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내용은 3일 KDI가 발표한 '우리나라 기업의 환노출 측정 및 결정요인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실렸다. 이 조사는 한국 증시 상장기업 중 비금융회사 585개 기업의 환노출(환율변동에 따른 기업가치 민감도)을 측정해 이뤄졌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는 '고환율로 인한 수출대기업집단의 혜택' 보고서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2년 간 대기업만 혜택을 보고 중소기업은 피해를 봤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바로 가기 : "MB 정부 2년, 대기업 살찌고 중소기업 말라가").
환율 오를 때 이익 본 회사 16개 불과
KDI가 기업별로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을 분석한 결과, 단 16개 기업만이 환율 상승 시 이익을 봤다. 반면 241개 기업은 오히려 손해를 입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 강만수 경제팀이 인위적으로 환율을 끌어올리는 정책을 취함에 따라 국내 대다수 기업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다.
올해 초 환율이 급격히 하락할 때 국내 주류언론들은 "수출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일제히 보도했으나, KDI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런 우려 역시 잘못됐다.
KDI 조사 결과 코스피 지수 수익률과 외환위험 프리미엄의 상관관계는 -0.674로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다시 말해, 환율이 오를수록 코스피지수 수익률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얘기다. 수출주도 경제인 한국의 산업이 환율이 오를 경우 손해를 봤음을 의미한다. 이는 '원화가치가 떨어져야 수출경제인 한국에 유리하다'는 일반인들의 통념과 180도 다르다.
외환위험 프리미엄은 예상하지 못한 환율의 변화율을 의미한다. KDI의 분석 방법에 따르면 환율이 오르면 외환위험 프리미엄도 상승한다.
정부 덕분에…자동차·전자부품 산업 혜택
KDI는 22개로 산업군을 분류한 후, 환율 변화가 산업별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이명박 정부의 환율 정책으로 혜택을 입은 산업은 자동차와 전자부품·컴퓨터, 1차금속 등 단 3개에 불과했다. 자동차 산업은 명목실효환율이 1%포인트 오를 때 0.57%포인트의 수익률 상승 효과를 얻었다. 현대·기아자동차의 최근 호실적 중 일부는 정부 정책에 힘입었음을 추론 가능하다. 전자부품·컴퓨터 산업도 환율 1%포인트 상승 때마다 수익률이 0.27%포인트 올랐다.
반면 섬유, 목재·펄프, 비금속제품, 금속가공제품, 의료정밀·기계, 건설, 도소매, 전문서비스, 기타서비스 산업 등 원자재 수입 부담이 큰 대부분 산업들은 환율이 오름에 따라 상당량의 손실을 입었다.
최근 크게 고전하는 건설업의 경우 환율 1%포인트 상승으로 인해 0.38%포인트의 손실을 입었다. 의료정밀·기계 산업도 0.55%포인트 수익률 감소 효과를 얻었다.
KDI는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한국과 같은 신흥시장은 환율이 국가위험을 상당 수준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추정하며 "환율 상승으로 기업가치의 혜택을 보는 기업은 소수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업별 환노출 추정 결과. 푸른색이 환율이 오를수록 피해를 입는 산업이며, 노란색은 이익을 보는 산업이다. 짙은 색 안 수치는 그 정도를 나타내는 상관관계다. ⓒKDI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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