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조희문 위원장의 해명이 상당부분 동어반복의 형식논리만 반복한 데다, 공모에 응모하지도 않았던 한독협을 불필요하게 언급하며 억지로 엮으려는 흔적이 역력해 오히려 거센 반발을 샀다. 심지어 기자회견 중 한독협에 대한 부적절한 발언을 반복했던 만큼, 명예훼손과 관련해 또 다른 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 영진위가 연이은 논란에 휘말리자 조희문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프레시안 |
조희문 위원장은 이번 공모가 심사위원 선정에서부터 심사과정 전반이 모두 영진위 세칙에 의거해 공정하게 진행된 만큼 부당한 비난을 중단해 달라는 입장은 표명했다. 조 위원장과 이건상 진흥사업부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진흥사업부가 보유한 인력풀 중 3배수의 명단을 위원장에게 제출했고, 그 중 조위원장이 복환모 심사위원장을 비롯해 5인으로 꾸려진 심사위원을 선임했다. 응모한 여섯 개 단체 중 1차 심사 때 평균점수 70점 이상을 받은 세 개 단체가 2차에 회부됐고, 심사위원들의 토론을 거쳐 1개 단체가 선정돼 이 결과가 영진위 9인 위원회의 안건에서 최종 의결됐다. 영진위의 세칙에 정해진 대로 공정하게 심사 및 의결이 진행된 만큼, 이번 선정 결과에 부당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 영진위의 입장이다.
또한 미디액트 측이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미디어교육협회)로 법인조직을 새로이 설립해 이번 공모에 응했던 만큼, 사업선정자로 선정된 (사)시민영상문화기구(시민영상기구)와 다를 것 없는 신생법인이라고 주장했다. 조위원장은 이러한 전제 하에 "이번에 공모에 신청한 단체들이 대부분 신생단체였기 때문에 성과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가 판단에 더 중요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은 "공공기관의 장으로서 특정 세력을 배제하지도, 특혜를 주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조희문 위원장이 필요 이상으로 한독협을 언급했던 것에 대해 또 다른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독협은 여러 가지 사정상 공모에 아예 응모를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기자회견장에 참석했던 한독협 고영재 사무총장이 조위원장에게 "한독협에 대한 부당한 명예훼손을 중단하라"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사태도 빚어졌다.
"미디액트도 한독협, 한독협은 공모 응할 자격 없어"
조희문 위원장의 논리에 의하면, 그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물론 미디어센터인 미디액트의 운영에 대해 영진위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곳은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이며, 따라서 그간 미디액트를 운영해온 조직 역시 행정논리상 한독협의 조직이라는 것. 조희문 위원장은 미디어교육협회가 전문성과 성과를 주장한다면 그것은 한독협의 것이기 때문에 인정할 수도 없고, 공모에 신청할 자격도 없게 된다는 논리를 재차 반복했다. 또한 한독협과 전혀 상관이 없는 조직이라면 "미디어교육협회 역시 작년 10월에 설립된 신생법인인 만큼 시민영상기구 측과 동일한 신청 조건을 지녔다"는 것이 조희문 위원장의 주장이다. 조희문 위원장은 오히려 "미디어교육협회가 미디액트의 성과를 자신들의 것이라 여긴다면, 먼저 미디어교육협회 자신이 한독협과 연관성이 있는지 없는지 밝혀야 한다"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조희문 위원장의 해명에 기자들은 대체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간 미디액트의 운영이 한독협의 위탁계약 하에 이뤄졌던 것은 애초 미디어센터의 건립 자체가 한독협이 영진위에 제안한 사업이기 때문일 뿐, 미디액트가 설립된 이후 실제 운영은 한독협과는 상관없이 독립적으로 진행돼왔기 때문이다. 이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한독협의 직속 조직인 배급지원센터에 의해 운영됐던 것과 대조를 이루는 점이다. 실제로 한독협은 미디액트에 대해 소장과 운영위원을 추천했을 뿐, 내부 운영에 대해서는 일체 개입한 적이 없다. 운영위원 추천 역시 총 7명의 운영위원 중 3인에 대해서만 한독협이 추천할 수 있게 돼있다. (나머지는 영진위(3인)와 소장(1인)이 추천한 인물들로 구성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디어센터 문제에 굳이 한독협을 거론함으로써 미디액트를 억지로 한독협과 엮으려고 시도하는 것은 조희문 위원장의 '물타기'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디액트 김명준 소장은 "작년 평가 때도 영진위는 미디액트에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미디액트가 원래 영진위의 것인 만큼, 만약 조희문 위원장이 그렇게 주장한다면 결국 영진위의 자기부정이 된다"고 지적했다.
미디액트의 새로운 법인, 신설단체라 성과 없기는 마찬가지다?
또한 조희문 위원장의 주장대로 미디어교육협회가 명목상으로 신설법인이라 하더라도, 신생법인이기 때문에 전문성이나 성과가 전혀 없다는 것은 역시 궤변에 가깝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미디어교육협회에 속해있는 구성원들의 경력과 성과가 법인이 신생이라 하여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디어교육협회가 영진위에 제출한 공모 신청서를 "공개적으로 검증받겠다"며 언론에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현 미디어교육협회는 이사진을 제외하고 소장에서부터 말단 실무진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구성원이 현재 미디액트의 스탭들로 구성돼 있다. 협회가 새로운 법인으로 옷을 갈아입었을 뿐, 한독협과 별개로 그간 미디액트를 운영해온 그 조직이 바로 협회의 '실질적인 몸'인 셈이다. 그런 조직의 성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결국 조희문 위원장의 입장인 셈이다.
그러나 기자들이 이같은 내용을 지적하며 연이어 반박의 질문을 던졌지만 조희문 위원장은 "실질적으로 별개로 운영됐든 아니든 그것은 한독협 내부의 주장일 뿐, 행정 입장에서는 미디액트도 한독협 조직"이며 "미디어교육협회 역시 다른 공모 신청 조직들과 마찬가지로 축적된 성과가 없는 신생조직"이라는 논리만 되풀이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고영재 한독협 사무총장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새로이 선정된 시민영상문화기구가 신생단체라는 점에서 정말 문제가 된 것은 단순히 설립한지 얼마가 됐느냐 때문이 아니다. 그 이전에 그 단체의 구성원들이 퍼블릭 엑세스나 플랫폼 등에 대해 고민하거나 활동한 전력이 전무하기 때문"이라며 조희문 위원장의 '신생법인 동등 자격설'을 비판했다. 또한 "이번 공모와 별 상관이 없는 한독협을 조희문 위원장이 자꾸 그런 식으로 언급한 것은 부적절한 명예훼손"이라며 항의를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조희문 영진위원장의 기자회견이 열리는 동안 미디액트 수강생들은 "미디액트를 돌려달라"며 5층 미디액트 입구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프레시안 |
한편 기자회견이 열린 미디액트의 5층 입구에서는 미디액트 수강생들이 나와 피켓을 들고 "미디액트를 돌려달라"며 호소에 나섰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조희문 위원장은 이들에게 "나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수업은 변함없이 계속될 것이므로 여러분이 손해볼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들을 달랬지만, 수강생들은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며 조위원장에게 책임을 요구했다. 조희문 위원장은 이들에게 "조만간 수강생들과의 대화의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뒤 총총히 미디액트를 떠났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