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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느껴지는 아우라, 소설 '엄마를 부탁해'
2009년부터 이어지는 문화계의 엄마 신드롬, 그 중심에 120만 독자를 울렸던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있다. 소설이 발간됐을 때 많은 독자들은 그동안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발표한 신경숙 작가의 작품이기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었다. 가족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일까? 처음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는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서울역에서 실종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엄마의 흔적을 찾아다니며 깨닫게 되는 엄마의 빈자리를 새삼 느끼게 되면서 그 아픔은 커져만 간다. 딸, 아들, 남편 등으로 관점을 바꿔가며 써내려간 소설은 평생 가족을 위해 희생한 엄마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겨있다. 독자는 눈시울이 붉어져도 엄마의 실종이라는 독특한 소재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딸, 엄마의 실종 후 엄마와의 기억을 하나 둘씩 떠올린다. 엄마가 가장 아끼던 아들, 아버지의 빈자리를 채워야 했기에 엄마는 그에게 늘 미안해했다. 한 가정의 가장이였지만 다른 세계가 더 좋았던 남편, 떠돌아다니며 결국 제자리에 돌아온 그는 아내가 실종된 후 아내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지만 그 빈자리는 더욱 더 커져만 간다.
불러볼수록 가슴이 미어지는 연극 '엄마를 부탁해'
작은 아들이 무대로 뛰어들어 울부짖는 목소리에 더욱 절박함이 느껴진다. 엄마를 부르고 또 부르고 계속 불러도 엄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저 멀리 보이는 수많은 인파들 속에서 엄마를 잃어버린 것이 분명한데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절규하고 찾아다니는 거 밖에 할 도리가 없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조차도 힘겨워진다. 엄마를 찾으려고 손을 뻗었을 땐 이미 엄마는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숨어버린 후다.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어린 시절, 시집와 가족밖에 몰랐던 엄마의 일생을 한 장의 도화지에 고스란히 담았다. 원작에선 문체를 통해 그림을 상상해야 하는 그 무언가가 필요했지만 연극은 14개의 무대 장면과 다양한 음악장치를 통해 인물들의 속내를 사실적으로 그려내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큰딸과 엄마, 남편 등으로 시점이 바뀌면서 현재와 과거가 교차, 원작이 구사했던 기법을 자연스레 재배치했다. 극 중 "엄마도 어릴 적이 있었어? 엄마는 원래부터 엄마였던 것 같아"라는 대사는 우리가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가 무엇이었는지를 말해준다.
관객아! 부탁해.
고석만 연출과 고연옥 작가의 손을 통해 무대에 올린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신경숙 소설에서 모호하게 처리된 부분이 직접적 소통을 우선시하는 연극무대에서는 선명하게 표현됐다. 소설을 각색해 압축적으로 풀어놓은 연극에 모두 담을 순 없지만 배우들의 절제된 연기의 표현력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모두 표출한 듯 보였다. 다만, 몇몇 관객들은 공연을 통해 신경숙 작가의 느낌을 찾으려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연극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존재를 인식시키기 충분했다. 국민 소설로 자리 매김 한 신경숙 소설 '엄마를 부탁해'에 이어 연극 '엄마를 부탁해'가 국민 연극으로 발돋움 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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