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에도 대기업의 매출액과 순이익은 오히려 늘어났다. 국내 10대 그룹 핵심기업들의 매출액과 당기순이익은 2009년 1~3분기 동안 각각 0.95%, 16.4%가 늘어났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의 성장은 매출액 10억 원당 고용 인원이 2008년 3분기 말의 13.4명에서 2009년 3분기 말의 13.2명으로, 고용 증대는커녕 오히려 감소하였고 비정규직은 정부공식 집계로 보더라도 40% 내외로 고착되어 있다. 그 결과 18~64세 경제활동인구 중 근로빈곤층(워킹 푸어)이 2008년에 이미 194만7000명이었고 2009년 상반기에는 208만6000명으로 증가했다.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을 가진 절대빈곤층도 2009년에 들어서면서 10%를 넘어섰다.
이처럼 빈부격차는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지만 빈곤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은 여전히 빈약하기 짝이 없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그나마 먹고살만한 사람들은 경쟁만 강조하고, 사회는 일등만 인간 대우를 하다 보니 빈곤층의 일상은 각박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인지 하루 평균 30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사회경제 상황이 이러한데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기초생활보호 등을 위한 사회복지사업과 예산은 축소하는 대신 (대)기업친화적인(business friendly) 정책, 즉 고용유연화나 인건비절감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4대강 사업 등에 매몰되어 있다. 또한 자기들이 만든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예사로 '날치기'하면서 국민들의 비판에 대해선 '명박산성', '무조건 기소', '말 바꾸기' 등 온갖 권모술수로 대응하고 있다.
▲ <빵과 자유를 위한 정치>(손호철 지음, 해피스토리 펴냄). ⓒ프레시안 |
손 교수의 가장 큰 고민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실정'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개혁세력인 민주당은 물론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조차도 국민들에게 유의미한 대안으로 부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자유주의개혁세력인 민주당이나 '친노신당'(국민참여당)은 지금의 사회경제적 상황(비정규직, 빈곤층 확대 등)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적인 노선을 반성할 기미조차 없이 '반MB 연합'(실제로는 민주당 지지)을 외치고 있다. 반면 반신자유주의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들은 시대착오적인 노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나 진보로서의 독특한 색깔도 없고 대중 가운데서 존재감도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점에서 2010년 지자체 선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이 시점에서 자유주의적 개혁세력도, 진보세력도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화운동 진영, 특히 진보진영은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서일 것이다.
손 교수의 책이 갖는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손 교수의 처방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현 정세 속에서 반신자유주의 투쟁이 가장 중요하다. 둘째, 신자유주의 세력인 민주당도 '적'이라는 식의 신자유주의 환원론은 피해야 한다. 정책노선을 바꾸면 연합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셋째, 반대로 지금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모든 문제의 책임을 MB와 한나라당에게 전가하면서 '반MB'의 기치로 무조건 대동단결하자는 입장도 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빈신자유주의 투쟁의 핵심세력인 진보정당들이 우선 연합하여 자유주의개혁들을 견인해야 한다.
사실, 손 교수의 책은 학술적으로 딱딱한 논문이 아니다. <프레시안>과 <한국일보>에 연재한 짤막한 칼럼들을 이슈별로 엮어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고, 특히 이 땅의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읽어 볼 수 있다. 또한 읽어볼만한 가치도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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