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시안 |
낡은 천 조각들을 이어 만든 퀼트처럼 남루하고 얼룩덜룩한 것이 삶이다. 생을 하나의 색으로 매끄럽게 칠하기란 불가능하다. 무지개 색을 거쳐 결국 하얗게 새버리고는 인류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 백수광부는 흰머리를 풀어헤치고 물속으로 들어간다. 가지 말라고 '공무도하(公無渡河)' 외치는 아내를 뒤로한 채 서서히 물속에 잠긴다. 물은 죽음을 껴안고 있지만 머물지 않고 영원히 흐른다. 물은 영원함과 생명력, 정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백수광부는 어쩌면 환생을 꿈꿨을지도 모른다. 여기, 연극의 한 여인이 넓고 넓은 바다를 갈망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의 꿈속에서 만났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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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도 마주칠 가능성 없는 우리가 사실은 누군가의 꿈에서 만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곳에서 서로에게 압상트를 건네고 쓸쓸함을 잊기 위해 기타를 치며 슬프게 죽은 샴쌍둥이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지도 모른다. 때론 혼자 가는 길을 함께 동행해줄 상상속의 누군가가 필요하니까. 연극 '백수광부들'에는 그 외로움들이 모여 있다.
백수광부들의 삶은 시인보다 시적이고 배우보다 연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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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엄마는 말씀하시길 / 여자를 울려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 내 앞에 여자는 지금 울고 있다네 / 어렸을 때 내 친구는 말했었지 / 어른이 되더라도 이 친구 이름 잊지 말라고 했는데 / 이름도 잊고 얼굴도 잊고 친구도 잃어버렸네." 이는 백수광부들이 노래하는 백수광부의 삶이다. 연극 '백수광부들'은 중심을 잡고 있는 서사보다 조각난 이미지와 삶에 대한 짧은 비유가 빛나는 공연이다. 인생에 대한 절실함과 조롱, 진지함과 유머, 외로움과 아픔이 공존한다. 이해보다는 찰나의 공감이 우리를 쓸쓸하게 만든다. 또 위로가 된다. 연극 '갈매기'의 니나가 되고 싶은 여자가 바다를 갈망하듯 목마른 우리에게 무명 인생으로서의 삶을 비틀어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강물로 들어가는 나를 모두가 말릴 때, 존해했기에 아름다웠던 내 인생을 축복하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라 응원할만한 대담함이 있다. 연극 '백수광부들'은 극단 백수광부가 관객에게 선물하는 우울함이자 위트이자 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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