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행 총재 인사청문회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서 주목된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3월말 임기가 끝나 벌써부터 차기 한은 총재 하마평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경제팀 수장인 윤 장관이 국회 인사청문회 필요성을 들고 나온 배경이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이명박 정부 들어 지속적인 금리 인하 압박, 고환율 정책을 둘러싼 의견 차이 등으로 정부와 한은 차이에 종종 갈등이 빚어졌다는 점에서 '인사청문회'가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또다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대로 이성태 총재 후임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등 정치적 인사가 발탁될 경우 이를 저지할 수단이 될 수도 있다.
현재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 한은 총재를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차기 유력 후보로 어윤대 국가브랜드 위원장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총장 출신인 어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하마평에 올랐으나,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 등으로 후보군에서 빠졌다.
윤 장관은 9일 오후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찬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한은 총재 인사청문회와 관련해 "정부 관료들도 청문회를 하고 있고, 한은 총재라는 자리의 지위와 권한 등을 감안할 때 청문회를 해야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다만 차기 총재로 어윤대 위원장이 거론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차기 총재가 누가 될 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임명권자가 결정할 일로 현재 고심하고 계시지 않겠나"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좋다"
한편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 때문에 불거진 재정 건전성 논란에 대해 "(지난 해) 슈퍼추경은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좋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재정건전성이 우리처럼 좋은 나라는 호주 빼곤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그리스의 재정적자(통합재정수지)가 GDP 대비 -12.7%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2.1%에 불과하다. 관리대상수지로 보수적으로 봐도 우리나라는 GDP 대비 -5.0%"라고 거듭 강조했다.
국고채, 외국환평형기금채권, 지방채 등 확정채무를 포괄하는 국가채무는 지난해 366조 원이다. 국내총생산(GDP)의 35.6% 수준이다. 올해 국가채무는 407조2000억 원으로 GDP의 36.1%에 달할 전망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지만 빠른 증가세가 문제다. 2002년(국가채무 133조6000억 원,GDP 대비 18.5%)과 비교하면 국가채무 규모는 3배 이상 증가했다.
국가채무에 잡히지는 않지만 나중에 나랏빚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공기업 부채 등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행은 공기업 부채와 일반정부 부채(국가채무에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구 부채 합계) 합계 규모가 2008년 3분기 496조 원에서 지난해 9월 말 610조8000억 원으로 23.1%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GDP 59.1% 수준이다. 여기에 국민주택기금 · 예금보험기금 등 공적금융기관의 부채 등을 포함한 전체 공공부문 부채는 지난해 3분기 710조 원으로 GDP 대비 69%에 달한다. 하지만 이런 지적에 대해 윤 장관은 "공기업 부채를 얘기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자산도 있다"며 "또 국제기준상 국가채무에 공기업 부채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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