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시각적 불안
셰익스피어의 인물들은 실제 존재하지도 않았으면서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것만 같이 생생하다. 우리는 이미 예전부터 맥베드를 알고 있었다. 왕이 될 것이라는 마녀의 예언에 이끌려 온화한 왕 덩컨을 죽이고 그 자리에 오른 부장군 맥베드. 관객들은 그동안 수많은 버전의 맥베드를 보면서도 매번 그 비극성에 감탄하기를 마지않았다.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철저하게 비극적이고 연극적이다.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도처에 널려있는 맥베드 중 극단 죽죽(竹竹)의 '맥베드'는 조금 낯설다.
▲ ⓒ프레시안 |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를 지키는 것은 사람과 의자다. 오브제로 사용되는 의자는 얽히고 쌓이며 왕관, 거울, 투구, 칼, 연회장의 테이블, 벽으로 변한다. 그리고 왕 맥베드가 앉는 의자가 된다. 극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절대 권력이다. 이 나무 의자는 높이 쌓일수록 불안하다. 마치 쉽게 무너질 것 같은 무엇, 이를테면 '지름길'로 다다른 맥베드의 성취처럼 불안하기만하다.
- 작지만 강한 욕망의 또 다른 발현
연극 '맥베드'에는 사람과 무대, 그리고 욕망과 촛불이 있다. 촛불은 작다. 그러나 어두움으로 일관된 무대에서는 무엇보다 강하다. 촛불은 주위의 어두움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선명하게 드러내며 당당하게 살아있다. 인간의 내면, 그것이 어둡고 습할수록 더욱 빛을 발한다. 동시에 하염없이 흔들린다. 작은 바람과 속삭임에도 쉽게 움직이는 촛불은 맥베드의 내면과도 같다. 흔들리다가 결국 꺼지고 마는 양심, 욕망이 거기 있다.
▲ ⓒ프레시안 |
극단 죽죽의 연극 '맥베드'는 새롭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관객과의 조화로운 소통에 도달했는가의 여부는 불투명하다. 불편함을 유발하는 과장과 절제는 '사건'과 '심리'를 전달하기에 효과적이었지만 그만큼 관객들은 평정심을 찾기가 힘들어졌다. 의자와 촛불의 필연성과 정당성 역시 완벽하게 수긍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시도와 실험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마땅하지만 그만큼의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법. 이러나저러나 연극 '맥베드'가 두 손 들고 맞을 만큼 반가운 작품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