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홍사덕 의원의 만류를 인용할 필요도 없다. 박근혜 전 대표의 기세로 볼 때 어떤 절충안을 내놔도 씨알이 안 먹힐 것이라는 점은 정치 문외한도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김무성 의원은 감행했다. 자신의 절충안을 제시하며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기존의 관성에 젖어 바로 거부하지 말고 고민해 달라"고 했다. 간절히 호소하는 모습으로 박근혜 전 대표에게 사실상 반기를 들었다.
이유가 뭘까? 김무성 의원이 '해봤자'인 얘기를 '호소체'로 펼친 이유가 뭘까? 계파의 외면을 받을 걸 뻔히 알면서 계파의 논리에 반기를 든 이유가 뭘까?
▲ 기자회견 하는 김무성 의원 ⓒ김무성 의원 홈페이지 |
결론을 내리기 전에 먼저 '이후'를 짚자. 박근혜 전 대표로부터 "한마디로 가치가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 당한 것은 물론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면박까지 당한 김무성 의원이 펼칠 '이후' 행보를 가늠하자. 그래야 그의 '이유'를 읽을 수 있다.
김무성 의원이 그랬단다. "제2의 수정안을 성안해서 동조하는 의원들의 서명을 받고 호소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다짐했단다. 그럴 수도 있다. 자신의 간절한 '호소'를 박근혜 전 대표가 내쳤다고 주장하면서 좀 더 '자유롭게' 자신의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그럼 어떻게 될까? 김무성 의원이 계획대로 행보를 그으면 어떤 양상이 연출될까?
중도파가 동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친이와 친박의 정면대결을 원치 않는 중도파가 김무성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하면서 중간지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결집과정에서 각양각색의 절충안과 충돌할 수도 있고, 자신의 절충안이 퇴짜 맞을 수도 있지만(그가 제시한 헌법기관 이전은 국회가 강제할 사안이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건 중요치 않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절충안 성안의 주도권을 쥔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중도파 남경필 의원이 말한 게 있다. "내용의 현실성은 의문시 되지만 절충안이 제시되고 토론이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친이계 또한 지지 또는 묵인할 공산이 크다. 어차피 세종시 수정안을 그대로 밀어붙이는 게 불가능하다면 김무성 의원이 주도하는 절충안을 타협책으로 채택해 돌파를 모색할 수 있다. 설령 절충안마저 관철시키지 못해도 정치적으로 밑지지는 않는다. '오죽했으면 김무성 의원조차 저럴까'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 박근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몽준 대표가 말한 게 있다. "검토해 보겠다"고.
'이후' 양상이 실제로 이렇게 전개되면 김무성 의원은 세력을 얻고 몸값과 위상을 올린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정치적 도약을 꾀할 수도 있다. 한나라당이 쪼개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치면 박근혜의 빈자리를 메우는 대체자로서 각광 받을 것이고, 한나라당 틀이 유지돼도 캐스팅 보트를 행사하는 당내 조정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김무성 의원으로선 한 번 해 볼만한 시도다. 밑져야 본전이니까 그렇다. 지난해 5월 원내대표 추대를 계기로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가 소원해졌던 점을 상기하고, 박근혜 전 대표 입에서 "친박에는 좌장이 없다"는 말이 튀어나온 걸 감안하면 그렇다. 그가 친박의 계파원으로 남아봤자 얻을 소득은 거의 없으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립과 도약을 꾀하는 게 나을지 모르니까. 그로선 '용꿈'은 아니더라도 '돼지꿈' 정도는 꿀 여지와 이유가 있다고 판단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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