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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거듭하고 있는 영진위, 심사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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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파행 거듭하고 있는 영진위, 심사 과정 투명하게 공개해라"

[뉴스메이커] 김동원, 임순례 감독 등 독립영화인 9명 기자회견 열어

국내 대표적인 독립영화 감독들도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 조희문, 이하 '영진위') 비판에 나섰다. 영진위가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의 운영자를 최종 발표한 것과 관련, 8명의 독립영화 감독이 28일 2시 미디액트 대강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진위의 최근 행보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 사무총장이자 <워낭소리>의 제작자인 고영재 프로듀서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한국 독립영화의 대부인 김동원 감독을 비롯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날아라 펭귄>의 임순례 감독, <경계도시 1, 2>의 홍형숙 감독, <후회하지 않아>, <탈주> 이송희일 감독, <은하해방전선> 윤성호 감독, <하얀 방>, <바람의 노래> 임창재 감독, <고갈> 김곡 감독, 그리고 <친구사이?> 김조광수 감독/청년필름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설립된 지 이제 불과 두어 달 혹은 20일 된 유령단체에게 독립영화전용관에 이어 미디어센터까지 넘기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탄식과 분노를 표했다. 또한 영진위에게 이런 단체들을 선정한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낱낱이 밝히라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 9명의 독립영화인들도 기자회견을 열고 영진위 비판에 나섰다. 왼쪽부터 김곡, 임창재, 윤성호, 이송희일, 임순례, 김동원, 홍형숙 감독, 김조광수 감독/청년필름 대표, 고영재 프로듀서/한독협 사무총장. ⓒ프레시안

미디액트가 막 문을 열었던 초창기부터 최근까지 운영위원을 역임했던 임순례 감독은 "미디액트는 실무팀이 너무 완벽하고 꼼꼼하게 일을 해서 운영위원이 잔소리를 할 필요가 전혀 없는 단체였다. 퍼블릭 액세스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때부터 모든 것을 만들고 키워온 곳이 미디액트다. 어떤 팀이 공모에 참가하든 미디액트를 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너무 놀랐고 충격을 받았다."며 심경을 밝혔다. 또한 "미디액트는 독립영화 감독들이나 이곳을 사용하던 정회원들 모두에게 언제나 마음 든든한 곳이었다. 이런 곳이 없어져선 안된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경계도시 2>의 극장개봉을 앞두고 미디액트에서 마지막 손질을 하고 있던 홍형숙 감독 역시 분노와 충격을 드러냈다. "1월 30일 작업을 하도록 예약을 해놨었는데 이런 소식을 듣게 됐다. 내 영화가 미디액트에서의 마지막 작업작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 비상식과 비합리로 말하면 세계 최고인 MB정권에 영진위도 합류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송희일 감독이 의장직을 맡고 있는 인디포럼작가회의는 국내 대표적인 독립영화제인 인디포럼을 10년 넘게 개최해오고 있고, 이번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 공모에 참가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또한 인디포럼은 인권영화제, 노동영화제 등과 함께 작년 영진위 단체사업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송희일 감독은 이에 대해 "10년 이상 독립영화제를 개최해온 우리보다 더 잘할 수 있고 준비를 많이 한 팀이 있다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로 선정된 한국다양성영화발전협의회(한다협)는 내가 독립영화를 하면서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한국 독립영화에 그 어떤 노력과 활동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한다협의 최공재 이사장은 작년 말 열린 넥스트플러스영화제도 파행적으로 운영해 구설수에 오른 인물이기도 하다. 어떻게 이런 단체를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로 선정할 수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송희일 감독은 이 사태가 결국 '합리성의 싸움'이라고 말하면서, "철거당한 사람들의 심정이 이런 것이겠구나 싶다. 예술영화전용관, 독립영화, 시네마테크, 미디책트처럼 시민과 교감해온 영상운동 등 돈이 안 되는 독립영화들이 하나같이 영화판에서 철거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인디포럼과 인권영화제, 노동영화제, 전북독협영화제 등이 작년에 갑자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서도 성토의 목소리를 높였다. "영화진흥공사가 영화진흥위원회로 바뀐 이래 계속 지원을 받아왔는데 작년에만 지원을 못 받았다. 인권영화제와 전북독협영화제는 촛불시위와 관련해 전화를 받았다. 우리는 전화나 감사를 받지는 않았지만 영화제 기간 중 촛불시위와 관련한 세미나를 연 것 때문인 것 같다"고 밝히면서 영화진흥위원회가 유령단체들만 양산, 진흥하고 있다고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 김동원 감독은 "독립영화나 미디어교육과 별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 미디액트와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을 하려 한다"며 이런 선정결과를 낸 영진위에 투명한 절차 공개를 요구했다. ⓒ프레시안

김동원 감독은 "그 어떤 단체라도 한독협보다 잘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영화와 어느 정도 상관이 있는 단체가 들어온다면 그러려니 수긍하려고 했다. 그런데 발표된 단체들이 독립영화나 미디어교육과는 별 상관없는 사람들이라 분노스럽다. 수긍도 인정도 할 수 없다. 심사총평도 미디어 교육과 독립영화에 대해 아는 바 없는 사람들이 쓸 만한 수준이다. 이런 사람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라"며 영진위를 비판했다. 또한 김동원 감독은 영진위 내에서도 독립영화 지원 등을 담당했던 담당위원을 소외시켜 가면서까지 정초신 부위원장이 직접 나선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워낭소리>의 출발점이 바로 미디액트였다"며 밝힌 고영재 프로듀서는 발언 도중 울음을 터뜨리며 한동안 말을 못 잇기도 했다. 미디액트에서 배우고 일했던 덕에 독립영화와 퍼블릭엑세스, 지역상영과 공동체 상영에 대해 고민하고 배우며 최근 독립영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 고영재 프로듀서는 "단체를 급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독립영화의 플랫폼과 퍼블릭 액세스, 공동체 라디오, 공동체 상영, 미디어 권리 같은 의제들을 개발할 때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이 급조한 단체는 인정할 수 없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디액트도, 인디스페이스도 모두 공청회를 거친 뒤에 개관했다"고 밝히면서, "그들이 만약 떳떳하다면 영진위와 문광부 뒤에 숨지 말고 정정당당히 나서서 공청회를 개최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조광수 감독 및 청년필름 대표는 최근 영진위가 진행한 '마스터 초이스' 선정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임상수, 이창동 감독 등이 지원했다가 탈락했음에도 심사총평에 "시나리오가 형편없었다"는 언급이 있었던 것. 김조광수 감독은 "임상수, 이창동 같은 감독들이 시나리오를 형편없게 쓴다면 대체 한국의 어느 누가 시나리오를 잘 쓴다는 말인가"며 최근 영진위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최근 영화계에서는 마스터초이스에 지원했던 이창동 감독의 시나리오에 빵점을 준 심사위원이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영진위를 둘러싼 소란과 잡음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는 상태다.

독립영화계의 대표적인 감독들까지 나서서 공식적으로 목소리를 높인 이상, 이런 상황에 영진위 조희문 위원장과 유인총 문화체육부 장관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영화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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