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는 지난해 8월에도 733명의 정리해고를 둘러싸고 노조의 파업과 사 측의 직장폐쇄라는 극단적 갈등을 겪은 바 있다. 금호타이어 노사는 당시 교섭을 통해 정리해고 계획을 철회했으나, 사 측은 기본급 동결과 정원 재조정 등 노조의 대폭적인 양보를 얻어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사인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불과 6개월도 채 못 돼 다시 정리해고 계획이 나왔다.
'워크아웃'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 371명 해고·1006명 아웃소싱 계획
3일 금호타이어 노사에 따르면, 금호타이어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1377명의 인력 감축안을 노조에 내놓았다. 광주, 곡성, 평택 공장의 기능직 가운데 고과 평가가 낮은 371명을 해고하고 1006명이 담당하고 있는 지원·출하 등 일부 업무를 도급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체 3800여 명의 기능직 노동자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으로, 한진중공업의 구조조정 규모와 비슷하다.
그 외에도 사 측은 △임금 20% 삭감 △3년 간 임금 및 정기 승호 동결 △유급일·연월차 휴가 단축 △복리후생 축소 또는 중단 등을 노조에 요구했다. 금호타이어 측은 "생존을 위해 생산과 인력, 임금 구조를 바꿀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금호타이어가 1300여 명의 구조조정 계획을 밝혀 진통이 예상된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 중인 금호타이어는 최근 371명을 정리해고하고 1006명을 아웃소싱하겠다는 인력 구조조정안을 노조에 통보했다.ⓒ연합뉴스 |
노조 "해고는 안 된다"면서도 '움직일 공간이 없네…'
금속노조 금호타이어지회는 "아무리 워크아웃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경영난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전가하는 일방적 구조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회는 또 "지난 10년 간 신규채용도 없이 인력을 줄여왔는데 무리한 기업의 인수합병(M&A)으로 촉발된 경영의 어려움을 핑계로 대규모 해고를 추진하는 것은 반대"라고 분명히 했다.
노조는 3일 공장 별로 조합원 설명회를 열고 대책을 마련한다. 문제는 워크아웃 상태에서 노조의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데 있다. 워크아웃과 관련된 채권단의 실사는 3월 경에나 끝날 예정이고 최종 워크아웃 결정은 4월에야 나올 것으로 보여, 그 전에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를 하는 것은 무리다.
더욱이 채권단은 지회에 '무쟁의 선언'을 요구하며 지원 자금 집행도 미루고 있다.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이미 두달 치 월급을 받지 못했다. 채권단은 오는 9일 금호타이어에 1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결정할 예정이다. 자금 지원이 최종 결정되려면 채권단의 75%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설 전에 밀린 월급의 일부라도 받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자금 지원이 절실한데, 사 측이 1300여 명 인력 조정안까지 내 놓으면서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사면초가' 상태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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