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 억울한 유코의 일생
여기 유코도 그와 비슷하다. 세 번의 이혼 후 네 번째 결혼을 계기로 조용한 시골마을에 이사 오게 된 유코는 다정하고 친절한 인상으로 마을사람들의 환대를 받는다. 여기서부터 유코는 오버된 감동을 받는다. 남편과 대화를 시작하면 어지간해서 끝나는 법이 없다. 끊임없이 말꼬리를 물고 늘어지며, 사소한 계기를 낚아채 카페 여종업원과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조금 별나다.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킨 남편 다카다의 동화책에 등장하는 비운의 사자 이야기를 하다 눈물을 흘린다. 조금 이상하다. 마을에 소문으로 떠돌고 있는 '떨매미' 이야기에 집중하더니 결국 찾아 나선다. 당황스럽다. 유치원 시절에는 가지고 간 판다인형을 보고 '예쁘다. 다음에 또 가져와'라는 의미 없는 말을 한 선생님을 신뢰, 한 달 동안 매일 판다인형을 가지고 가 보여줬다. 어이가 없다. 고등학교 때 사랑하게 된 선생님이 소문이 두려워 자신을 피하자 무려 육 개월 동안 매일 전화하고 교무실 앞에서 비석처럼 기다리다 퇴학당했다. 경악스럽다. 마을 사람들과 남편, 그리고 관객들은 이 유코로 인해 어안이 벙벙하다. 그리고 유코는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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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한 유코의 미래
연극 '억울한 여자'에는 '억울한' 유코와 맞물려 '이상한 종족'을 비유하는 소재들이 등장한다. 도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이 작은 마을에 활력을 주는 에너지 연구소와 임신하지 못하는 주부들, 소문 속에 등장하는 비정상적인 떨매미, 그리고 남편의 동화책에 등장하는 사자. 이는 무를 얇게 썰지 못해 우울한 사자에 관한 이야기로 밀림의 왕으로만 인식되어 온 사자에 대한 일반적 고정관념을 보여준다. 사자는 끝까지 이해받지 못한다. 유코는 사자이야기를 읽으며 기뻐했다. '나는 살았다!'고 외쳤다. 사자를 애정으로 바라보는 작가라면 자신도 이해할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유코는 이 사자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한때 화제 속에 있었으나 점차 사라져버린, 기형으로 인식된 떨매미를 찾아 나선다. 사자와 떨매미, 그리고 유코는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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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억울한 여자'는 수다를 떨며 자극을 찾는 이중적 마을 사람들을 조용한 카페로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이 기막힌 이야기를 너무도 뻔뻔하게 펼쳐 보인다. 배우들 역시 능글맞기는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억울한 여자 유코를 연기한 배우 이지하는 유코가 무엇을 원하며 갈구하는지 정확히 간파했다. 때문에 그녀는 한없이 억울해보였다. 자, 이제 당신도 유코처럼 매 순간에 솔직해져보자. 그러면 당신은 비정상으로 몰릴 것이며 억울한 여자, 혹은 남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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