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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 조명이 아닌 형광등 불빛이 내리쬐는 아늑한 다락, 뤽 땅게로 펄펄 날뛰던 에너지는 어느새 배우 윤정섭의 호흡으로 변해 있었다. "난 이게 더 어려워"라는 말로 수줍어하며 인터뷰 첫 대면을 장식한 그는 '원전유서'의 남전, '햄릿'의 햄릿을 연기했던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생경했다. 반면 그가 무대 위에 등장하면 관객들을 숨죽이고 그를 주목한다. 그에겐 배우로서의 어떤 폭발적인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엄마를 흉내내는 것도 발버둥. 뤽이 마을 사람들에게 못된 짓을 하고 다니는 것도 일종의 발버둥이다. 하지만 그는 "전 행복하게 살아왔으니까…"라며 세상을 별 탈 없이, 큰 무리 없이 살아 온 자신의 이력을 내비쳤다. 자신이 겪어 본 적 없는 인물을 연기해야 할 때 그는 어떤 생각을 할까. 그는 바로 '상상력'이라고 대답한다.
"어렸을 때도 그렇고 자라면서 꿈을 꾸잖아요. 예를 들어 내가 만약에 갑자기 부자가 된다면? 예쁜 여자친구가 생긴다면? 하는 식으로요. 그런 재미난 상상을 하면서 내가 만약 그런 상황이었다면, 하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그냥 상상해 보는 건 재밌잖아요. 물론 그 상상을 연기로 표현해보려고 하면 잘 안됐지만요."
뮤지컬 '헤드윅'의 이츠학과 영화 <플루토에서 아침을>의 여장하는 남자 패트릭 키튼이 뤽을 연기하는데 모티브가 됐다. "처음에는 되게 닭살돋고 이상했는데 생각해 보니까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더라고요. 저는 여성스러운 사람이 아닌데…이런 연기를 하려니까 쑥스럽고 창피해서 '내일 하지 뭐'란 생각으로 있었어요. 어느 순간 '아 내가 너무 내 생각만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확, 그렇게 해버렸죠. (웃음)"

그는 마지막으로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로 "극중극의 재미"를 들었다. "평범하게 대사를 하다가 갑자기 배우들이 기억 속으로 빨려 들어가잖아요? 관객들도 같이 그 장면에서 기억 속으로 싹- 빠져드는 맛. 작품을 만들면서 그런 순간이 일어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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