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언론이 전했다. 권태신 총리실장이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면 사회주의 도시가 된다"고 했단다. 도시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이렇게 주장했단다. 파문이 일자 내놓은 해명에서도 재차 언급했단다. "세종시 도시 개념은 민주도시를 지향하는데 이런 도시는 효율이 크게 떨어지고 사회주의적 이념을 적용한 도시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단다.
어이가 없다. 절로 나오는 호기심, 즉 도대체 '사회주의 도시'란 게 뭘까 하는 궁금증을 제쳐놓아도 '어이없다'는 말을 내뱉는 데 하자가 없다. 인물에게 씌우던 색깔을 도시에까지 씌우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이념 사안에 색깔론을 편다는 점에서 그렇다.
▲ "세종시를 원안대로 하면 사회주의 도시가 된다"고 해 논란을 일으킨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뉴시스 |
<동아일보>가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 한나라당 당헌 제8조 이행을 박근혜 전 대표에게 요구하는 방안을 거론하고 있단다. '당은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적극 뒷받침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대통령과 함께 국민에게 책임을 진다'고 돼 있는 당헌 조항을 들어 박근혜 전 대표와 그 계파 의원들의 세종시 수정안 반대를 당헌 위배행위로 압박하는 방안이란다.
기가 차다. 그들의 해석처럼 당헌 조항이 '도열 앞으로'를 강제하는 것이라면 당정협의는 할 필요가 없다. 대통령이 재가한 사안은 무조건 찬성표 꾹 누르라고 '명령'하면 그만이다. 이뿐인가. 박근혜 전 대표가 입에 올리는 '신뢰'라는 게 책임지겠다는 것 아닌가. 이전에 국민에게 한 약속에 책임지겠다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보면 당헌 위배 행위도 아니다.
꼬치꼬치 따지는 건 이쯤해서 접자. 소모적이다. 하나하나에 현미경을 들이댈 만큼 값어치가 있는 게 아니다. 대신 생산적인 활동을 하자. 두 개의 궁여지책에 녹아있는 여권(일각)의 본색을 추출하자. 궁지에 몰리면 본색이 드러난다고 하지 않았는가.
선연하다. 하나는 '이념공세'요 다른 하나는 '일렬종대'다. 권위주의 시대에 걸맞은 속성과 기질이다. 대명천지에 올리기엔 쑥스러운 '기괴한 코미디'이다.
아, 깜빡했다. 세종시 수정론자들의 방책 가운데 미처 살피지 못한 게 하나 남아있다. '여권 관계자'가 말했다는 무기명 투표 방안이다. 박근혜계 의원들이 보스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 투표'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그나마 이 방책은 약간의 현실성을 갖고 있다. 밀어붙이면 안 될 것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국회법 112조에 '중요한 안건으로서 의장의 제의 또는 의원의 동의로 본회의의 의결이 있거나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기명·호명 또는 무기명투표로 표결한다'고 명시돼 있으니 이명박계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리면 세종시 수정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칠 수는 있다.
하지만 아슬아슬하다. 이 방안은 이명박계가 셈한 '머릿수'가 들어맞아야 한다는 단서가 달린 것이다. 한두 명, 또는 서너 명이 이명박계의 기대에 '배신'을 '때리면' 세종시 수정안 포기보다 더 아픈 부결사태를 부른다는 점에서 모험수에 가까운 것이기도 하다.
마저 살폈지만 마찬가지다. 이리 가면 막다른 길이요, 저리 가면 위험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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