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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을 '2020'으로 바꾼다 한들…

[김종배의 it] 구멍 난 풍선 같은 숫자놀음

이게 얼마만인가? 국민 뇌리 저편으로 아득히 멀어져갔던 '747'이 다시 나타난다. 다른 데가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747'을 꺼내든다.

헌데 이상하다. 항공유를 급유하는 게 아니라 사망진단서를 발급한다. 정부 관계자가 그랬단다. "7% 성장은 선거 공약의 성격이 강했다"며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울 예정"이라고 했단다. 애당초 '747'은 도요타 차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결함 투성이였다는 얘기다. 그래서 자진 리콜 하겠다는 얘기다.

할 말이 많지만 참자. 최소한 '공수표' 발행에 대해 사과 또는 유감은 표명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목구멍에서 스멀거리지만 참자. '747'을 거울 삼을 태세가 돼 있다면, 정부 관계자 말대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기만 한다면 그깟 한 마디 참는 게 뭐 그리 대수겠는가.

하지만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가 '747'의 후속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는 '비전2020' 또한 '문방구 어음'처럼 보인다. 10년 뒤의 경제성장률 5%, 합계 출산율 1.7명,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라는 '비전'마저 비전이 안 보인다.

근거를 여기저기서 끌어모을 필요가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자진해서 밝혀온 입장만 모아도 반박 근거를 세우기엔 모자람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랬다. "대학 등록금이 너무 싸면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또 말했다. 복지비 예산 증액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면 무상급식을 반대하면서 "있는 사람은 자기 돈으로 사먹으라"고. 출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먹이고 가르치는 비용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이 이런데 누가 국가의 양육·교육시스템을 믿고 아이를 낳겠는가. 참고로 지난해 사립대와 국·공립대의 등록금은 5년 전에 비해 각각 165만(28.6%)원, 129만원(44.5%) 올랐다.

출산 환경이 제자리면 성장 환경도 쳇바퀴를 돈다. 출산율을 끌어올려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의 '비전'은 구멍 난 풍선이 되고 만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도 그렇다.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7천 달러대로, 4년 전 수준으로 추락했다는 수치는 굳이 들먹일 필요가 없다. 환율이 출렁거릴 때마다 1인당 국민소득액이 몇천 달러씩 등락한다는 현실도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질이다. 그래서 이명박 대통령이 천명한 바 있다. 지난해 8.15경축사에서 소득·고용·교육·주거·안전 등 5대 민생분야를 아우르는 국민행복지수를 연내 개발해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지표로 삼겠다고. 하지만 함흥차사다. 들려오는 소식은 '개발'이 아니라 '지연'이다.

그래도 안다. 정부가 지수를 개발하지 않아도 국민은 피부로 느낀다. 국민소득은 앞서서 거론했으니 부언할 필요가 없다. 고용은 2008년에 14만 개, 2009년 7만 2천 개가 줄었다. 주거 또한 열악하다. 땅값은 지난해 3월 이후 10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국토해양부 조사), 소형 아파트 가격 역시 올해 2월 가격이 2년 전 가격에 비해 7.84% 올랐으며(부동산뱅크 조사), 전세가도 올해 1월 서울 가격 기준으로 1년 전에 14.12%가 올랐다(부동산114 조사).

현실이 이런데 어떻게 아이를 더 많이 낳고, 그걸 바탕 삼아 성장잠재력과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1인당 국민소득까지 늘리겠는가. 하나마나 한 소리다. '현재'에서 '비전'의 싹을 돋우지 못하는 한 갖가지 수치는 말 그대로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연이율 0%짜리 적금 상품에 가입하라고 조르는 것과 같다.
▲ 비전2020'을 보도한 '조선일보' 오늘자 기사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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