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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13] 욕망을 목격했다, 연극 '맥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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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13] 욕망을 목격했다, 연극 '맥베드'

[공연리뷰&프리뷰] 비극적 스토리를 넘는 비극적 무대

신은 사랑하는 자에게 잠을 선물로 준다고 했다. 하루의 고단함이 무거운 외투를 벗고 쉬는 곳이 잠의 세계다. 해결되지 않는 피로가 옷을 껴입고 굳어가는 불면의 밤. 맥베드는 외친다. "나에게 잠을 다오!" 신이 그를 버린 것일까, 아니면 죄의식이 맥베드 스스로를 외면한 것일까. 극이 시작되면 누군가에게 끌려나오는, 잠을 자지 못하는 맥베드를 만날 수 있다. 이제 관객은 2시간 동안 맥베드의 어두운 내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것은 화려한 연극무대가 아니다. 한 인간의 음습한 내면이다.

▲ ⓒ프레시안

-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시각적 불안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은 실제 존재하지도 않았으면서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것만 같이 생생하다. 우리는 이미 예전부터 맥베드를 알고 있었다.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의 예언에 이끌려 온화한 왕 덩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오른 부장군 맥베드. 관객들은 그동안 수많은 버전의 맥베드를 보면서도 매번 그 비극성에 감탄하기를 마지않았다.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철저하게 비극적이고 연극적이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도처에 널려있는 맥베드 중 극단 죽죽(竹竹)의 '맥베드'는 조금 낯설다.

▲ ⓒ프레시안
이 연극에는 색이 없다. 지금 그곳이 어디인지 설명해줄만한 무대장치나 배경이 없다. 캐릭터를 상징하는 의상도 없다. 빛바랜 회색만이 존재하는 정제된 무대가 끝도 없이 침잠할 뿐이다. 무채색으로 채워진 이 연극은 시각적 감탄을 자아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색이 없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관객들은 숨 쉴 수 있는 단 한공간의 틈도 발견하지 못한다. 텅 빈 무대가 피와 시체로 가득한 전쟁터보다 무거운 중압감으로 숨통을 조인다. 이 불편함은 불안함으로 바뀌고 관객들은 죄의식으로 몸부림치는 맥베드와 함께 힘겨워진다. 목격하고 있는 맥베드의 죄의식이 관객의 손과 발을, 그리고 시선을 있는 힘껏 묶어버린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지키는 것은 사람과 의자다. 오브제로 사용되는 의자는 얽히고 쌓이며 왕관, 거울, 투구, 칼, 연회장의 테이블, 벽으로 변한다. 그리고 왕 맥베드가 앉는 의자가 된다. 극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절대 권력이다. 이 나무 의자는 높이 쌓일수록 불안하다. 마치 쉽게 무너질 것 같은 무엇, 이를테면 '지름길'로 다다른 맥베드의 성취처럼 불안하기만하다.

- 작지만 강한 욕망의 또 다른 발현

연극 '맥베드'에는 사람과 무대, 그리고 욕망과 촛불이 있다. 촛불은 작다. 그러나 어두움으로 일관된 무대에서는 무엇보다 강하다. 촛불은 주위의 어두움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당당하게 살아있다. 인간의 내면, 그것이 어둡고 습할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동시에 하염없이 흔들린다. 작은 바람과 속삭임에도 쉽게 움직이는 촛불은 맥베드의 내면과도 같다. 흔들리다가 결국 꺼지고 마는 양심, 욕망이 거기 있다.

▲ ⓒ프레시안
욕망과 죄의식은 끊임없이 충돌하며 사지를 뒤틀지만 어느 한 쪽에 무게를 실어주기가 만만치 않다. 욕망을 버리겠는가, 아니면 죄의식에서 쉽사리 도망가겠는가. 욕망과 죄의식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이 신은 축복이자 선물인 잠을 빼앗아갔다. 맥베드는 그래서 외친다. 잠을 달라고. 자신이 버렸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맥베드, 그는 지금껏 욕망의 소리들을 듣지 않았는가, 그리고 그대로 행동하지 않았는가. 극 초반부터 맥베드를 부르는 안개와도 같은 소리들은 욕망을 일깨우는 동시에 죄의식을 깨닫게 한다. 욕망은 죄의식을 부르고 죄의식은 불면증을 낳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힘을 모아 맥베드를 파멸로 이끌었다. 연극 '맥베드'에는 한 남자의 욕망과 파국이 시각적으로 꽉꽉 메워져있다. 안정적인 스토리에 매달리지 않는 실험적 시도가 맥베드를 고전 속 왕이 아닌, 욕망에 찬 인간으로 탈바꿈시켰다.

극단 죽죽의 연극 '맥베드'는 새롭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관객과의 조화로운 소통에 도달했는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불편함을 유발하는 과장과 절제는 '사건'과 '심리'를 전달하기에 효과적이었지만 그만큼 관객들은 평정심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의자와 촛불의 필연성과 정당성 역시 완벽하게 수긍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그만큼의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 이러나저러나 연극 '맥베드'가 두 손 들고 맞을 만큼 반가운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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