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린 49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도 민주노총은 '성폭력 사건 평가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현 집행부가 임성규 전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 등으로 보고서를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
공교롭게도 대법원은 이날 가해자 김모(46) 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최종 결론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로 유명한 법원에서조차 종결된 사건을 민주노총 내부가 정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의원대회 유예로 논의조차 못했던 '성폭력 보고서'…"이번에는 꼭 통과시켜달라"
▲28일 열린 49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은 최종 평가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다. 현 집행부가 임성규 전 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 등으로 최종보고서를 준비하지 못한 탓이다.ⓒ연합뉴스 |
전교조 조모 대의원은 "임원 선거가 끝나면 대의원대회 자체가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의원들이 다 집에 가버리고 나면 이 보고서는 또 어떻게 되는 것이냐"며 이 같이 요구했다. 또 다른 남성 대의원도 "나도 딸이 있는데 민주노총이 이런 것도 해결하지 못하면 대체 선거가 무슨 소용이냐"고 거들었다.
앞서 피해자도 대의원대회장에 배포한 '편지' 글에서 "이번 대대에서 반드시 '성폭력 사건 평가보고서 채택' 건에 대한 안건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더 이상 이 사건의 해결 및 공론화를 다음으로 유예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실제 지난해 9월과 11월 두 번 열린 민주노총의 대의원대회는 성폭력 사건과 관련된 안건을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유예된 바 있다. 해당 안건이 전체 회의 순서 가운데 뒷 부분에 있었고, 대의원들이 회의를 끝까지 참석하지 않아 중간에 회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자 "민주노총의 책임지는 모습 통해 따뜻한 위로 받고 싶다" 피해자는 이날 배포한 글에서 "1년이 훌쩍 지났다"며 "조직이 해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실망스럽고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이 사건과 관련해 정진화 전 전교조 위원장 등 3인에 대한 제명을 경고 조치로 감면한 것 등을 염두에 둔 듯 "나는 소속연맹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아픔을 겪었고 그 아픔이 내내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피멍을 남겼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성폭력 사건 해결을 반드시 마무리하겠다던 임성규 위원장의 약속을 믿고 오늘까지 기다렸다"며 "민주노총이라는 우리의 조직이 성폭력 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로부터 따뜻한 위로를 받고 치유로 나아가 조금이라도 평안을 찾고 일상의 삶으로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
집행부, 성폭력 보고서 마련조차 못해…차기 집행부로 넘겨
'피해자 지지모임' 회원들이 집중적으로 제기한 '우선 처리' 요구에 민주노총은 표결을 통해 회순을 변경했다. 참석 대의원 635명 가운데 57.3%, 364명이 '성폭력 사건 우선 처리'에 찬성했다.
그러나 문제는 채택할 보고서가 없었다. 여러 이유로 인해 집행부가 최종 보고서 초안조차 대의원대회에 내놓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성위원장인 김경자 부위원장은 "지난 1월 5일부터 5명으로 구성된 실무팀이 최종 보고서 채택 논의를 시작했지만 12일 임성규 위원장이 사퇴하는 등 많은 한계가 있어 22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차기 집행부가 책임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정의헌 위원장 직무대행 등 현 집행부는 대의원들 앞에서 "성폭력 사건 이후 들어선 보궐 집행부가 1년이 지나도록 사건을 마무리 짓지 못해 죄송하다"며 사과했지만,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들어선 보궐 집행부는 결국 이 사건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들어선 보궐 집행부는 결국 이 사건을 마무리 짓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다. ⓒ프레시안 |
민주노총은 차기 집행부의 첫 대의원대회에서 성폭력 최종 보고서를 가장 처음 안건으로 다루기로 결정했다.
대법원, 가해자의 상고 기각
한편, 대법원 2부는 이날 "피고인은 원심 판결에 심리 미진, 채증법칙 위반 및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나 항소심에서는 양형 부당만을 주장해 기각당했다"며 "항소심에서 심판 대상이 되지 않은 사안은 상고심의 심판 범위에 들지 않는다"며 김 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이어 "형사소송법상 원심에서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의 형이 선고된 경우가 아닌 한 양형이 부당하다는 것을 들어 대법원에 상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적절한 배상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이석행 전 위원장을 도피시키는 데 가담한 정도가 커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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