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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박근혜, 누가 상투 잡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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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박근혜, 누가 상투 잡혔나?

[김종배의 it] 결전의 시기는 4월

얼핏 보면 청와대가 박근혜 전 대표의 상투를 잡은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을 '집 안의 강도'에 비유했다며 박근혜 전 대표에게 기세 좋게 사과를 요구한 걸 보면 그렇다. 하지만 아니다. 상투를 잡았는지는 모르지만 후속 행동을 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헛심 쓰기에 가깝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응수했다. "그 말이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고 대답했다. '나를 쳐라'는 뜻이다. 사과는 못하겠으니 쳐볼테면 쳐보라며 머리를 쭉 내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렇게 나오면 청와대는 팔을 뻗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청와대가 후속 행동에 나서는 순간 박근혜 전 대표는 저자거리로 나간다. 그곳에서 그곳의 법칙에 호소한다. 쌍방 폭행이라도 먼저 때린 쪽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그곳의 법칙에 기대어 자신이 피해자임을 읍소한다.

이것만이 아니다. '거리'도 약하다. 사안의 성격은 '설화'이고 사안의 본질은 감정대립이다. 이런 '거리'를 갖고 행동에 나서기엔 겸연쩍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 들었다는 힐난을 들을 수도 있다.

그래서 청와대는 난감하다. 팔을 뻗으면 판이 깨지고 팔을 접으면 면이 구겨진다.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좋은 방법은 저강도 지구전을 펴는 것이다. '언'과 '행'을 분리해 '언'의 빈도와 강도를 끌어올리되 '행'은 자제하는 것이다. 그렇게 박근혜 전 대표에게 잔매를 때리면서 입지를 좁히는 것이다.

잔매를 때리다가 먼저 지치는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항상 청와대가 나설 필요가 없다. 한나라당 안에 사인을 교환할 수 있는 '선수'는 많다. 이들과 임무를 수시로 교체하면 타격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

헌데 한계가 있다. 매 앞에 장사 없다고는 하지만 박근혜 전 대표는 차원이 다르다. 잔매 갖고는 꿈쩍도 안 할 만큼 맷집이 세다. 아니 잔매를 정치적 자양분으로 삼고자 하는 의도까지 갖고 있다. '원칙을 지키려다 핍박받는 지도자상'을 구축하기 위해 잔매를 상징수단으로 삼으려 한다.

어차피 잔매 갖고는 판을 정리할 수 없다. 원투 스트레이트를 날리거나 수건을 던지거나 해야만 판을 끝낼 수 있다. 때는 4월이다. 청와대와 친이계가 결전의 시기로 꼽고 있는 이 때가 돼서야 '거리'의 중량감이 커지고 '언'을 '행'으로 이을 계기가 확보된다. 원투 스트레이트가 어퍼컷에 무력화 될 수도 있고, 상대가 아니라 이쪽이 먼저 수건을 던질 수도 있지만 아무튼 디데이는 4월이다.

그때까지는 다른 도리가 없다. 감질 나고 짜증 나도 잽만 계속 날릴 수밖에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난해 9월 회동 장면 ⓒ청와대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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