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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이 '스시'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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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이 '스시'를 좋아하는 진짜 이유는…

[이상곤의 '낮은 한의학'] 비빔밥과 스시

2009년 타계한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문화에 차이는 있어도 우열은 없다"고 말했다. 비빔밥과 스시도 한국과 일본의 체질에 맞춤한 먹을거리로 보아야지 우열을 따져서는 안 된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보면, 한국인과 일본인의 체질의 각각 불과 물로 상징된다. 평균적인 체질을 살피려면 질병을 따지는 게 편하다. 한국인은 대체로 화병이 많다. 화병의 화는 불을 상징한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여러 가지 질병의 원인을 '수독'에서 찾았다. 수독의 원인은 바로 물이다. 현대 의학으로 치면 체액의 조절이 안 됐을 때, 병이 생긴다고 본 것이다. 특히 일본인은 위장이 약해서, 위장의 수분 대사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병(위내정수)이 잦았다.

이런 사정은 한국과 일본의 약재의 양의 차이에도 나타난다. 한국에서는 약재 50~60그램을 한 첩의 분량으로 정한 반면, 일본은 20~30그램에 불과하다. 중국은 한국보다 두 배 정도 많다. 중국과 일본의 약재의 분량 차이를 놓고 가이바라 에키겐은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인은 일본인보다 위장이 튼튼하다."

한국인 역시 일본인보다 위장의 능력이 좋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일본은 불교의 영향이 커서 근대 이전까지는 육식을 즐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육식을 하더라도 생선이 주였다. 더구나 생선은 원래 위장에 부담이 큰 찬 음식이다.

▲ 일본인이 즐기는 '스시'는 그들의 체질에 가장 맞춤한 먹을거리다. ⓒ프레시안
바로 스시는 이런 문화와 체질을 염두에 둔 먹을거리다. 스시는 원래 삭힌 고기다. 붕어를 잡아서 내장을 꺼내고 나서 씻고 절인 것이 스시의 원형이다. 일본에서 '스시를 담근다(漬)'고 표현하는 것이나, 주방을 '스케바(담그는 곳)'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사정 탓이다.

'스시'라는 말은 앞에서 언급한 가이바라 에키겐이 처음으로 정의했다. '스'는 새콤한 산미를 말하고, '시'는 어조사인데 본래 표제어는 지(漬)이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서도 김치를 '지'라고 했다. 채소를 소금물에 담그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숙성한 생선을 최고로 친다. 숙성은 위장이 할 일을 미리 하는 것이다. 이런 숙성을 한의학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부숙수곡(腐熟水穀).' '부'는 삭인다, '숙'은 찐다는 뜻으로 위장이 하는 일이다. 즉, 숙성은 약한 위장 기능을 보완하기 위한 조리법이었던 것이다.

일본과 달리 우리 입맛에는 갓 잡은 생선이 최고다. 내 인생 최고의 생선은 어린 시절 배 위에서 회쳐 먹었던 바로 잡은 가재미였다. 한국과 일본의 체질 차이가 이렇게 음식 문화에도 반영돼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비빔밥의 기원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가장 그럴 듯한 설명은 한솥밥설이다. 한국에서는 한솥밥이 각별한 의미를 가졌다. 실제로 첩을 들이면 한솥밥을 먹이지 않았다는 기록도 전한다.

비빔밥은 자손을 조상과 연결하는 매체다. 이것을 '신인공식(神人共食)'이라고 한다. 제사 후에 여러 가지 제물을 비벼서 먹은 것이다. 이 때 음식이 서로 섞여서 하나가 되면서, 조상(신)과 후손(인간)도 이어져 하나가 된다.

비빔밥은 각각의 재료가 고유의 맛을 내면서도 잘 어울러져야 제 맛이다. 각자의 개성을 뽐내면서 전체의 조화를 이루는 것, 바로 한국이 지향해야 할 미래상이 비빔밥에 있는 게 아닐까? 비빔밥은 우리 체질에 근거하면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정체성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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