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영화 속 모차르트는 신의 축복을 받은 자 답지 않게 음탕하고 요란스럽다. 처음 접하는 누구라도 당황스럽게 만들 그의 웃음소리는 이후 모차르트를 표현하는 이들에 의해 끊임없이 재탕될 만큼 강한 인상을 남겼다. 1984년 밀로스 포먼의 영화 '아마데우스'는 모차르트의 이름을 내세우고 등장한 모든 작품들 중 가장 대중적이다. 그리고 2010년, 그는 너무도 익숙한 모습을 하고선 한국 무대 위에 섰다.
- 천재 모차르트, 그리고 인간 모차르트(영화 '아마데우스' vs 뮤지컬 '모차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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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모차르트!'는 모차르트를 천재가 아닌 한 인간으로 바라본다. 즉 '우리와 같다'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그로인해 모차르트라는 매력적 캐릭터가 다소 평범해졌다. 그의 머릿속에 가득 들어찬 음표들이 주체하지 못하고 튀어나와 거대한 회오리를 만드는, 천재라는 소재와 어울릴만한 경이로움이 부족하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갈등하고 해결하지 못하는 과정만이 반복되면서 극은 평면적이 됐다. 목을 죄여오는 환희와 불꽃같은 선율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 화려한 음표들 뒤에 숨은 당신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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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모차르트는 친숙했다. 레게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그는 천재라는 부담감을 벗고 방황하는 청년의 이미지를 걸쳤다. 그의 천재성과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를 따라다니는 신동 '아마데'로 형상화된다. 잉크가 모자라자 모차르트의 피로 레퀴엠을 작성하는 아마데의 모습은 섬뜩하다. 또한 모차르트의 명곡들 대신 록과 팝으로 이루어진 넘버들은 현대적이다. 28인조 오케스트라와 록밴드가 선보이는 음악들에는 모차르트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시도들이 엿보인다. 모차르트의 '내 운명 피하고 싶어', 발트슈테텐 남작부인이 부르는 '황금별', 콘스탄체 베버의 '난 예술가의 아내라' 등은 오랫동안 귀에 남는다. 명화를 보는 듯한 무대, 충실한 고증을 바탕으로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한 500여벌의 의상, 특수 가발, 소품 등 역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임태경, 박은태, 서범석, 윤형렬, 민영기, 이경미, 배해선, 정선아, 신영숙 등 최고의 배우들이 선보이는 가창력과 연기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
뮤지컬 '모차르트!'는 국내 첫 선보이는 오스트리아 뮤지컬로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 베일을 벗은 모차르트는 신선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인간 모차르트를 만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하얀 가발을 쓴 초상화 속 모차르트가 아닌, 노래하고 술을 마시며 사랑을 갈구하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사랑스럽다. 그리고 여전히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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