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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미셸 오바마가 텃밭에서 농사짓는 이유는?

[기고] 무상 급식, 로컬푸드, 식생활교육

학교 무상 급식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에서 시작된 무상 급식의 태풍이 단체장과 교육감 출마 후보의 공약에서부터 매니페스토운동본부의 주요 의제에까지 최상위로 올라와 있다. 그만큼 먹는 문제에 대해 우리 국민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져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은, 형편이 되는 기초자치단체, 광역자치단체가 급식비를 지원하는 현재의 무상 급식 논의에서는 필연적으로 지역 간 불평등이 발생된다는 점이다. 이미 무상 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과천시, 성남시처럼 재정 자립도가 높은 부유한 지방자치단체는 어렵지 않게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 지역들은 사실상 지원이 불가능한 이러한 상황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주된 정책 목표로 하는 무상 급식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린다. 또 경기도, 경상남도, 광주 등 광역자치단체들이 무상 급식 예산을 독자적으로 지원하는 것도 현재 재정 상황에서 그리 녹록한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지역 간(결과적으로는 계층 간)의 불균등한 서비스 공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현재의 무상 급식 의제는 정부 지원에 의한 보편적 일괄 무상 급식 정책으로 바뀌는 것이 타당하다. 이를 위해서는 마침 최근 발의된 학교급식법 개정안(정부의 의무 교육 급식비 지원 명문화)을 통과시키거나, 2005년 개정된 '보조금의 예산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4조 1항에서 정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163개 지자체 사업 중 1순위인 초·중등학교 학생 중식 지원 항목을 삭제해야 한다(이 규정 때문에 한나라당에서는 정부 차원의 무상 급식이 제도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한다). 마침 요 근래에 민주당, 민주노동당, 심지어 한나라당(손숙미 의원)이 발의한 학교급식법 개정안(국가의 무상 급식 지원)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재의 지방자치단체 주도 무상 급식 지원 논의가 가져오는 부수적인 효과도 있다. 기초자치단체나 광역자치단체가 무상 급식 지원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관할 지역에서 생산된 농식품(로컬푸드)이 선호될 가능성이 중앙 지원 방식보다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돈을 주는 주체의 이해관계가 아무래도 많이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나 광역자치단체에서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하게 되면 급식에서의 로컬푸드의 공급과 식생활 교육, 농촌 체험이 근거리에서 복합적으로 일어나면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가장 바람직한 구도는 국가에 의한 보편적 무상 급식의 제공과 지방자치단체에 의한 로컬푸드 공급 간에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가령 정부가 광역자치단체 및 기초자치단체에 학교 급식비를 일정 부분 지원하고(가령 중앙5 : 광역3 : 기초2), 그 돈이 광역자치단체 및 기초자치단체 학교급식지원센터에서 로컬푸드를 구매하는데 사용되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무상 급식 예산이 경제적 효과는 거의 없는 순수한 복지 예산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로컬푸드를 구매하게 되면 결국 그 예산은 오롯이 우리 농민들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분명 농민들에게는 다른 선심성 농업 예산이나 농촌 개발 예산보다 이 돈이 훨씬 더 알찬 혜택으로 돌아올 것이고, 아이들의 건강 증진과 지역 경제 등 매우 복합적인 효과들이 발생될 것이다.

또한 현재의 학교 단위 개별 구매는 앞으로 학교 간 공동 구매와 지역 학교급식지원센터의 구매로 전환되어야 하고, 최저가 입찰 제도는 품질 기준(신선도와 제철성, 친환경성, 체험제공) 입찰 제도로 반드시 바꿔야 한다. 다른 나라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수확 후 배송 시간(가령 수확 후 6시간 이내 공급)에 제한을 두거나 생산물에 더해 학생들에게 수확 체험까지 제공하는 것을 단서 조항으로 달게 되면 자연스럽게 가까운 산지의 신선한 농산물이 선택될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의 텃밭과 농촌 현장, 요리 체험을 활성화하고 신선한 과일과 채소의 공급을 늘려야 하고, 모든 활동들이 지역 수준의 학교급식위원회와 식생활교육위원회의 감시와 결정 하에 놓여야 한다. 더 나아가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지역의 다른 공공 급식(병원, 공공기관, 사회복지기관 등) 영역에도 공급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확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택 사항으로 되어 있는 기초 및 광역 단위의 학교급식지원센터가 실질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급식과 식생활 교육이 지역 수준에서 통합적으로 발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무상 급식 지원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하나 남아있다. 2006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출한 정부조달협정(GPA) 개정양허안(학교급식의 정부조달협정 예외인정)이 지금 어떤 상태에 있는지 사회적으로 먼저 확인해야만 한다. 미국도, 일본도, 유럽연합도 다 하고 있는 중앙정부의 학교급식 식품비 지원이 우리나라에서만 안 되는 상황이 더 이상 계속되어서는 안 된다. 2005년 전북 학교급식지원조례가 WTO GPA 협정위반이라는 대법원 판결 같은 웃지못할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 미국의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는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어 주변 초등학교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해 텃밭 일을 같이 하고, 학교 급식에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로컬푸드)를 공급해 아동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obamafoodorama.blogspot.com

