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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에서 '전설의 명약'을 떠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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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에서 '전설의 명약'을 떠올리다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경옥고의 비밀

'경옥고(瓊玉膏)'는 정조가 운명하기 전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살리고자 먹었던 약으로 유명하다. 허준이 그의 평생 후원자인 유희춘에게 선물했던 약으로도 유명하다.

'경(瓊)'은 아름답다(붉다), '옥(玉)'은 구슬, '고(膏)'는 고은 액체를 뜻한다. 풀어 보면, 붉은 구슬 같은 고약이다. 해석을 가미하면, 옥구슬처럼 소중한 생명의 물을 뜻한다. 이런 경옥고의 이름은 도교 전통의 신화와 맞닿아 있다. 옛날 황제(黃帝)가 곤륜산((崑崙山)에서 나오는 꿀 같은 옥액을 먹으며 영생을 얻었다는 얘기는 전형적이다.

곤륜산(崑崙山)은 곤륜(昆侖), 곤륜(崐崘)이라 불리는 전설상의 산(山)으로 본래 굉장히 높은 산이었다. <회남자>에 적혀 있는 산의 높이를 보면 산기슭부터 꼭대기까지가 1만1000리다. 신화 속에서 하늘과 지상을 잇는 사다리 역할을 하는 거대한 산이다. 옛날에는 황하(黃河)도 여기서 발원(發源)했다고 믿어졌다.

이 곤륜산은 신화 속의 산으로 황제가 인간 세상으로 내려왔을 때 머무는 곳이다. 이 곤륜산은 사실 지금도 곳곳에서 활용된다. 예를 들면,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나오는 공중에 떠 있는 산은 모두 다 이 곤륜산의 변형이다.

▲ 제임스 카메론의 <아바타>나 미야자키 하야오의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나오는 공중에 떠 있는 산은 모두 다 이 곤륜산의 변형이다. ⓒ프레시안

이 곤륜산의 아래에는 약수라는 깊은 물이 산을 휘감아 흐르고 있고 그 둘레에는 또 불꽃이 이글거리는 큰 산이 있다. 그 불꽃 속에는 기이한 나무가 한 그루 자리 잡고 있다. 이 나무의 이름은 건목이다. 불꽃 속에서도 타버리지 않는 나무는 바로 그곳이 속세와는 구별되는 성스러운 장소라는 것, 신들의 영역이라는 것을 상징한다.

이곳에는 누가 뭐래도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최고의 여신, 서왕모가 살고 있다. 그는 곤륜산에 살면서 사람의 수명을 다스리는 불사약을 갖고 있다. 서왕모 주최로 열리는 곤륜산 요지의 복숭아 축제에는 신선 세계의 온갖 신들이 몰려온다. 이 불사약이 바로 황제가 상식한 경옥고의 원형이다.

이런 신화는 당연히 상징이다. 곤륜은 하늘과 맞닿아 있는 머리를 상징하고 서왕모는 여자로 정혈을 의미하며 붉은 복숭아는 신장 중에 오른쪽에 있는 명문 단전의 타오르는 생명의 불길을 상징한다. 머리와 명문 그 속에 깃들인 생명 물질인 정혈이 삶의 근원인 것을 표현한 신화인 것이다. 이처럼 경옥고는 신이 복용한 명약으로 여겨졌다.

경옥고는 지황, 꿀, 인삼, 복령 등으로 만든다. 이 중 핵심은 지황이다. 지황을 1년만 길러도 땅이 마른다. 지황을 심은 땅은 거의 황무지로 변해서 10년이 지나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지황의 알짜는 속에 들어 있는 기름이다. 이 기름은 영양이 풍부해서 피, 뼈, 근육할 것 없이 몸에 좋다.

꿀은 오장을 매끄럽게 하는데 특별한 효능이 있다. 예를 들면, 질병이 들어서 허약해지면 대변이 굳어서 변비가 생긴다. 이 때 관장을 할 때 꿀을 이용한다. 꿀로 항문을 매끄럽게 해서 대변이 잘 나오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런 꿀은 지황과 더불어서 몸에 생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한다.

토종벌과 양봉의 꿀은 차이가 있다. 더위에 습도가 높아지면 벌집의 유충이 죽는다. 이것을 막고자 일벌이 날개를 떨어서 환기를 시킨다. 양봉은 머리를 벌집 밖에 내놓고, 꼬리를 벌집 안으로 넣어 날개를 떤다. 토종벌은 머리를 안에 꼬리를 밖으로 내놓고 날개를 떤다. 토종벌의 환기가 더 효과적이어서 꿀도 좋다. 이 토종꿀은 경옥고의 효능에도 영향을 미친다.

복령은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버섯의 일종이다. 한의학에서는 이 복령이 음의 성질을 가진 것을 양의 성질을 가진 것으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고 본다. 소나무의 가장 아랫부분에서 그것의 기운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자라기 때문이다. 경옥고에서는 지황, 꿀의 음의 성질을 양의 성질로 바꾸는 역할을 한다.

인삼은 알려진 것과 같다. 햇빛, 바람을 싫어하는 인삼은 음의 기운을 갖는 차가운 체질의 사람과 궁합이 잘 맞는 양의 성질을 가진 식물이다. 이런 인삼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장기를 튼튼하게 돕는다. 지황, 꿀, 복룡에 인삼이 더해진 경옥고가 최고의 영약으로 꼽히는 것은 이런 각 약재의 특징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경옥고를 만드는 작업도 아주 정성스럽다. 먼저 지황을 꿀과 같이 끓여서 비단으로 걸러내고 인삼과 복령을 가루로 만들어 골고루 섞는다. 여기에다 각자의 노하우에 따라 침향, 맥문동 등의 약물을 넣는다. 뽕나무로 3주야를 끓이는데 물이 줄어들면 물을 보충해야 한다. 물을 보충하고자 잠들지 않고 지켜봐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들다.

어렵게 만든 약이니 만큼, 옛사람은 먹는 것도 까다로웠다. 먼저 천지신명께 제사를 지내고 한 회 한두 숟가락씩 따뜻한 술과 함께 복용했다. 술 대신 뜨거운 물에 끓여서 복용하기도 했는데, 소화가 힘든 이들이 특히 이런 방법을 애용했다. 경옥고를 복용할 때는 파, 마늘, 무, 식초 등을 꺼려야 효과가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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