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이 아니다. 가속페달 결함으로 시작됐다가 '해당 협력업체의 결함 가능성 부인'과 '리콜 대상 이외 차종에서의 이상 발견'을 거치면서 급발진사고 전반으로 번진 게 토요타 사태인 점을 감안하면 강 건너 불구경 할 일이 아니다.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며 뒤 돌아서서 박수 칠 일 또한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해마다 급발진 사고가 발생한다. 주차장 벽을 박고, 가드레일을 박고, 앞차를 박는 일이 연이어 발생한다. 그런데도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다. 브레이크 등이 들어온 차가 앞으로 돌진하는 장면이 CCTV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는데도 제조사는 사고 책임을 운전 미숙으로 돌리면서 리콜 조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법원이 급발진 사고 원인을 제조사가 규명하라는 판결을 내린 뒤에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로이터=뉴시스 |
미국에서만 발생하는 급발진사고가 아니고, 일본 업체에만 닥친 악재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급발진사고일 수 있고, 우리 업체에 닥칠 악재일 수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점검하지 않고 경계하지 않는다. 토요타 할부금을 갚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느냐는 미국 소비자의 호소는 충실히 전하면서 제조사에 문전박대 당하는 국내 소비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돌린다.
아예 안 하는 건 아니다. 하나 하긴 한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말은 충실히 전한다. 어제 경영전략회의에서 임원들에게 했다는 그의 말, 토요타 사태의 원인과 진행 상황 등을 면밀히 조사해 현대기아차는 이런 일이 절대로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충실히 전한다.
어디 현대기아차 뿐이겠는가. 르노삼성에게도, GM대우에게도, 쌍용차에게도 해당되는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하지만 감질 난다. 정몽구 회장의 말은 '미구에 닥칠지도 모를 개연성'을 경계한 말이다. 미구가 아니라 어제 그제 발생한 급발진사고와는 상관없는 말이다. 그래서 위안이 되지 않는다. 안심할 수도 없다.
눈 씻고 찾아보니 하나 더 나온다. 토요타가 국내에서 판매된 차량에 대해서도 리콜 조치를 취할 것이란 뉴스다. 하지만 역시 없다. 국내 제조사가 국산 차량을 (이게 어려우면 급발진 사고가 난 차량만이라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언론의 촉구는 들리지 않는다.
굳이 짚지 말자. 불가사의한 토요타 보도 배경을 헤치지 말자. 그냥 우국충정으로 이해하자. 자동차 수출시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에 초를 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이해하자. 만사불여튼튼이 더 큰 국익을 가져다 준다는 사실을 환기하고 싶지만, 국민의 안전은 어쩌냐고 묻고 싶지만 그냥 덮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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