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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남과 헤어짐, 그 무수한 인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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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만남과 헤어짐, 그 무수한 인연들

[人 스테이지] 아르코예술극장 공동기획 초이스 선정 파사무용단 황미숙 안무가 '옷깃'

파사무용단의 '옷깃'이 아르코예술극장 공동기획 초이스로 선정돼 오는 2월 무대를 갖는다. 인연과 관계에 대한 되새김과 다독임에 대한 변주로 채워지는 이 작품은 '골목길'이라는 장소를 관계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상징화했다. 비보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무용수들의 안무는 관객들과 보다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장치로 다가간다. 올해 나이를 쉰이라고 밝힌 안무가 황미숙은 "마흔 아홉이 되니 지난 인생에 대해 뒤돌아보게 되더라"고 말하며 작품 창작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고 보니 지난 세월 동안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녀 곁을 떠났다. "나는 어떤 사람들을 만났었지?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우연이 인연이 되고 또 그렇게 만난 인연들이 깊어져서 친 형제보다 더 친밀한 관계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요즘엔 그런 게 많이 없어진 것 같아 아쉬워요. 그게 꼭 우리 탓만은 아니지만…" 말줄임표 뒤에 생략된 관계, 사람, 인연에 대한 그녀의 생각이 정리될 즈음, 무용 '옷깃'이 무대에 오른다.

▲ ⓒNewstage
'옷깃'이란 단어는 관계나 인연 같은 말의 잘된 은유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옛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제목은 작품의 대본을 쓴 작가가 한국적인 느낌이 좋다며 지어줬다. "제목을 인연, 관계처럼 추상적인 걸로 한다면 너무 쉽잖아요? 어떤 얘기를 할 건지 다 알아버리니까요. 제목을 이렇게 '옷깃'으로 하면 이걸 어떻게 무용으로 풀어낼 건지 관객들이 궁금해 하기도 하면서 더 재밌는 작품이 될 것 같았어요."

이번 안무의 특징은 '일상성'에 있다. 그녀는 "전작들은 대부분 한국적인 요소와 전통적인 건축의 모양 등을 작품 속에 많이 넣었었는데 이번 작품은 모든 게 일상적이에요. 세트도 그렇고 무용수들의 의상도 그렇고 작품을 풀어가는 것도 일상적인 우리 동작에서 조금 더 업그레이드 된 형식으로 짰죠.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금방 해석할 수 있게 말이에요"라고 전했다. 무용은 어렵다고 생각하는 일반 대중들에게 황미숙 안무가는 어떤 특별한 영감을 가지고 안무를 짜는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책을 보는 상황이라면 그냥 우리가 일상적으로 책장을 넘기는 동작을 하거나 이별하는 상황이라면 머리채를 획-하고 돌아선다든지 하는 아주 기본적인 동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했다.

▲ ⓒNewstage
무용 '옷깃'은 현대무용이지만 특이하게 비보이가 등장한다. 비보이 춤에 대해 그녀는 이것도 "춤의 한 장르"라고 설명했다. "비보이 춤을 단순히 거리의 춤 정도로 인식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비보이 춤이 가진 테크닉과 예술성에 대해 보여드리고 싶어요." 덕분에 비보이 댄서들은 작품이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무용수들과 함께 한다.

그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을 골목길에 비유했다. 어렸을 적 동네 마다 하나씩 자리해 안쪽과 바깥쪽을 연결해주던 고리가 이 작품 안에서 역시 사람과 사람이 들고 나는 통로로 사용된다. "지금은 골목길이 많이 없어졌어요. 대부분 대로변으로 바뀌거나 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사람만이 소유할 수 있는 길이 없는 거죠. 그런 게 아쉬워서 이번에 골목길을 무대 위로 올려놨어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요." 그녀는 '인연이란?'하는 짧고 단순한 질문에 잠시 망설이고는 "슬프더라"고 대답했다. 여유로운 미소 때문인지 그녀는 매우 온화해 보였다. "요즘은 만나는 것도 쉽고 헤어지는 것도 너무 쉬워요. 아파하지도 않고, 우리는 고민을 참 많이 했거든요." 핸드폰의 진화만큼이나 관계도 빠르게 변화해왔다. 복잡해진 만큼 편리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그만큼의 편리함이 불편한 듯하다. '옷깃'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오는 2월 5일부터 7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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