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테이지 |
"제가 폐경을 세 달 동안 겪었어요. 난소에 혹이 있어서 제거수술을 받고 호르몬 주사를 맞다보니 일시적으로 폐경을 맞았는데, 우연히 그 기간 동안 '메노포즈'와 함께하게 됐어요. 극 속의 덥고 짜증나고 잠 못 자고 하는 증상들이 와 닿지 않았는데 그걸 직접 느끼게 되니까 우리 엄마도 많이 힘들고 외로웠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명동 해치홀을 시작으로 종로의 두산아트센터에 이르기까지 6개월째 '메노포즈'로 쉬지 않고 달려온 김현진 배우. 그녀는 배우들 가운데 유일한 원캐스트이기에 마음대로 아플 수도 없다며 말을 이었다. "한번 하고 나면 진땀이 빠져요. 힘들다 할 시간 없이 나가서 코러스하고, 나감과 동시에 들어와야 되니까 공연 시작하면 마라톤 선수처럼 끝까지 달려가야 해요. 혼자다보니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죠. 집에 있는 꿀이란 꿀은 다 먹고 항상 가글하고 링거까지 맞아가면서 무대에 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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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의 허물없는 수다는 탄탄한 무대를 만들어나가는 또 다른 원동력이다. "만나면 아줌마들 수다에 시간가는 줄 몰라요. 영자 언니는 공연 끝나기 바쁘게 먹이러 다니고, 숙이도 '오늘은 뭐 먹으러 갈까요?' 하며 동료들 챙기고, 혜은이 선배님은 퍼주는 걸 좋아하셔서 어울릴만한 의상을 가져오셔서는 배우들한테 나눠주세요. 저랑 발사이즈가 같다고 구두도 열 켤레나 주시고, 지금 이 옷도 선생님께 선물 받은 거예요." 이젠 눈빛만 봐도 뭘 원하는지 다 안다며 해맑게 미소 짓는 그녀의 얼굴은 아이 같은 천진함으로 가득했다.
"가장 필요한 건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죠. 병원 가서 호르몬 주사 맞고 약도 먹고 건강보조식품 먹고 그런 것도 다 중요하지만, 결국 가족들의 사랑이 없으면 외로움을 극복해내긴 어렵죠. 어머니께 늘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다니고 취미생활 하실 수 있게끔 북돋아드리고 한다면 폐경을 좀 더 쉽게 극복해내실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커튼콜 때 배우들이 춤추러 나오시라고 어머니들을 무대로 끌고 나와요. 대부분 처음엔 머뭇거리시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아쉬워하며 내려가세요. 그런 모습을 보면 폭발하고 싶은 것들이 내제돼있는데, 물꼬를 터주는 누군가 없이 혼자 끙끙 앓으면서 폐경을 이겨나가시는 것 같아요. 폐경이 되시면 부디 널리널리 알리셨으면 좋겠어요. 남편분이나 자식들에게 '내가 이래서 힘드니까 이해해줘' 라던가 '지금 엄마는 이래서 힘드니까 엄마를 도와줘'라는 식으로, 혼자 슬픔에 잠겨 있는 것보다는 주위 분들에게 알려주시는 게 폐경을 무사히 이겨내시는 방법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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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노포즈'는 폐경 여성들을 위한 '친구'다! 여자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얘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잖아요. '메노포즈'는 '당신 지금 이런 상태지? 그래서 지금 많이 힘들지?' 라면서 친구처럼 말을 건네고 말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속 시원히 풀어내줘요. 한 편의 영화나 한 권의 책이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듯, 열린 마음으로 이 공연을 보신다면 인생을 새롭게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부디 열린 마음으로 오셔서 편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여든 되신 어머니께서 유일하게 졸지 않은 단 두 가지 공연 중 하나가 바로 '메노포즈'였다며 미소 짓는 김현진 배우의 얼굴에서는 앳된 소녀의 사랑스러움이 묻어나왔다. 바쁜 스케줄에도 식권을 쥐어주며 걸음을 재촉하는 그녀의 발걸음은 따듯한 밥상의 온기만큼이나 넉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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