미국의 미셸 오바마 영부인은 29세의 꽃미남 백악관 요리사 샘 카스와 손을 잡고 백악관에 텃밭을 만들어 주변 초등학교 아이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하여 텃밭 일을 같이 하고 학교 급식에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 과일과 채소 공급을 늘려서 아동 비만 문제를 반드시 잡겠다는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더 나아가 2010년 2월 9일에는 범정부적 차원의 아동 비만 퇴치와 학교 급식 개선 프로그램 '렛츠 무브(Let's Move)'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관련 기사 : 미, 학교 급식에서 '정크푸드' 퇴출한다)

여기서 우리의 무상 급식 논의와 맥이 닿는 부분은, 미국 연방정부도 학교 급식(점심과 아침)의 보편적 수급을 위해 10년간 10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한 것이다. 영국에서도 잘 알려진 꽃미남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의 학교 급식 개선 캠페인에 힘입어, 중앙정부의 학교 급식 지원비를 대폭 높이고 유기농과 로컬푸드 공급을 늘려 급식 질 개선에 힘쓰고 있다.

미셸 오바마의 먹을거리 원칙(일부 발췌)

* 미국의 어떤 어린이도 굶주린 상태로 잠자리에 들어서는 안 되며, 어떤 가족도 먹을 것이 없다고 걱정해서는 안 된다.
* 건강한 식사의 필요성에 대해 아이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 과일과 채소는 적이 아니라, 좋은 미래를 여는 힘이다.
* 나는 지역 사회 공공텃밭의 신봉자이다. 아름답기도 할 뿐만 아니라,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미국 전역과 전 세계의 지역 공동체들에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 텃밭에서 난 토마토는 맛이 완전히 다르다.
* 내 아이들은 지역에서 난 신선하고 맛있는 것이라면 새로운 채소들을 먹어보는데 익숙하다.
* 작은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매주 집에서 한두 끼는 요리하려고 시도하는 등 먹는 방법을 조금만 바꿔보기, 탄산음료에서 물로 바꾸기, 채소나 과일을 저녁식사에 추가하기, 고기나 쌀 이외에 식재료를 더해보기, 라벨에 뭐라고 써 있는지 관심을 좀 더 기울이기 등. 그냥 작은 변화만 있으면 된다.
* 신선하고 지역에서 재배된 것이라면 분명 맛이 더 좋을 것이다.
* 프렌치프라이는 전 세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매 끼니마다 먹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절제가 중요하다.
* 우리가 상점과 농민장터에서 살 수 있는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는 중소농들은 건강한 환경과 지역사회, 가정을 창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
* 아이들이 학교에 가서는 좋은 아침식사를 하는 것과, 점심메뉴에 과일이 들어있는지 매 끼니마다 녹색채소가 들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출처 : 오바마 푸도라마 블로그 (☞바로 가기)

미국, 영국, 일본, 이탈리아 등 선진국들은 모두 학교 급식에서 생산과 소비의 거리를 줄이고 관계를 강화하여 더 좋은 먹을거리를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의 건강을 개선하기 위해 지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력을 다 하고 있다. 급식은 아이들에게 하루를 움직일 연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건강과 교육을 제공하는 일이라고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그것이야말로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작년 말 발효된 식생활교육지원법의 취지가 그러하듯 급식이 학교 교육의 연장이라면, 의무교육의 연장선상에서 국가가 급식을 제공해야 마땅하다. 그리고 무상급식과 로컬푸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서 학교급식 식재료 구매의 투명성과 공공성,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고 식생활교육의 취지를 달성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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