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뮤지컬 속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뮤지컬 속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난장 스테이지] 공연장에서 만난 그'놈'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은 좋고 나쁨의 이분법으로 나눠지던 인간부류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놈을 추가시켰다. 이는 정확한 해석 및 이해 불가능한 종류다. 황당하지만 따지고 보면 세상에는 이상한 놈이 반 이상이다. 좋은 놈도 적고 완벽하게 나쁜 놈도 드문데 이상한 놈은 입에서 입으로 오르내리며 끊임없이 화자 되고 있다.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또한 이상한 놈 아닌가. 인간의 심리와 감정을 날것 그대로, 가장 가깝게, 그리고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무대 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누가 있을까. 인간 본성을 묘사하고 노래하는 뮤지컬 속 놈.놈.놈을 찾았다. 지금,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는 놈들이다.

▲ ⓒ프레시안

그는 엄마 친구 아들, 샘나지만 좋은 놈!

[뮤지컬 '선덕여왕'의 유신]
'좋다'의 사전적 의미는 이와 같다. '대상의 성질이나 내용 따위가 훌륭하여 만족할 만하다, 신체적 조건이나 건강 상태가 정상보다 나은 상태에 있다' 그야말로 내가 될 수 없는 엄마 친구 아들이다. 뮤지컬 '선덕여왕' 속 유신은 강직함과 정직함,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을 보이며 결단력이 있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포기할 줄도 알며 한평생 해바라기 사랑을 할 용기도 있다. 내 목숨보다는 백성이며 나보다는 남이다. 주위를 둘러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영웅적 면모를 지녔다. 내 주변에서 찾기란 하늘의 별따기, 영화나 드라마 등 매체를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좋은 놈의 결정체다. 뮤지컬 '선덕여왕' 속 유신은 외모까지 훌륭하다. '좋다'의 사전적 의미를 완벽하게 갖춘 인물이다.

네가 더 나쁠까 내가 더 나쁠까, 나쁜 놈!

[뮤지컬 '살인마 잭'의 먼로]
'나쁘다'의 사전적 의미는 '좋다'보다 간결하다. '좋지 아니하다, 옳지 아니하다' 더 말할 것도 없고 그냥 '좋다'의 반대다. 뮤지컬 '살인마 잭'의 먼로는 기자다. 특종의 냄새에 피가 거꾸로 솟는 쾌감을 느끼는 먼로는 살인마 잭보다 잔인하며 원초적이다. 그리고 사실적이다. 이 도시가 싫다고 몸서리치는 형사 앤더슨을 협박해 연쇄살인 가장 가까이에서 사건과 만난다. 도시의 가장 궁극적 목적은 바로 살인마를 찾아 시민들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 그러나 먼로는 다르다. 특종이 사라지면 흥미도 사라지는 법이다. 아주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잭이 활동하기를 바란다. 먼로는 마지막까지 특종에 대한 탐욕을 놓지 못한다. 그 손만 놓으면 될 것을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해 잡고 있다가 파멸하고 만다. 어리석은가? 아니다. 뮤지컬 '살인마 잭' 속 먼로야말로 현대인을 풍자한 상징적 캐릭터다. 우리는 오늘도 스캔들 기사에 환호하고 있지 않은가!

매력적이다, 이상한 놈!

[뮤지컬 '맨오브라만차'의 알론조]
사전 속 '이상(異常)'은 이상하다. '정상적인 상태와 다름, 지금까지의 경험이나 지식과는 달리 별나거나 색다름, 의심스럽거나 알 수 없는 데가 있음' 여기, 이상한 라만차의 기사가 있다. 바로 돈키호테! 라만차에 살고 있는 알론조는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탓에 그만 자신이 돈키호테 기사라고 착각하고 만다. 정의를 위해 산초와 떠난 그의 모험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풍차를 괴수 거인이라며 달려들고, 여관을 성이랍시고 찾아들어가 하녀 알돈자에게 아름다운 여인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무릎을 꿇는다. 여관주인을 성주라 착각하고 기사작위를 수여 받는다. 면도대야를 황금투구라며 어디서 훔쳤냐고 다그치는 등 비정상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돈키호테를 사랑한다. 이 황당한 돈키호테가 40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다. 잃어버렸던 꿈을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 그리고 돈키호테. 돈키호테가 우리를 울릴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이상한 놈'이었기 때문이다.

뮤지컬 속에는 다양한 캐릭터들이 있다. 여자와 남자의 경계에선 슬픈 헤드윅, 비운의 천재 모차르트, 낯선 서울에서 희망을 찾는 뮤지컬 '빨래'의 솔롱고, 귀여운 나쁜 남자 대니, '영웅을 기다리며'의 황당한 이순신까지. 사실 인간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좋다가도 나쁘고, 이상하다가도 좋아지는 게 사람이니까. 뮤지컬 속 다양한 캐릭터는 인간을 대변하고 인간을 상징하고 인간을 풍자한다. 간혹, 그들 중 우리 자신을 만날 때도 있다. 공연 속에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리고 '내'가 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