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루는 감독들의 보이콧 기자회견이 열린 당일 오후에 보도자료를 발송하고, 감독들의 선언이 "관객들의 볼 권리를 볼모로 잡아 싸우는 것이자 감독의 의무를 저버린 월권이자 오만"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의 작품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것이 감독 및 창작자의 의무"라는 것이다.
또한 시네마루는 "독립영화 배급사들이 담합을 해 시네마루에 영화를 주려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상업영화 배급사들도 하지 않는 이런 만행을 즉각 멈추라"고 요구했다. 시네마루의 기획전 프로그램이 변동된 것도 그 직접적인 원인이 "관객과 만나고자 하던 감독들의 열정을 무시하고 전용관의 파행을 바라며 꾸민 배급사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18일부터 시작된 시네마루 측의 기획전인 'Just The Beginning, 1+1=! 영화제'가 감독들의 보이콧 선언으로 상당 부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1주차 상영분 중 일부 작품이 취소됐고, 이에 대해 시네마루 측은 공식 카페에 올린 공지에서 "감독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배급사들의 보이콧으로 민병훈 감독과 남기웅 감독의 영화 상영이 취소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 ⓒ프레시안 |
그러나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민병훈 감독과 남기웅 감독은 배급사가 아닌 감독 본인의 의지로 작품을 철회한 것으로 밝혀져 시네마루 측의 전용관 운영능력은 물론 신뢰성에 의혹을 더하고 있다. 민병훈 감독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영진위의 공모 진행 전반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꼈고, 이런 논란까지 불거진 상황에서 내 영화를 상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 직접 철회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남기웅 감독 역시 "내 독자적인 판단으로 직접 철회를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민병훈 감독의 경우 상영되기로 했던 작품 중 한 편은 민병훈 필름에서 직접 배급을 했고 다른 두 작품은 각각 CJ엔터테인먼트와 유레카 픽쳐스에서 배급을 했던 작품들이다. 민병훈 감독은 "세 작품에 대한 판권이 현재 모두 나한테 있다. 내가 직접 배급을 관할한다"고도 말했다.
독립영화 배급사들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키노아이의 김명은 대표는 "배급사마다 색깔이 다른데 담합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4월 라인업에 주력해야 할 시기인데, 이미 상영도 부가상영도 다 끝난 옛날영화를 다시 트는 데엔 별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 상영을 한다 해도 추가적인 비용이 드는 것도 우리에겐 부담이다"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시네마루의 운영자들이 그간 독립영화나 저예산영화에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도 아니고, 최근 일련의 일들이 상식에서 벗어난 만큼 별로 목적석이 없는 행위에 가담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독립다큐멘터리 전문배급사인 시네마 달의 김일권 대표 역시 "독립영화 배급사들의 느슨한 모임인 독립영화 배급네트워크에서도 시네마루에 대해서는 배급사마다 알아서 판단해 결정하기로 했고, 또 그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감독의 의사를 무시하고 배급사가 상영을 안 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감독은 그 즉시로 배급계약을 파기할 수도 있다"는 것이 배급사들의 공통된 말이다. "공동체 상영이나 지방상영, 추가상영 등은 일반 극장에서의 상영과 달리 GV(관객과의 대화)가 뒤따르기 마련이기 때문에 감독과 상의를 꼼꼼히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네마루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보이콧 선언에 참여한 감독들의 작품들에 대해서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진위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작품 중 일부는 판권이 영진위에 있기 때문에 상영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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