반면 고교등급제에 대한 찬반은 37.8% 대 44.2%로 MBC의 격차 10%포인트보다 3.6%포인트 줄었다.
▲ 정운찬 국무총리 ⓒ프레시안 |
그 방증이 2008년에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다. 그 때 강남 표심은 똘똘 뭉쳐 '수월성 교육 확대'를 내세운 공정택 후보를 지지했다. 강남 표심이 더블 스코어 차로 공정택 후보를 밀어줄 때 강북 표심은 좌고우면했다. '공교육 포기 반대'를 외친 주경복 후보를 밀긴 했지만 그 열기는 뜨뜻미지근했다. 자치구별로 2~3%, 많아야 10% 많은 유권자만이 주경복 후보를 선택했다.
강화할지 모른다. 정운찬 총리의 '3불 폐지론'이 2008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 나타난 표심을 더 강하게 자극할지 모른다. '교육대통령'을 뽑는 서울지역에서 강남 보수 표심의 '궐기'를 유도하고, 강북 표심의 '부분 동조'를 자극할지 모른다. 상대적으로 성적 경쟁력이 있는 자식을 둔 강북 학부모의 '이기적 투표'를 유발할지 모른다.
물론 무리다. 3년 전의 여론조사 결과와 2년 전의 선거 결과만을 갖고 선거판도와 '3불 폐지론'의 정치적 용도를 재는 건 무리다. 후보 단일화 여부, 선거 캐치프레이즈의 경쟁력 여부, 이명박 교육정책에 대한 찬반 여부, 서울시교육청 비리사건에 대한 태도 여부 등 함께 검토해야 할 변수는 많다. 여기에 '김상곤 경우'도 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와는 다르게 고교 평준화 실시와 같은 '공교육 강화' 공약을 내걸고 당선된 경기교육감 선거 사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심스럽게 '3불 폐지론'의 정치적 효과를 살피는 이유가 있다. 서울지역만큼 '난장' 교육판이 연출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 만큼 이기적 표심이 작동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감 권한만큼 교육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만큼 상징성이 큰 선거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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