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강'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내고 자신 뿐 아니라 타인 치료에도 직접 뛰어든 이달희 씨도 첫 시작은 '나의 고통'이었다. 학부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다시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에 들어가 자아초월상담을 전공한 그는 "나를 돌아보려 시작한 일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지만, 문제는 그 스트레스를 통제하고 치유하는 일이다. 마음에서 시작된 병이 몸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몸과 마음이 둘 다 건강하게 사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
한국견강연대 사무총장이면서 시민대안교육아카데미 온건강대학교 교학처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달희 씨를 만나 '온전하게 건강하게 살기'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 시민대안교육아카데미 온건강대학교 교학처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달희 씨. ⓒ프레시안(최형락) |
"나 혼자 노력해도 공동체에서 문제 생기면 건강할 수 없다"
프레시안 : '온건강'이라는 것은 낯선 개념이다. 어떤 의미의 단어인지 설명을 해달라.
이달희 : '온'이라는 것은 전체를 뜻한다. 또 개인의 몸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드는 마음과 정신, 영적인 측면을 말하기도 한다. 또 개개인을 넘어 확장된 개념의 자기를 뜻하기도 한다. 인간은 관계를 맺으면서 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공동체에서 문제가 생기면 혼자 아무리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해도 안 된다.
프레시안 : 쉽게 이해하기는 좀 어려운 개념인 것 같다.
이달희 : '홀리스틱 헬스(holistic health)', 즉 전일적인 건강이라는 말을 의학계에서 먼저 쓰기 시작했다. 그 개념과 비슷한, 내가 만들어낸 조어다.
프레시안 : 온건강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이달희 : 내가 잡지 일을 17년을 했다. 1983년 잡지 기자를 시작해서 1998년 한 학습지에서 잡지 편집장을 맡아 했었다. 그런데 외환위기가 터지면서 회사에서 잡지를 없애게 됐다. 총 17년 동안 편집장만 9년을 했고, 내가 창간한 잡지만 7개다. 1-2년 마다 하나씩 잡지를 새로 창간한 셈이다. 일종의 '신 잡지 제조자'였다.
잡지 일이 평생의 내 일이라 믿었는데 외환위기 때 그만두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가 뽑은 기자들을 보직전환 시키고 해고하면서 마음이 많이 다친 것이다. 그때 내 몸과 정신이 완전히 소진됐다. 건강 문제를 깊이 생각하게 된 것은 그때부터였다.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여러 요소 가운데 정신이 가장 상위의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정신과 마음에 대한 공부를 시작한 것이다. 학부 전공이 심리학이었는데, 다시 대학원에 들어가 심리상담도 배웠다. 무엇보다 내가 많이 상처 받았던 만큼 처음에는 내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
프레시안 : 공부를 하면서 본인도 치유를 받았나?
이달희 : 물론이다. 내 무의식 속의 상처를 밖으로 끄집어내 언어로 구조화하면서 명확히 본질을 알게 됐다. 신기한 것은 마음의 상처가 몸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퇴사한 직후에 설악산을 갔는데 대청봉까지 건강한 사람은 4시간이면 오를 길을 12시간이 걸려 간신히 올라갔다. 그런데 '정신세계원'에서 일하면서 정신이 치유됨과 동시에 몸도 치유되는 것을 알게 됐다.
"현대사회의 분리 사고, 총체적 삶의 문제 해결의 걸림돌이다"
▲ "분리 사고가 총체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이달희 : 심신을 공부하고 교육하는 일이었다. 경제적으로는 잡지 일 할 때와 비교가 안 됐지만, 그때 참 행복했다. 치유와 심리 상담에 대해서도 깊이 공부하고 실제 상담도 했다. 마인드 컨트롤 강사로 교육도 나섰다. '온건강'이라는 개념은 그때 생각하게 된 것이다.
마음에만 너무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몸의 문제를 소흘히 하고 있는 것 아닌가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일례로,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 가운데 몸이 너무 많이 망가져서 마음을 도저히 컨트롤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든 사람들에게 깊이 호흡하면서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얘기한들 소용이 없었다.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이다. 통합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이 꼭 현대적인 것은 아니다. 사실 분리되지 않는 것이 더 많다. 사람과 자연도 분리할 수 없다. 정신과 몸도 그렇다. 그런데 서구화, 객관화, 과학화라는 명목 아래 모든 것을 다 분리시켜 버렸다. 정신과 몸을 인간이 분리해서 사고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분리 사고가 총체적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되고 있다.
프레시안 : 본인의 이름을 걸고 신체심리치료센터도 개설했던 것으로 안다.
이달희 : 이완과 소통을 결합한 치유를 하는 곳이었다. 정해진 공간에서 교육을 하는 시스템을 탈피해보고 싶었다. 전국을 수련장으로 생각하고 다녔다. 가르침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스승님이 있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명상하기 좋은 제주도 한라산을 찾아가기도 했다. 교육이라고 하면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만, 전인적 교육을 하는데는 확장된 개념의 교육이 적합하다.
우리나라의 문화사회적으로 가장 보편적인 병은 '화병'이다. 마음의 병이 몸으로 옮겨지는 일종의 '신체화경향성'이다. 우리 센터에서 가장 많이 치유한 케이스도 화병이다. 특히 여자들이 많다. 보수적인 유교 사회에서 갑자기 서구적인 현대사회로 바뀌면서 여성의 표현과 소통에서 장애가 생긴 것이다. 이 병은 일반 병원에서는 측정이 안 된다. 아픈 곳이 있는데 원인을 모른다 하니 괴로운 것이다.
화병은 그냥 쉬어라, 약 먹어라,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라, 이런 말만으로는 안 된다. 마음 속에 맺힌 응어리를 찾아서 언어로 구조화하면서 밝혀낸 뒤 풀어야 한다. 언어와 신체 접근의 방법을 다 동원했다. 논리적으로 시작해 본질로 접근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과 신체적인 것에서 시작해 근본으로 가는 '버텀-업(bottom-up)'을 다 사용했다.
"욕심을 낮춰 '저엔트로피'의 삶을 사는 것이 온건강의 시작"
프레시안 :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통해 치유를 할 수 있다는 얘긴지 설명해달라.
이달희 : '약손 요법'을 들 수 있겠다. 가슴이 답답하고 난폭해지고, 화가 나는 것은 신체에서 나타나는 표현이다. 신체의 긴장을 풀면 자기가 상처 받은 이유가 무의식의 방에서 의식의 방으로 떠오른다. 심리적 방어기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면 본인 스스로 억압하고 왜곡시켜 직접 바라보지 못했던 사건을 내가 직접 바라보게 된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지금은 온건강대학에서 이 시스템을 교육하고 치료사도 양성하고 있다.
프레시안 : 온건강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을 좀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면?
이달희 : 욕심의 수준을 낮추는 것이 가장 단적인 예다. 성공이 꼭 커다란 집, 풍요로운 음식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 중심의 소비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해보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엔트로피'의 삶을 사는 것, 온건강의 시작이다.
프레시안 : 얘기 감사하다.
☞ 키워드 가이드 바로 보기
▲ "'저엔트로피'의 삶을 사는 것, 온건강의 시작이다." ⓒ프레시안(최형락) |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