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의 격문으로 유명한 황소의 난도 소금과 관련이 깊다. 고대 중국에서 소금은 국가 통제 물품이었다. 그런데 이 소금이 갑자기 비싸지자 백성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 틈을 비집고 난을 일으킨 사람이 황소인데, 이 황소는 원래 소금을 몰래 팔아서 이익을 남기는 소금 장수였다.
소금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바닷물을 말려서 만든 대염과 육지에서 채취하는 암염으로 나눈다. 이 외에도 흔하지는 않지만 소금 성분이 있는 나무에서 추출해낸 목염, 특이하게 풀에서 채취하는 초염도 있다. 이런 소금 중에도 가장 으뜸은 이여송이 한반도의 갯벌에서 나는 소금 같은 대염이다.
▲ 국내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은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최고의 소금이다. ⓒ섬내음 |
바닷물을 염전에 가둬놓으면 먼저 물 표면에 얇은 소금막이 형성되고 나서, 조금씩 커지면서 소금결정이 만들어진다. 이것을 소금꽃이라 부른다. 이 결정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사각형 모양이 형성되는 것을 소금이 살찐다라고 하는데, 이 때 채취해 소금 창고로 옮긴다. 1년간 간수를 빼내면 쓴 맛이 빠져나가면서 밥상에 오르는 소금이 완성된다.
한의학에서는 소금에 따뜻한 성질이 있다고 본다. 겨울이 되면 강과 같은 하천은 얼지만 바다는 얼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바다가 얼지 않는 데는 염분이 때문인데, 한의학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소금에 따뜻한 성질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소금을 <동의보감>은 이렇게 기록했다.
"서북쪽 사람은 적게 먹어서 흔히 오래 살고 병이 적은데, 동남쪽 사람은 소금 먹기를 좋아하여 오래 살지 못하고 병이 많다. 그러나 물고기와 고기를 절이면 오래가도 상하지 않으며 베나 비단에 적시면 쉽게 썩고 헤어진다. 그러므로 각기 적당한 것이 좋다."
그러나 소금은 우리 신체 활동에 필수적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잘 활용하면 곳곳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비염 환자에게 유용하다. 비염이 생기면 맑은 콧물이 나오다 차츰 누런 콧물이 생기며 답답하다. 바로 이런 코를 뚫는 데 소금물이 큰 효과를 발휘한다.
코에 염분 농도가 높은 세척액이 들어가면 코 혈액을 압박해서 수분을 추출해 묽은 콧물이 나오는 것을 돕는다. 이런 콧물은 코 안을 세척하고, 찌꺼기를 녹여 낸다. 이런 방법을 코 세척 요법이라고 하는데, 약 100년 전부터 영국의 왕립병원에서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가진 치료의 한 방법이다.
그러나 허준이 '적당한 것이 좋다'고 했듯이, 이 코 세척 요법을 계속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주변 모세혈관이 말라서 비염이 악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농도 조절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0.9퍼센트 생리식염수를 사용하지만, 효과가 없다면 약간 농도를 높여야 한다.
오랫동안 콧병이 계속되고 항생물질을 사용하면 코의 섬모세포 활동이 떨어진다. 따뜻한 소금물 세척은 섬모세포의 활동을 도와 이물질 제거에 큰 도움을 준다. 만약 차가운 물을 사용하면 혈관 과민성이 증대되어 재채기 콧물이 더욱 심해지고 부어오를 수 있다. 약간 따뜻한 물이 더 효과적이다.
만성 비염에 누런 코가 계속돼 고통스러울 때 진하게 우려낸 녹차를 시원한 상태로 식히고 거기다 소금을 조금 넣은 후 그 물로 콧속을 씻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차의 쓴맛이 소염효과를 강하게 나타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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